[컴퓨터사용사기 관련 판결] 위임받은 범위를 초과한 현금을 인출한 행위
[대법원 2006.3.24. 선고 2005도3516 판결]
【판시사항】
예금주인 현금카드 소유자로부터 일정액의 현금을 인출해 오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아 그 위임받은 금액을 초과한 현금을 인출한 행위가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예금주인 현금카드 소유자로부터 일정한 금액의 현금을 인출해 오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이와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은 것을 기화로 그 위임을 받은 금액을 초과하여 현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그 차액 상당을 위법하게 이득할 의사로 현금자동지급기에 그 초과된 금액이 인출되도록 입력하여 그 초과된 금액의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그 인출된 현금에 대한 점유를 취득함으로써 이 때에 그 인출한 현금 총액 중 인출을 위임받은 금액을 넘는 부분의 비율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그 차액 상당액에 관하여 형법 제347조의2(컴퓨터등사용사기)에 규정된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로서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에 해당된다.
【참조조문】
형법 제347조의2
【원심판결】
청주지법 2005. 5. 18. 선고 2004노11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이 사건의 경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먼저, 변경 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 부분은, 피고인은 2003. 2. 중순 일자불상 10:00경 충주시 목행동 598-2에 있는 충주농업협동조합 목행지점에서, 같은 동 676-53에 있는 ‘사이버 25시 피씨방’에 게임을 하러 온 피해자 공소외인으로부터 그 소유의 농협현금카드로 20,000원을 인출해 오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게 되자 이를 기화로, 위 지점에 설치되어 있는 현금자동인출기에 위 현금카드를 넣고 권한 없이 인출금액을 50,000원으로 입력하여 그 금액을 인출한 후 그 중 20,000원만 피해자에게 건네주어 30,00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이었다.
제1심법원은 이에 대해, 우리 형법은 재산범죄의 객체가 재물인지 재산상의 이익인지에 따라 이를 재물죄와 이득죄로 명시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형법 제347조의2는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의 객체를 재물이 아닌 재산상의 이익으로만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가 재물에 관한 범죄임이 분명한 이상 이를 위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그러자 검사는 원심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피고인은 위 일시경 위 장소에서 공소외 공소외인으로부터 그 소유의 농협현금카드로 20,000원을 인출하여 오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게 된 것을 기화로, 위 지점에 설치되어 있는 피해자 충주농업협동조합이 관리하는 현금자동지급기에 위 현금카드를 넣고 인출금액을 50,000원으로 입력하여 이를 인출한 후 그 중 20,000원만을 공소외인에게 건네주는 방법으로 30,000원을 절취하였다는 것으로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원심법원도 이를 허가하였다.
그렇지만 원심은 위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 등을 들어 무죄로 판단하였다. 절도죄에 있어서 절취란 재물의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자의 지배를 배제하고 자신의 지배로 옮겨놓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런데 현금카드를 절취한 때와 같이 현금카드 자체를 사용할 권한이 없는 경우와 달리 피고인이 예금명의인인 공소외인으로부터 그 현금카드를 사용할 권한을 일단 부여받은 이상 이를 기화로 그 위임 범위를 벗어나 추가로 금원을 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현금자동지급기 관리자로서는 예금명의인의 계산으로 인출자에게 적법하게 현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현금자동지급기 관리자에게 예금명의인과 그로부터 현금 인출을 위임받은 자 사이의 내부적인 위임관계까지 관여하여 그 위임받은 범위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하여는 그 인출행위를 승낙하지 않겠다는 의사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위 현금인출 행위가 현금자동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가 점유하고 있는 현금을 절취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예금주인 현금카드 소유자로부터 일정한 금액의 현금을 인출해 오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이와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은 것을 기화로 그 위임을 받은 금액을 초과하여 현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그 차액 상당을 위법하게 이득할 의사로 현금자동지급기에 그 초과된 금액이 인출되도록 입력하여 그 초과된 금액의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그 인출된 현금에 대한 점유를 취득함으로써 이 때에 그 인출한 현금 총액 중 인출을 위임받은 금액을 넘는 부분의 비율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그 차액 상당액에 관하여 형법 제347조의2(컴퓨터등사용사기)에 규정된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에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로서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나. 따라서 이 사건 피고인이 위 일시경 위 장소에서 공소외 공소외인으로부터 그 소유의 농협현금카드로 20,000원을 인출하여 오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게 된 것을 기화로, 위 지점에 설치되어 있는 피해자 충주농업협동조합이 관리하는 현금자동지급기에 위 현금카드를 넣고 인출금액을 50,000원으로 입력하여 이를 인출한 것도 그 차액 상당에 관하여 우선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검사의 앞에서 본 바와 같은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불허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로 유죄를 인정하든가, 일단 절도죄로의 공소장변경을 허가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변경 후 공소사실로는 유죄가 인정되지 않고, 오히려 변경 전 공소사실이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로 유죄가 인정되는 반면에 이 점에 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필요하기도 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등 이 사건에서의 구체적인 소송진행 경과를 감안하여 그 법률상의 사항에 관한 소송관계를 명료하게 하는 의미에서 검사에게 이러한 법적 관점을 지적하여 주고, 피고인에게도 이러한 법적 관점에 관하여 방어권 행사의 기회를 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받아들인 뒤 그 변경된 공소사실이 절도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위와 같은 사항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 중 이 부분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석명권 행사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는 그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위 변경된 공소사실이 절도죄를 구성한다는 검사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지만, 그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해 그대로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공소사실만을 유죄로 인정하여 그와 같은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