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공SW 지체상금률 방치 안된다(디지털타임스, ‘17.10.9일자)
지체상금은 공공소프트웨어(SW)사업과 같이 정부사업을 수행하는 사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이행을 지체할 경우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손해배상액을 말하며(대법원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 정부도 대가 지급을 지연하면 지연이자를 사업자에게 지불해야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공공SW계약은 쌍무계약으로서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되어야 한다(국가계약법 제5조제1항).
하지만 현행 정부사업의 지체상금 산정방식은 사업자에게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적용되어 형평성을 잃고 있으며, 이로 인해 SW기업의 경영악화가 야기되고 있다. 예컨대 공공SW계약에서 정부가 대가지급을 지연하면 한국은행 통계월보상의 금융기관 대출평균금리(연 3.44%, 2017년 6월)만 이자로 부담하는 반면, SW사업자의 경우 이행지체 시 지체일수마다 적용되는 지체상금률이 통상 ‘계약금액의 1000분의 2.5’로 1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 91.25%나 돼 사업자가 약 27배나 큰 부담을 지고 있다.
하지만 비교법적으로 볼 때, 일본의 경우 ‘공공공사 표준청부계약약관’에서 사업자의 지체상금률과 정부의 대금지급 지연 이자율을 원칙적으로 동일(은행 일반 대출금리 기준, 정부 계약의 지급지연 방지 등에 관한 법률 제8조)하게 규정하여 당사자 간 형평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도 연방조달규정(FAR)상 지연일수에 대해 1일당 일정 금액의 지체상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체상금률을 획일적으로 정하고 있지는 않다(계약당사자간 협의). 다만,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지체상금률은 연 6.08%(1일당 0.017%)~연 11.67%(1일당 0.032%)로 대출 이자율 수준에서 책정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우리나라 지체상금제도의 또 다른 문제는 과도한 지체상금률에도 불구하고 상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연 10% 수준의 상한을 설정하고 있으며, 상한제도가 없는 미국의 경우에도 계약상 지체상금의 상한 설정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상한의 부존재는 사안에 따라 ‘성실한 사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업자가 계약 이행을 포기할 경우 계약보증금만 몰취되는 반면, 끝까지 계약을 이행하려는 사업자에게 오히려 계약보증금을 초과하는 지체상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뜩이나 최저가입찰제 등으로 공공사업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에서 지체상금까지 과도하게 부과될 경우 SW기업은 한 번의 사업 실수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설사 계약공무원이 과도한 지체상금의 감액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경직된 법령에 따라 기계적으로 지체상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사업자는 구제를 받기 위해 지난한 소송을 거쳐야 하며, 실제 법원을 통해 지체상금의 감액이 다수 이루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영세한 중소SW기업의 경우에는 소송을 수행할 여력이 없어 사실상 지체상금의 감액을 다퉈볼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행지체의 원칙적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고, 높은 지체상금률과 상한의 부존재가 사업자의 성실한 이행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주장도 일부 이해되는 측면이 있지만, 이미 정부는 지체상금 부과를 포함해 부정당업자 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의 제재수단을 가지고 있고, 실제 현장에서는 오히려 발주기관의 요구사항 불명확이나 추과 과업 요구 등으로 사업 지체가 발생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대등한 계약원칙을 왜곡할 정도의 과도한 지체상금률 설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불합리를 시정하기 위해서라도 향후 지체상금의 합리적 감액체계를 마련하거나 지체상금률 재조정 및 상한 도입(은행 대출금리 고려) 등의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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