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록위작변작 관련 판결] RAM에 올려진 전자기록이 형법 제232조의2의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대법원 2003. 10. 9. 선고 2000도4993 판결]

【판시사항】

[1]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요건

[2] 지방자치단체의 공사입찰에 있어서 허위서류를 제출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얻고 낙찰자로 결정되어 계약을 체결한 행위에 대하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을 긍정한 사례

[3] 컴퓨터의 기억장치 중 하나인 램(RAM, Random Access Memory)에 올려진 전자기록이 형법 제232조의2의 사전자기록위작·변작죄에서 말하는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4] 원본파일의 변경까지 초래하지는 아니하였으나 램에 올려진 전자기록에 허구의 내용을 권한 없이 수정입력한 경우, 그 자체로 사전자기록변작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함으로써 법령에 의하여 위임된 공무원의 적법한 직무에 관하여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게 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2] 지방자치단체의 공사입찰에 있어서 허위서류를 제출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얻고 낙찰자로 결정되어 계약을 체결한 행위에 대하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을 긍정한 사례.

[3] 형법 제232조의2의 사전자기록위작·변작죄에서 말하는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이라 함은 일정한 저장매체에 전자방식이나 자기방식에 의하여 저장된 기록을 의미한다고 할 것인데, 비록 컴퓨터의 기억장치 중 하나인 램(RAM, Random Access Memory)이 임시기억장치 또는 임시저장매체이기는 하지만, 형법이 전자기록위·변작죄를 문서위·변조죄와 따로 처벌하고자 한 입법취지, 저장매체에 따라 생기는 그 매체와 저장된 전자기록 사이의 결합강도와 각 매체별 전자기록의 지속성의 상대적 차이, 전자기록의 계속성과 증명적 기능과의 관계, 본죄의 보호법익과 그 침해행위의 태양 및 가벌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램에 올려진 전자기록 역시 사전자기록위작·변작죄에서 말하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한다.

[4] 램에 올려진 전자기록은 원본파일과 불가분적인 것으로 원본파일의 개념적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므로, 비록 원본파일의 변경까지 초래하지는 아니하였더라도 이러한 전자기록에 허구의 내용을 권한 없이 수정입력한 것은 그 자체로 그러한 사전자기록을 변작한 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그러한 수정입력의 시점에서 사전자기록변작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형법 제137조/ [2]형법 제137조/ [3]형법 제232조의2/ [4]형법 제232조의2

【원심판결】

광주지법 2000. 10. 16. 선고 2000노629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의 사문서변조, 동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의 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다음과 같은 공소사실에 대하여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금호산업 주식회사의 임직원들인 피고인 1, 피고인 2 , 피고인 3 은 공모하여, 1998. 5. 12.경 광주시에서 발주한 염주종합운동장 주경기장(월드컵 주경기장) 입찰에서 입찰참가자격을 국내외 단일공사 종합운동장 또는 축구전용경기장 관람석 22,500석 이상의 준공실적이 있는 업체로 제한하자, 금호산업 주식회사가 1981. 4. 13. – 1983. 9. 26. 시공한 옥외경기장 관중석 약 3,000석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우나이자 소재 알나즈마 스포츠클럽 건립공사에 관하여 금호건설 주식회사 리야드지점장 명의로 작성된 공사개요서 중 일부를 변조하여 이를 동인 명의로 작성된 ‘공사부진 원인 및 대책’이라는 문건에 편입하여 이를 근거로 해외건설협회로부터 관람석 25,000석 규모의 종합운동장 시설공사 실적증명을 받아내기로 결의하고,

(1) 1997. 10. 24. – 25.경 피고인 2 는 피고인 1 의 지시에 의하여 그 무렵 공고된 함안공설운동장 입찰에 참여할 것처럼 실적증명을 미리 받아두어 염주종합경기장 입찰참가에 대비하기로 하고, 행사할 목적으로 칼과 풀을 이용하여 위 스포츠클럽 공사개요서를 수개 사본하여 공사개요서의 공사내용 부분 중 1) Sports Stadium Stand 면적부분을 1×,×××㎡에서 32,400㎡(25,000 Seat), 5) Sports Stadium Arena부분을 ××,×××㎡에서 103,500㎡, 토목공사 소계 부분을 ×××,×××㎡에서 264,650㎡로 해당 글자를 오려붙인 다음 이를 사본하여 위 ‘공사부진 원인 및 대책’ 문건 중 비어 있는 37-4 페이지 부분에 편철하고 37-4 페이지라고 페이지를 기입하는 방법으로 위 조작된 공사개요서가 마치 위 문서내용 일부인 양 사실증명에 관한 금호건설 주식회사 리야드지점장 이사 강정일 명의의 사문서 1부를 변조하고,

(2) 1997. 10. 27. 해외건설협회 사무실에서 피고인 2는 피고인 1 의 지시를 받아 함안공설운동장 신축공사 입찰관련 실적증명발급요청서를 제출하면서 위와 같이 변조한 ‘공사부진 원인 및 대책’ 문서를 위 스포츠클럽 신축공사 실적증명에 대한 근거 서류로 그 정을 모르는 위 협회 업무진흥실 차장인 피고인 4 에게 제출하여 이를 행사하고,

(3) 1998. 2. 3. 광주시청 회계과 사무실에서 피고인 3 이 염주종합경기장 입찰에 등록하면서 해외건설협회로부터 위 알나즈마 스포츠클럽 경기장이 연면적 103,500㎡, 좌석수 25,000석 규모의 종합운동장이라는 취지로 허위내용이 기재된 위 협회 회장 김대영 명의의 허위의 실적증명서를 발급받아 이를 첨부한 입찰참가신청서를 제출하여 그 정을 모르는 성명불상 광주시 입찰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한 후 같은 해 5. 18. 위 경기장 신축공사의 입찰에 참가하여 1999. 1. 21. 낙찰자로 결정되고 공사계약을 체결하여 위계로써 광주시 경리관 임우진의 시설공사 발주에 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다.

나.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인들이 임의로 위 스포츠클럽에 관한 공사개요서에 변경을 가하여 이를 ‘공사부진 원인 및 대책’이라는 문건의 일부로 편입하고 동 문건을

피고인 4 에게 제출한 사실, 위 ‘공사부진 원인 및 대책’ 문건 자체에 그 작성명의자가 금호건설 주식회사 리야드지점장임이 명시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피고인들이 금호건설 주식회사 리야드지점장 명의의 사문서인 ‘공사부진 원인 및 대책’이라는 문서를 변조, 행사한 것이라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사문서변조 및 동행사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함으로써 법령에 의하여 위임된 공무원의 적법한 직무에 관하여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게 하는 경우에 성립하는바,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인들은 금호산업 주식회사가 국내외 단일공사 종합운동장 또는 축구전용경기장 관람석 22,500석 이상의 준공실적이 없었으므로 광주시가 발주하는 염주종합경기장 입찰에 대한 참가자격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공사실적에 관련된 사문서를 변조한 다음 이를 첨부한 실적증명발급요청서를 해외건설협회에 제출하여 위 입찰참가자격에 적합한 실적증명서을 받아내고, 이를 위 염주종합경기장 입찰참가신청서에 첨부하여 제출함으로써 그 입찰에서 금호산업 주식회사가 낙찰자로 결정되고 공사계약을 체결하게 된 사실, 위 염주종합경기장 입찰공고에서 해외시공실적은 해외건설협회장이 발급하는 실적증명서에 의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이 변조된 서류에 근거하여 해외건설협회장이 발급한 실적증명서에 대하여 입찰담당 공무원이 달리 심사할 방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실적증명서의 기재 내용은 일반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이어서, 입찰담당 공무원이 금호산업 주식회사에 대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금호산업 주식회사가 낙찰자로 결정되어 공사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된 것은 위 피고인들의 위계에 의한 결과라고 할 것이고, 한편 이 사건과 같이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의 입찰에 있어서 입찰참가자결정과 심사 및 낙찰자결정, 그에 따른 공사계약체결 등 일련의 업무는 법령에 의하여 위임된 공무원의 적법한 직무에 관한 것으로서 공무집행방해죄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배임증재, 피고인 4 에 대한 배임수재의 점에 대하여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2는 피고인 1으로부터 위와 같이 실적증명을 발급하여 준 것에 대한 대가로 피고인 4 에게 500만 원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고, 1997. 11. 4. 15:00경 피고인 4 에게 500만 원을 교부하고, 피고인 4 는 이를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4의 금원수수 사실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한편 기록에 의하면,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공사실적증명 업무처리지침’에서는 실적증명신청시 증빙서류(계약서 1부, 발주처 확인서 1부,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사실입증이 곤란한 경우에는 7일간의 보완기간을 두되 보완불가시 증명불가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 사건 실적증명발급요청서에 첨부된 ‘공사부진 원인 및 대책’이라는 문건은 실적증명을 신청하는 금호산업 주식회사에 합병된 금호건설 주식회사의 내부문서로서 도저히 객관적인 증빙자료라고 볼 수 없어, 실적증명발급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인 4로서는 위 ‘해외건설공사실적증명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보완을 명하고 보완이 불가능하면 증명불가조치를 취하여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실적증명서를 발급하여 준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 업무상 임무를 위배하였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배임수재죄에 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피고인 4에 대한 사전자기록변작의 점에 대하여 

형법 제232조의2의 사전자기록위작·변작죄에서 말하는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이라 함은 일정한 저장매체에 전자방식이나 자기방식에 의하여 저장된 기록을 의미한다고 할 것인데, 비록 컴퓨터의 기억장치 중 하나인 램(RAM, Random Access Memory)이 임시기억장치 또는 임시저장매체이기는 하지만, 형법이 전자기록위·변작죄를 문서위·변조죄와 따로 처벌하고자 한 입법취지, 저장매체에 따라 생기는 그 매체와 저장된 전자기록 사이의 결합강도와 각 매체별 전자기록의 지속성의 상대적 차이, 전자기록의 계속성과 증명적 기능과의 관계, 본죄의 보호법익과 그 침해행위의 태양 및 가벌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램에 올려진 전자기록 역시 사전자기록위작·변작죄에서 말하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바와 같이 위 피고인이 이 사건 관련 전산자료를 변경입력한 행위가 비록 원본파일의 변경까지 초래하지는 아니하였더라도, 위 피고인이 조작의 대상으로 삼은 전자기록은 컴퓨터에 연결된 모니터에 표시됨으로써 그 내용이 외부에 표출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모니터에 표시되는 화상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에 표시되기 전에 작업자의 명령 처리를 위하여 임시기억장치인 램에 올라가 있었던 것이고, 그 프로그램 처리 구조상 원본파일로부터 이와 같이 램에 올려지는 임시적 복제파일의 생성이 당연히 예정되어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램에 올려진 전자기록은 원본파일과 불가분적인 것으로 원본파일의 개념적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전자기록에 위 피고인이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그 공범들과 통모하여 허구의 내용을 권한 없이 수정입력한 것은 그 자체로 그러한 사전자기록을 변작한 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그러한 수정입력의 시점에서 사전자기록변작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볼 것이다.

원심의 판단은 다소 그 설시에 있어서 미흡한 점이 있기는 하나 위 피고인에 대한 사전자기록변작에 관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결론에 있어서는 옳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의 변작의 개념 및 사전자기록변작죄의 기수시기에 관한 법리오해나 위 피고인의 목적이나 범의에 관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