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통행료 자동징수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후 업체 선정을 위한 현장성능시험을 시행한 사안

[대법원 2010.5.27. 선고 2008도2344 판결]

【판시사항】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통행료 자동징수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후 업체 선정을 위한 현장성능시험을 시행한 사안에서, 당시 입찰에 참가한 회사가 입찰참여조건을 위반하여 성능시험 자체가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하더라도 도로공사의 위 성능시험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통행료 자동징수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제조구매 입찰을 실시하면서 업체 선정을 위한 현장성능시험을 시행한 사안에서, 당시 입찰에 참가한 회사의 하이패스 시스템이 시험에 관한 기본가정 내지 도로공사의 제안요청서상 요구되는 기술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고 입찰참여조건을 위반하여 성능시험 자체가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하더라도, 위 시험의 개시나 수행과정에서의 하자 정도가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도로공사의 위 성능시험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형법 제314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000 담당변호사 000외 5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08. 2. 19. 선고 2005노8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공소사실의 기재에 있어서 범죄의 일시·장소·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형사소송법의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는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고,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장소·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위와 같이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위 법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1992. 9. 14. 선고 92도1532 판결, 대법원 2002. 6. 20. 선고 2002도80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6. 6. 27. 선고 2005도4177 판결, 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7도7700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이 승용차를 운전하여 시험차량과 나란히 달리고 피고인 2는 전파발생기를 소지한 채 위 승용차 뒷좌석에 탑승하여 시험차량이 갠트리 밑을 통과할 때 갠트리에 설치된 기지국을 향하여 5.8㎓ 주파수대역에서 강한 전파를 발사하여 기지국과 시험차량 단말기 사이의 통신에러를 유발함으로써 도로공사의 이 사건 시험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고,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소사실은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특정되어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주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공소제기가 적법함을 전제로 하여 피고인들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6점에 대하여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면 되고, 그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 또는 행정행위 등이 반드시 적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1747 판결 참조),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그 업무의 개시나 수행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지 아니한 이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6도382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시험 당시의 ○○데이타 하이패스 시스템이 이 사건 시험에 관한 기본가정 내지 도로공사의 제안요청서상 요구되는 하이패스 시스템에 관한 기술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고 입찰참여조건인 TTA 표준을 위반하여 이 사건 시험 자체가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시험의 개시나 수행과정에서의 하자 정도가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시험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상고이유 제2 내지 4점에 대하여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나,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도3273 판결, 대법원 2000. 10. 24. 선고 2000도3307 판결 등 참조).
한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은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 이를 인정하여야 하고,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는 구성요건 사실을 추인하게 하는 간접사실이나 구성요건 사실을 입증하는 직접증거의 증명력을 보강하는 보조사실의 인정자료로도 사용할 수 없다( 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6도635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통신에러가 능동형 주파수 방식 시스템 자체의 결함이나 ○○데이타와 △△통신기술의 각 기지국 또는 각 OBU 간의 전파간섭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외부적 요인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며, 이 사건 통신에러가 외부적 요인 중 인위적인 방해전파에 의하여 발생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들의 범행 당일의 행적, 피고인들이 일반인보다 하이패스 시스템의 통신체계를 잘 알고 있으며, 이 사건 현장성능시험 중 통신 정확도 부분은 총 1,590회의 시험을 실시하여 17회 이상 에러가 발생하면 탈락하도록 되어 있었고 이와 같은 사정을 피고인들도 익히 알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방해전파를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며,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업무방해 행위를 할 만한 동기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이 그 판시 기재와 같이 갠트리에 설치된 기지국을 향해 강한 전파를 발사하여 ○○데이타의 시스템에 통신에러를 일으키게 함으로써 위계로 한국도로공사의 현장성능시험 업무를 방해한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291조 제1항은 “소송관계인이 증거로 제출한 서류나 물건 또는 제272조(공무소 등에 대한 조회), 제273조(공판기일 전의 증거조사)의 규정에 의하여 작성 또는 송부된 서류는 검사, 변호인 또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개별적으로 지시설명하여 조사하여야 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재판장은 직권으로 전항의 서류나 물건을 공판정에서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92조 제1항은 “재판장은 검사, 변호인 또는 피고인에게 증거물을 제시하고 증거물이 서류인 때에는 그 요지를 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293조는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각 증거조사의 결과에 대한 의견을 묻고 권리를 보호함에 필요한 증거조사를 신청할 수 있음을 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절차에 따른 증거조사를 거치지 않은 서류는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어서 이를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을 수 없다 할 것인바( 대법원 1983. 7. 26. 선고 83도1448, 83감도266 판결, 대법원 1995. 12. 12. 선고 94도3271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데이타, 한국전파진흥협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회보는 공판정에서 적법한 증거조사를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어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음에도 원심이 위 각 증거를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의 자료로 설시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위 각 사실조회회보를 제외하고 제1심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나머지 증거들만에 의하더라도 이들 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이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간접사실들에 논리와 경험칙을 적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넉넉하므로, 원심이 위 각 사실조회회보까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삼았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결국 정당하여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고, 나아가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사실을 인정한 위법 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