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록 위변작] 전자기록에 관한 시스템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다는 것의 의미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1] 전자기록에 관한 시스템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다는 것의 의미
[2]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 말하는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의 의미
[3] 법인이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하여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을 목적으로 전산망 시스템을 구축하여 설치·운영하는 경우, 위 시스템에 제공되어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이 이루어지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이 법인의 임직원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4] 공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 말하는 전자기록의 ‘위작’에,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을 목적으로 구축하여 설치·운영하는 시스템의 설치·운영 주체와의 관계에서 전자기록의 생성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전자기록을 작출하거나 전자기록의 생성에 필요한 단위정보의 입력을 하는 경우 외에 시스템의 설치·운영 주체로부터 각자의 직무 범위에서 개개의 단위정보의 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위 법리는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 행위의 태양으로 규정한 ‘위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전자기록에 관한 시스템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다는 것은 입력된 내용과 진실이 부합하지 아니하여 그 전자기록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
[2] 형법 제232조의2에서 말하는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란 위작 또는 변작된 전자기록이 사용됨으로써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을 목적으로 구축·설치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주체인 개인 또는 법인의 사무처리를 잘못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
[3] 법인이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하여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을 목적으로 전산망 시스템을 구축하여 설치·운영하는 경우 위 시스템을 설치·운영하는 주체는 법인이고, 법인의 임직원은 법인으로부터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의 권한을 위임받아 그 업무를 실행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따라서 법인이 설치·운영하는 전산망 시스템에 제공되어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이 이루어지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은 그 법인의 임직원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한다.
[4] [다수의견] 형법 제227조의2의 공전자기록등위작죄는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위작 또는 변작한 경우에 성립한다. 대법원은, 형법 제227조의2에서 위작의 객체로 규정한 전자기록은 그 자체로는 물적 실체를 가진 것이 아니어서 별도의 표시·출력장치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보거나 읽을 수 없고, 그 생성 과정에 여러 사람의 의사나 행위가 개재됨은 물론 추가 입력한 정보가 프로그램에 의하여 자동으로 기존의 정보와 결합하여 새로운 전자기록을 작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그 이용 과정을 보아도 그 자체로서 객관적·고정적 의미를 가지면서 독립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 또는 법인이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을 목적으로 구축하여 설치·운영하는 시스템에서 쓰임으로써 예정된 증명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시스템을 설치·운영하는 주체와의 관계에서 전자기록의 생성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전자기록을 작출하거나 전자기록의 생성에 필요한 단위정보의 입력을 하는 경우는 물론 시스템의 설치·운영 주체로부터 각자의 직무 범위에서 개개의 단위정보의 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도 형법 제227조의2에서 말하는 전자기록의 ‘위작’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위 법리는 형법 제232조의2의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 행위의 태양으로 규정한 ‘위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법 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법 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을 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문언이 가지는 가능한 의미의 범위 안에서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하여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 해석을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나) 일반 국민은 형법 제20장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서죄와 전자기록죄의 각 죄명에 비추어 형법 제227조의2와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위작)’이란 ‘위조(위조)’와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위조(위조)’에서의 ‘위(위)’와 ‘허위작성(허위작성)’에서의 ‘작(작)’이 결합한 단어이거나 ‘허위작성(허위작성)’에서 ‘위작(위작)’만을 추출한 단어로 받아들이기 쉽다. 형법에서의 ‘위작’의 개념은 형법이 그에 관한 정의를 하지 않고 있고, 해당 문언의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범죄구성요건으로서의 적절한 의미 해석을 바로 도출해 내기 어려우므로, 결국은 유사한 다른 범죄구성요건과의 관계에서 체계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의 포섭 범위에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이러한 해석이 ‘위작’이란 낱말이 가지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났다거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 또는 확장해석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 전자기록의 작성·수정·열람·삭제 등(이하 ‘작성 등’이라고 한다)을 위해 시스템이 요구하는 본인확인 절차를 거친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전자기록의 작성 등을 할 권한이 있다. 그런데 전자기록은 작성명의인을 특정하여 표시할 수 없고, 생성 과정에 여러 사람의 의사나 행위가 개재됨은 물론 개개의 입력한 정보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의하여 자동으로 기존의 정보와 결합하여 가공·처리됨으로써 새로운 전자기록이 만들어지므로 문서죄에서와 같은 작성명의인이란 개념을 상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전자기록의 특성 이외에도 사전자기록등위작죄를 사문서위조죄와 비교해 보면 두 죄는 범행의 목적, 객체, 행위 태양 등 구성요건이 서로 다르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형법 제232조의2가 정한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 ‘위작’의 의미를 작성권한 없는 사람이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명의를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한 경우에 성립하는 사문서위조죄의 ‘위조’와 반드시 동일하게 해석하여 그 의미를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
(라)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공포되어 1996. 7. 1.부터 시행된 개정 형법의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을 고려하면, 컴퓨터 등 전산망 시스템을 이용하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사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 작성 등에 관하여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를 ‘위작’의 범위에서 제외하여 축소해석하는 것은 입법자의 의사에 반할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전과 시대적·사회적 변화에도 맞지 않는 법 해석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마) 동일한 법령에서의 용어는 법령에 다른 규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한다. 공전자기록등위작죄와 사전자기록등위작죄는 행위의 객체가 ‘공전자기록’이냐 아니면 ‘사전자기록’이냐만 다를 뿐 다른 구성요건은 모두 동일하고, 두 죄 모두 형법 제20장(문서에 관한 죄)에 규정되어 있다. 나아가 형법은 사문서의 경우 유형위조(제231조)만을 처벌하면서 예외적으로 무형위조(제233조)를 처벌하고 있는 반면, 공문서의 경우에는 유형위조(제225조)뿐만 아니라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어 무형위조(제227조)를 함께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전자기록등위작죄를 문서위조죄에 대응하는 죄로 보아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사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에 대하여 사전자기록등위작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에 상응하여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공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에 대하여도 형법 제227조의2에서 정한 공전자기록등위작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는 권한 있는 사람의 허위공문서작성을 처벌하고 있는 형법과도 맞지 않아 부당하다. 특히 전산망 시스템의 구축과 설치·운영에는 고도의 기술성·전문성·신뢰성을 요하므로 허위의 전자기록을 작성한 경우에는 처벌할 필요성이 문서에 비해 훨씬 더 크다.
(바) 사전자기록등위작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작’ 이외에도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과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이란 구성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형법 제232조의2에 정한 전자기록과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에 관한 판례의 법리에 따르면 해당 전자기록이 시스템에서 쓰임으로써 예정된 증명적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거나, 위 시스템을 설치·운영하는 주체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 없다면 사전자기록등위작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의 개념에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를 포함하더라도 처벌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사) 문서죄에 관한 우리나라 형법과 일본 형법은 그 체계가 유사하고, 일본 형법 제161조의2 제1항이 규정한 사전자적기록부정작출죄의 ‘부정작출’에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전자적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를 포함할 경우 문서죄와의 체계가 맞지 않게 되는 문제점도 동일하다. 그럼에도 일본 형법 제161조의2가 신설될 당시의 입법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를 입력할 권한을 갖는 사람으로서 진실한 데이터를 입력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시스템 설치자의 의사에 반하여 허위의 데이터를 입력하는 행위’도 ‘부정작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일본의 태도는 우리가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의 개념을 해석하면서 참고할 수 있다.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의 취지는 사전자기록 등(이하 ‘전자기록 등’을 ‘전자기록’이라고만 한다)의 ‘위작’에 유형위조는 물론 권한남용적 무형위조도 포함된다는 것으로, 이는 ‘위작’이라는 낱말의 사전적 의미에 맞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유형위조와 무형위조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 형법 체계에서 일반인이 예견하기 어려운 해석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헌법은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헌법 제13조 제1항).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은 명확하여야 하고, 특히 형벌에 관한 법률은 국가기관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도록 무엇보다 명확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형벌법규는 어떠한 행위를 처벌할 것인지 일반인이 예견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를 결정해 나가기에 충분한 기준이 될 정도의 의미와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는 형벌법규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 될 수 있으므로, 불명확한 규정을 헌법에 맞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 형법에는 ‘위작’에 관한 정의 규정이 없다. 전자기록과 관련하여 ‘위작’이란 용어는 일반 국민이 흔히 사용하는 단어도 아니다. 따라서 수범자인 일반 국민은 ‘위작’의 사전적인 정의 또는 ‘위작’이란 용어가 사용된 형법을 통해서는 ‘위작’이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의 개념은 위 조항이 규정되어 있는 형법 제20장 ‘문서에 관한 죄’와 관련지어 체계적으로 그리고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형법은 문서에 관한 유형위조의 행위 태양을 위조·변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사전자기록의 위작·변작은 이러한 형법 조문의 위조·변조와 대응한다. 그리고 사문서위조죄(제231조)와 사전자기록위작죄(제232조의2)를 비교해 볼 때 두 죄는 행위의 객체가 종이 문서이냐 아니면 전자기록이냐에 따른 차이를 제외하면 구성요건의 형식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법정형도 동일하다. 일반인으로서는 정의 규정도 없는 상태에서 사전에도 없고 일상적으로 사용되지도 않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의 위작’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알 수 없고, 다만 형법의 문서에 관한 죄의 장에 함께 규정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문서위조와 유사한 의미라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다수의견과 같이 ‘위작’의 의미를 위조의 ‘위’와 허위작성의 ‘작’이 결합한 단어로서 유형위조와 무형위조를 포괄하는 의미라고 보는 태도는 문서에 관한 형법 조문의 대응 관계, 유형위조와 무형위조를 준별하고 있는 형법의 체계, 그리고 문서에 관한 죄에 대한 일반인의 관념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다.
사전자기록위작죄에서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은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사문서위조죄에서의 ‘행사할 목적’보다 처벌대상을 한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근거로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에 허위작성을 포함시켜 처벌범위를 넓히는 것은 형법이 고의 외에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을 규정한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처벌범위의 확장에 따라 일반 국민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그 밖에도 주관적 구성요건과 객관적 구성요건은 증명 방법에 차이가 있어 주관적 구성요건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죄 혐의를 벗어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사전자기록위작죄의 구성요건의 형식과 내용, 그 법정형, 사문서위조죄에 관한 형법의 태도, 그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확립된 관념 등에 비추어 보면,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은 유형위조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불명확성에 따른 위헌 소지를 제거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문서위조와 사전자기록위작을 달리 규율할 합리적 이유가 없음에도, 유형위조만을 처벌하는 사문서위조와 달리 사전자기록위작에 대해서는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에 무형위조를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명확한 용어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합리적 이유 없이 문언의 의미를 확장하여 처벌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는 것이어서,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한다.
(나)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에 다수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허위의 전자기록 작성을 포함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였다고 하더라도, 입법자의 의사는 법 해석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여러 가지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어서, 법원이 ‘위작’의 개념을 입법자의 의사와 달리 해석하더라도 형벌법규의 해석방법을 벗어난 것이 아니다. 사법부의 역할은 법이 무엇인지 선언하는 것이고, 잘못된 입법은 새로운 입법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정도(정도)이다. 잘못된 입법에 대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 새로운 의미를 창설하는 수준의 해석을 통하여 처벌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입법의 불비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다) 전자기록의 허위작성 행위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있다는 이유로 불명확한 규정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면 적절한 입법을 통하여 해결할 일이지 불명확한 규정을 확대해석함으로써 해결하려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특히 공전자기록과 사전자기록에서 말하는 ‘위작’을 동일한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공전자기록의 무형위조를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사전자기록의 무형위조도 함께 처벌되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사법부의 역할은 개인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일이고, 시대적 상황에 따라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로 명확하지 않은 처벌규정을 확장해석하는 방법으로 사회를 규율하겠다는 태도는 사법부의 본분을 넘어서는 것이다.
(라) 우리 형법에서 전자기록 관련 범죄의 행위 태양은 ‘위작’인 반면, 일본 형법에서는 ‘부정작출(부정작출)’로 되어 있어 용어가 서로 다르다. 일본 형법은 ‘작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무형위조를 포함하는 의미를, 그리고 그 앞에 ‘부정’이라는 용어를 추가하여 권한을 남용하는 행위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법문 자체에서 권한남용적 무형위조라는 해석을 도출할 수 있다. 이처럼 행위 태양에 관한 용어가 서로 다른 점에 비추어 볼 때, ‘위작’의 개념을 ‘부정작출’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일본 형법과 동일하게 해석할 수 없다.
(마) 우리 형법이 사문서의 무형위조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공문서와 달리 사적 자치의 영역에는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형법의 태도는 문서가 아닌 전자기록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회사는 그 영업을 함에 있어 진실에 부합하는 전자기록 이외에도 부득이한 상황에서 진실에 일부 부합하지 않는 허위내용이 담긴 전자기록을 작성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허위내용이 담긴 사전자기록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작성권자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모두 ‘위작’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당초 수사 중인 피의사실과 관련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허위내용이 담긴 사전자기록을 발견하여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등 수사권 남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이 경우 회사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음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무형위조와 유형위조에 관한 일반인의 관념이 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에 사문서위조죄에서의 ‘위조’와 달리 무형위조를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이러한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요컨대,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이란 전자기록의 생성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전자기록을 작성하거나 전자기록의 생성에 필요한 단위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바) 다수의견은 사전자기록의 허위작성을 처벌대상으로 삼으면서도 권한을 남용한 경우로 제한함으로써 ‘위작’에 관한 부당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사전자기록위작죄에서 ‘위작’이라는 하나의 용어로 유형위조와 무형위조를 모두 처벌하게 되는 부당성을 완화하기 위한 절충적 태도라고 볼 수 있으나, 형법 규정상으로는 권한남용적 허위작성이라는 해석을 도출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사) 대리인과 달리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의 행위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구성부분, 즉 기관으로서 회사의 행위 자체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회사는 의사결정기관을 통해 결정된 회사의 의사를 대표이사를 통해 실현하고, 대표이사의 행위가 곧 회사의 행위이므로, 회사의 의사에 반하는 대표이사의 의사 및 행위를 상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전자기록위작죄에서 말하는 ‘위작’의 의미를 다수의견과 같이 보더라도, 대표이사가 당해 회사가 설치·운영하는 시스템의 전자기록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것은 회사의 의사에 기한 회사의 행위로서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인 회사의 의사에 반한다고 할 수 없어 권한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참조조문】
[1] 형법 제232조의2 [2] 형법 제232조의2 [3] 형법 제232조의2 [4]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 형법 제225조, 제227조, 제227조의2, 제231조, 제232조의2, 제23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도1978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9010 판결
[2]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도938 판결(공2008하, 1010)
[4]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4도6132 판결(공2005하, 1191)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공2009상, 724)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두20089 판결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공2013상, 891)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공2016상, 596)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6299 판결
대법원 2017. 12. 7. 선고 2017도10122 판결(공2018상, 239)
헌법재판소 2016. 11. 24. 선고 2015헌가23 전원재판부 결정(헌공242, 1825)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000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7. 23. 선고 2019노39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한이 지난 후에 제출된 피고인 2의 각 상고이유 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전자기록등위작 및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 부분에 관하여
가. 사건의 개요 및 쟁점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1은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업체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회사 업무 전반을 총괄하였고, 피고인 2는 공소외 1 회사의 사내이사로서 회사의 자금 등을 관리하였다.
피고인들은 2018. 1. 5.경 공소외 1 회사라는 상호로 인터넷상 가상화폐 거래소(이하 ‘이 사건 거래소’라고 한다)를 개장하면서, 마치 많은 회원들이 공소외 1 회사가 구축·설치하여 위 거래소에서 사용 중인 가상화폐 거래시스템(이하 ‘이 사건 거래시스템’이라고 한다)을 이용해 매매주문을 내고 그에 따라 매매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처럼 꾸미기 위하여, 위 거래시스템상 차명계정을 생성하고, 그 차명계정에 실제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원화(KRW)와 가상화폐(이하 ‘원화 등’이라고 한다)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원화 포인트와 가상화폐 포인트(이하 ‘원화 포인트 등’이라고 한다)를 허위 입력한 다음, 속칭 ‘봇 프로그램’ 내지 ‘마켓메이킹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자동주문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위 차명계정을 주문자로 하고 위와 같이 허위 입력한 원화 포인트 등에 대한 매매주문을 내기로 모의하였다.
가) 피고인들은 이 사건 거래소 개장 직전인 2018. 1. 5. 08:18경 ‘봇 프로그램’의 구동을 위하여 필요한 차명계정과 원화 포인트 등을 생성시키기 위하여 이 사건 거래시스템의 관리자 계정에 접속한 다음 회원아이디 ‘(회원아이디명 1 생략)’, 계정명 ‘피고인 1’ 등으로 된 차명계정(ID) 5개를 생성한 후 총 30회에 걸쳐 위 차명계정에 계정별로 원화 포인트 등의 보유량 정보를 조작 입력하여 각 위작하고, 이를 위 거래시스템상 표시하여 각 행사하였다.
나) 피고인들은 이 사건 거래시스템상 생성한 차명계정과 허위 입력한 원화 포인트 등을 이용해 매매주문을 내던 중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는 등 부작용이 생기자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봇 프로그램’을 일부 보완하는 한편 더 많은 차명계정을 생성해 원화 포인트 등을 이용한 매매주문을 내기로 마음먹고, 2018. 1. 19. 10:51경 위 관리자 계정에 접속한 다음 회원아이디 ‘(회원아이디명 2 생략)’, 계정명 ‘공소외 2’ 등으로 된 차명계정 10개를 새롭게 생성한 후 총 60회에 걸쳐 위 차명계정에 계정별로 원화 포인트 등의 보유량 정보를 조작 입력하여 각 위작하고, 이를 위 거래시스템상 표시하여 각 행사하였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이 공소외 1 회사의 사전자기록인 이 사건 거래시스템상 차명계정에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한 것은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것에 해당하고, 이는 피고인들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위 거래시스템의 설치·운영주체인 공소외 1 회사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한 것으로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을 위작한 것이므로 사전자기록의 위작에 해당한다.
3) 피고인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가) 차명계정의 명의인들은 공소외 1 회사에 차명계정에 입력된 원화 포인트 등에 상응하는 원화 등의 출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인들이 차명계정에 입력한 원화 포인트 등은 ‘허위’의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피고인들은 투기세력에 의한 시세조작을 막고 이 사건 거래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차명계정에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한 것이므로, 피고인들에게는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 없었다.
다) 피고인 1은 공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 지위에서 이 사건 거래시스템상 차명계정에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한 것이므로 위 거래시스템은 ‘타인’의 전자기록에 해당하지 않는다.
라) 정보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사전자기록에 입력한 정보가 허위이더라도 이는 형법 제232조의2의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 정한 ‘위작’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허위’의 정보 해당 여부
1) 전자기록에 관한 시스템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다는 것은 입력된 내용과 진실이 부합하지 아니하여 그 전자기록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도1978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9010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과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공소외 1 회사는 가상화폐거래에 관한 정보를 전자적 방식에 의해 생성·처리·저장·출력할 수 있도록 인터넷과 연결된 이 사건 거래시스템을 구축하여 이 사건 거래소를 개설하였다. 이 사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거래를 하고자 하는 고객들은 공소외 1 회사 이용약관이 정한 바에 따라 아이디(이메일 주소), 실명 및 비밀번호 등을 비롯한 회원정보를 기재한 후 약관에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여야 하고, 그 후 고객들은 휴대폰 등을 통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가상화폐의 입출금 및 거래를 할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거래시스템은 고객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나 전자지갑(이하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이라고 한다)에 원화 등을 입금하면 그에 상응하는 원화 포인트 등이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구조로, 위 거래시스템의 관리자이더라도 고객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실제 입금한 원화 등과 그에 상응하여 고객들 계정에 나타나는 원화 포인트 등에 불일치가 있는 것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한 원화 포인트 등 생성에 관여할 수 없다.
나) 공소외 1 회사가 공소외 3 주식회사에 의뢰하여 설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웹사이트 솔루션’에는 관리자가 포인트를 수기 입력할 때 “포인트 수기입력은 거래내역, 전산내역 등이 안 맞을 경우에만 입력하는 기능으로 긴급상황 시에만 사용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팝업창이 뜨게 되어 있는데, 피고인들이 실제 입금 없이 원화 포인트 등을 차명계정에 입력할 당시에는 위와 같은 긴급상황이 존재하지 아니하였다.
다) 이 사건 거래소의 고객들은 자신들 명의의 계정에 표시된 원화 포인트 등에 상응하는 원화 등의 출금을 공소외 1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반면, 피고인들이 생성한 차명계정의 명의인들은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원화 등을 입금한 적이 없어 공소외 1 회사에 대하여 해당 차명계정에 입력된 원화 포인트 등에 상응하는 원화 등의 출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않았다.
3) 위와 같은 사실과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원화 등을 실제 입금하지 않았음에도 차명계정에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한 행위는 공소외 1 회사가 설치·운영하는 이 사건 거래시스템상 차명계정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 인정 여부
1) 형법 제232조의2에서 말하는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란 위작 또는 변작된 전자기록이 사용됨으로써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을 목적으로 구축·설치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주체인 개인 또는 법인의 사무처리를 잘못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도938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과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거래를 하는 고객들은 모두 실제 입금한 원화 등에 상응하는 원화 포인트 등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거래상대방 역시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원화 등을 입금한 일반인이라는 전제하에 가상화폐거래를 하였다.
나) 이 사건 거래소에서 이루어진 거래 중에는 피고인들이 허위의 원화 포인트 등을 입금한 차명계정을 통해 이루어진 거래도 있었는데, 일반 고객들은 이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였다.
다) 고객들의 주된 관심사는 가상화폐거래 종료 후 보유하게 되는 원화 포인트 등을 실제 원화 등으로 전환하여 출금이 가능한지 여부였다. 그런데 고객들이 이 사건 거래소에 원화 포인트 등에 상응하는 원화 등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리고 실질적인 거래상대방이 피고인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 사건 거래소를 신뢰하지 않아 위 거래소에서 가상화폐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 한편 이 사건 거래소는 고객들의 가상화폐거래 등에 따른 수수료 취득을 주된 수익으로 하였다. 그런데 고객들이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거래를 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 거래소 운영에 따른 공소외 1 회사의 수익은 현저히 줄어들었을 것임은 분명하다.
마) 또한 고객들이 피고인들의 행위를 이유로 공소외 1 회사를 상대로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은 종국적으로 공소외 1 회사가 부담하게 된다. 그리고 피고인들이 이 사건 거래시스템의 관리자 계정에 접속해 실제 입금 없이 원화 포인트 등을 차명계정에 입력할 경우 당초 거래시스템이 예상하지 못한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다.
3) 위와 같은 사실과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이 사건 거래시스템의 운영 목적과 취지 등에 반하는 것으로서 피고인들에게는 공소외 1 회사의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타인’의 전자기록 해당 여부
1) 법인이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하여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을 목적으로 전산망 시스템을 구축하여 설치·운영하는 경우 위 시스템을 설치·운영하는 주체는 법인이고, 법인의 임직원은 법인으로부터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의 권한을 위임받아 그 업무를 실행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따라서 법인이 설치·운영하는 전산망 시스템에 제공되어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이 이루어지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은 그 법인의 임직원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한다.
2)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소외 1 회사가 설치·운영하는 이 사건 거래시스템에서 생성·처리·저장·출력되는 전자기록은 공소외 1 회사의 임직원인 피고인들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전자기록에 해당한다.
마. ‘위작’ 해당 여부
1) 형법 제227조의2의 공전자기록등위작죄는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위작 또는 변작한 경우에 성립한다. 대법원은, 형법 제227조의2에서 위작의 객체로 규정한 전자기록은 그 자체로는 물적 실체를 가진 것이 아니어서 별도의 표시·출력장치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보거나 읽을 수 없고, 그 생성 과정에 여러 사람의 의사나 행위가 개재됨은 물론 추가 입력한 정보가 프로그램에 의하여 자동으로 기존의 정보와 결합하여 새로운 전자기록을 작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그 이용 과정을 보아도 그 자체로서 객관적·고정적 의미를 가지면서 독립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 또는 법인이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정보의 생성·처리·저장·출력을 목적으로 구축하여 설치·운영하는 시스템에서 쓰임으로써 예정된 증명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시스템을 설치·운영하는 주체와의 관계에서 전자기록의 생성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전자기록을 작출하거나 전자기록의 생성에 필요한 단위정보의 입력을 하는 경우는 물론 시스템의 설치·운영 주체로부터 각자의 직무 범위에서 개개의 단위정보의 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도 형법 제227조의2에서 말하는 전자기록의 ‘위작’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5. 6. 9. 선고 2004도6132 판결). 위 법리는 형법 제232조의2의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 행위의 태양으로 규정한 ‘위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6299 판결). 이와 같은 위작에 관한 대법원의 법리는 타당하므로 이 사건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할 때에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실정법이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 대하여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즉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도록 해석할 것도 요구된다. 요컨대, 법 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앞에서 본 법 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참조).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을 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문언이 가지는 가능한 의미의 범위 안에서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하여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 해석을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 대법원 2017. 12. 7. 선고 2017도10122 판결 등 참조).
나)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위작’을 ‘다른 사람의 작품을 흉내 내어 비슷하게 만드는 일 또는 그 작품’, ‘저작권자의 승낙을 얻지 아니하고, 그의 저작물을 똑같이 만들어 발행하는 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형법 제20장(문서에 관한 죄)에는 제225조에서 공문서위조죄를, 제227조에서 허위공문서작성죄를, 제227조의2에서 공전자기록등위작죄를, 제231조에서 사문서위조죄를, 제232조의2에서 사전자기록등위작죄를 각 규정하고 있다. 일반 국민은 형법 제20장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서죄와 전자기록죄의 각 죄명에 비추어 형법 제227조의2와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위작)’이란 ‘위조(위조)’와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위조(위조)’에서의 ‘위(위)’와 ‘허위작성(허위작성)’에서의 ‘작(작)’이 결합한 단어이거나 ‘허위작성(허위작성)’에서 ‘위작(위작)’만을 추출한 단어로 받아들이기 쉽다. 형법에서의 ‘위작’의 개념은 형법이 그에 관한 정의를 하지 않고 있고, 해당 문언의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범죄구성요건으로서의 적절한 의미 해석을 바로 도출해 내기 어려우므로, 결국은 유사한 다른 범죄구성요건과의 관계에서 체계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의 포섭 범위에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이러한 해석이 ‘위작’이란 낱말이 가지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났다거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 또는 확장해석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 시스템 관리자는 시스템 설치·운영자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하여 시스템을 유지·관리하는 사람으로서 시스템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시스템 설치·운영자로부터 위임받은 권한 범위 내에서 해당 시스템에 접속하여 전자기록의 작성·수정·열람·삭제 등(이하 ‘작성 등’이라고 한다)을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이용자는 시스템 설치·운영자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시스템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만 해당 시스템에 접속하여 정보자원을 활용하거나 전자기록의 작성 등을 할 수 있다.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사전자기록등위작죄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이다. 위 형벌규정이 보호하고자 하는 전자기록 내용의 진정성에 대한 공공의 신용은 권한 없는 사람이 전자기록의 작성 등에 관여한 경우뿐만 아니라, 권한이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에도 위험성이 발생될 수 있다. 나아가 시스템 관리자라고 하더라도 그가 시스템 설치·운영자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초월하거나 남용하여 전자기록의 작성 등을 한 경우에는 위 형벌규정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이 침해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전자기록의 작성 등을 위해 시스템이 요구하는 본인확인 절차를 거친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전자기록의 작성 등을 할 권한이 있다. 그런데 전자기록은 작성명의인을 특정하여 표시할 수 없고, 생성 과정에 여러 사람의 의사나 행위가 개재됨은 물론 개개의 입력한 정보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의하여 자동으로 기존의 정보와 결합하여 가공·처리됨으로써 새로운 전자기록이 만들어지므로 문서죄에서와 같은 작성명의인이란 개념을 상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전자기록의 특성 이외에도 사전자기록등위작죄를 사문서위조죄와 비교해 보면 두 죄는 범행의 목적, 객체, 행위 태양 등 구성요건이 서로 다르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형법 제232조의2가 정한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 ‘위작’의 의미를 작성권한 없는 사람이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명의를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한 경우에 성립하는 사문서위조죄의 ‘위조’와 반드시 동일하게 해석하여 그 의미를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
라) 정부는 1992. 7. 7. 전부개정 형식의 형법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제309조에서 공전자기록위작·변작죄를, 제315조에서 사전자기록위작·변작죄를 두었다. 그러나 전부개정 형식의 위 형법개정법률안은 개정내용 중에 의견이 대립되는 부분이 많이 있을 뿐만 아니라 형법의 전부개정에 따른 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1995. 12. 2. 폐기되었다. 다만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사회변화에 맞추어 시급히 개정되어야 할 부분을 발췌·정리하여 1995. 12. 1. 형법중개정법률안(대안)을 제안하였고, 위 형법중개정법률안(대안)이 1995. 12. 2. 의결됨으로써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공포되어 1996. 7. 1.부터 시행되었다(이하 ‘개정 형법’이라고 한다). 위와 같은 개정 과정에서 당초 정부가 제안한 제309조는 개정 형법 제227조의2로, 제315조는 개정 형법 제232조의2로 의결·신설되었다. 한편 정부가 1992. 10. 작성한 ‘형법개정법률안 제안이유서’에는 제309조 및 제315조에서의 ‘위작’이란 ‘권한 없이 전자기록 등을 만드는 경우뿐 아니라 허위내용의 전자기록을 만드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993. 3. 작성한 ‘형법개정법률안심사자료’에도 동일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1995년 형법 개정 당시 국회에서 ‘위작’의 개념과 관련하여 추가로 논의되었다고 볼 자료는 없다. 이러한 형법 개정 과정에 따르면 비록 정부의 전부개정 형식의 형법개정법률안이 폐기되었더라도,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에 ‘허위의 전자기록을 만드는 경우’도 포함한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였음은 명확하다.
개정 형법에서는 공전자기록등위작죄(형법 제227조의2)와 사전자기록등위작죄(제232조의2)가 신설된 이외에도 제140조 제3항이 신설되어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낸 자’도 공무상비밀표시무효죄로 처벌받게 되었고, 제314조 제2항이 신설되어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도 업무방해죄로 처벌받게 되었으며, 제316조 제2항이 신설되어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낸 자’도 비밀침해죄로 처벌받게 되었다. 이와 함께 형법 제141조 제1항(공용서류 등의 무효), 제228조(공정증서원본 등의 불실기재) 제1항, 제323조(권리행사방해), 제366조(재물손괴등)에서의 행위의 객체에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이 추가되었다. 개정 형법은 1953년 형법 제정 이래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의 발전과 윤리의식의 변화로 발생한 법규범과 현실과의 괴리를 해소하고, 우리 사회의 산업화·정보화의 추세에 따른 컴퓨터범죄 등 신종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여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함과 아울러 현행규정의 시행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이 주된 개정 이유였다. 그런데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한 범죄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획기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전자기록등위작죄가 신설된 당시에 비해 더 한층 많이 발생하고 있고, 그 형태도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추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개정 형법의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을 고려하면, 컴퓨터 등 전산망 시스템을 이용하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사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 작성 등에 관하여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를 ‘위작’의 범위에서 제외하여 축소해석하는 것은 입법자의 의사에 반할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전과 시대적·사회적 변화에도 맞지 않는 법 해석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마) 동일한 법령에서의 용어는 법령에 다른 규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두20089 판결 등 참조).
공전자기록등위작죄와 사전자기록등위작죄는 행위의 객체가 ‘공전자기록’이냐 아니면 ‘사전자기록’이냐만 다를 뿐 다른 구성요건은 모두 동일하고, 두 죄 모두 형법 제20장(문서에 관한 죄)에 규정되어 있다. 대법원은 이미 공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의 ‘위작’의 의미에 관하여, 시스템의 설치·운영 주체로부터 각자의 직무 범위에서 개개의 단위정보의 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도 형법 제227조의2에서 말하는 전자기록의 ‘위작’에 포함된다고 판시해 왔고(위 대법원 2004도6132 판결, 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7도3798 판결,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1도1415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도1379 판결 등 참조),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위 대법원 2016도6299 판결). 이처럼 대법원은 형법상 ‘위작’의 의미에 관하여 명확하고 일관된 입장을 취하여 왔고, 이러한 법리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만한 근거는 찾을 수 없다.
나아가 형법은 사문서의 경우 유형위조(제231조)만을 처벌하면서 예외적으로 무형위조(제233조)를 처벌하고 있는 반면, 공문서의 경우에는 유형위조(제225조)뿐만 아니라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어 무형위조(제227조)를 함께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전자기록등위작죄를 문서위조죄에 대응하는 죄로 보아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사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에 대하여 사전자기록등위작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에 상응하여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공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에 대하여도 형법 제227조의2에서 정한 공전자기록등위작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는 권한 있는 사람의 허위공문서작성을 처벌하고 있는 형법과도 맞지 않아 부당하다.
특히 전산망 시스템의 구축과 설치·운영에는 고도의 기술성·전문성·신뢰성을 요하므로 허위의 전자기록을 작성한 경우에는 처벌할 필요성이 문서에 비해 훨씬 더 크다.
바) 사전자기록등위작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작’ 이외에도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과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이란 구성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형법 제232조의2에 정한 전자기록과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에 관한 판례(위 대법원 2004도6132 판결, 위 대법원 2008도938 판결 등 참조)의 법리에 따르면 해당 전자기록이 시스템에서 쓰임으로써 예정된 증명적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거나, 위 시스템을 설치·운영하는 주체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 없다면 사전자기록등위작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의 개념에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행위를 포함하더라도 처벌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사) 우리나라 형법과 유사하게 ‘사람[인]의 사무처리를 그르칠 목적으로 그 사무처리용으로 제공하는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전자적기록을 부정하게 작출한 자’를 처벌하는 일본 형법도 우리나라 형법과 동일하게 공문서에 대해서는 유형위조(제155조)와 무형위조(제156조)를 모두 처벌하면서도 사문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유형위조(제159조)만을 처벌하고, 예외적으로 의사의 허위진단서 등 작성을 처벌(제160조)하고 있다. 즉 문서죄에 관한 우리나라 형법과 일본 형법은 그 체계가 유사하고, 일본 형법 제161조의2 제1항이 규정한 사전자적기록부정작출죄의 ‘부정작출’에 권한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전자적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를 포함할 경우 문서죄와의 체계가 맞지 않게 되는 문제점도 동일하다. 그럼에도 일본 형법 제161조의2가 신설될 당시의 입법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를 입력할 권한을 갖는 사람으로서 진실한 데이터를 입력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시스템 설치자의 의사에 반하여 허위의 데이터를 입력하는 행위’도 ‘부정작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일본의 태도는 우리가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의 개념을 해석하면서 참고할 수 있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과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 1은 이 사건 거래시스템의 관리자로서 관리자 계정에 접근할 권한은 있다. 그러나 피고인 1의 위와 같은 권한은 관리자로서 위 거래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고객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실제 입금한 원화 등과 그에 상응하여 고객들 계정에 나타나는 원화 포인트 등이 불일치하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위 거래시스템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접근할 권한이 있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피고인 1은 위 거래시스템을 유지·관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봇 프로그램을 통해 이 사건 거래소에서의 가상화폐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외관을 만들기 위해 원화 등의 실제 입금 없이 차명계정에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하였다.
나) 이 사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거래를 하고자 하는 고객들은 공소외 1 회사 이용약관이 정한 바에 따라 아이디(이메일 주소), 실명 및 비밀번호 등을 비롯한 회원정보를 기재하고 약관에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등 이 사건 거래소에 회원가입을 한 다음, 휴대폰 등을 통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가상화폐거래 및 입출금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 거래시스템은 고객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원화 등을 입금하면 그에 상응하는 원화 포인트 등이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구조로, 위 거래시스템의 관리자이더라도 고객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실제 입금한 원화 등과 그에 상응하여 고객들 계정에 나타나는 원화 포인트 등에 불일치가 있는 것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원화 포인트 등 생성에 관여할 수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피고인 1이 위 거래시스템의 관리자로서 관리자 계정에 접근할 권한이 있음을 이용하여 공소외 1 회사 이용약관이 정한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2차례에 걸쳐 합계 15개의 차명계정을 생성하고,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하였다.
다) 이 사건 거래시스템은 계정별로 보유한 원화 포인트 등을 인식하는데, 피고인들은 공소외 1 회사 명의의 계정이 아닌 차명계정에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하였다. 차명계정 명의인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원화 등을 실제 입금하지 않아 공소외 1 회사에 대하여 실제 원화 포인트 등을 원화 등으로 출금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않았더라도, 차명계정의 명의인들은 형식적으로나마 원화 포인트 등을 이용하여 가상화폐거래를 하거나 원화 포인트 등에 상응하는 원화 등을 공소외 1 회사에 출금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외관상 보유하게 되었다. 그 결과 공소외 1 회사는 차명계정의 명의인들이 공소외 1 회사의 의사에 반하여 원화 포인트 등을 이용하여 가상화폐거래를 하거나 출금 요청을 할 경우 이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게 되었다.
라) 이 사건 거래시스템상 계정별 보유량은 이 사건 거래소에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입금한 원화 등에 상응하여 생성된 원화 포인트 등을 이용해 가상화폐거래를 한 결과이다. 고객들은 위 거래시스템상 표시된 가상화폐의 매도·매수가격을 믿고 해당 가상화폐를 매수·매도하고, 매도·매수가격은 위 거래시스템상 현재가격으로 표시된다. 따라서 이 사건 거래시스템에서 차명계정을 개설하고 허위의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하여 가상화폐거래를 하는 것은 위 거래시스템상 표시되는 매도·매수가격 및 현재가격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행위는 이 사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거래를 하는 고객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다.
3) 위와 같은 사실과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거래소 은행계좌 등에 원화 등의 실제 입금 없이 이 사건 거래시스템에서 생성한 차명계정에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한 행위는 이 사건 거래시스템을 설치·운영하는 공소외 1 회사와의 관계에서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공소외 1 회사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한 경우로서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에 해당한다.
바. 소결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사전자기록등위작 및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제1심판결 주문 무죄 부분과 위 사전자기록등위작 및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 및 기수시기, 사기죄의 성립, 기망행위와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 공소사실의 특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피고인들에 대한 사전자기록등위작 및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 부분에 관하여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4.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
가. 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 정한 위작의 개념
다수의견은, 형법 제232조의2의 사전자기록등(이하 ‘전자기록 등’을 ‘전자기록’이라고만 한다)위작죄에서 정한 ‘위작’에 전자기록의 생성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전자기록을 작출하거나 전자기록의 생성에 필요한 단위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는 물론, 전자시스템의 설치·운영 주체로부터 단위정보의 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한다.
다수의견의 취지는 사전자기록의 ‘위작’에 유형위조는 물론 권한남용적 무형위조도 포함된다는 것으로, 이는 ‘위작’이라는 낱말의 사전적 의미에 맞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유형위조와 무형위조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 형법 체계에서 일반인이 예견하기 어려운 해석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헌법은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헌법 제13조 제1항).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은 명확하여야 하고, 특히 형벌에 관한 법률은 국가기관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도록 무엇보다 명확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형벌법규는 어떠한 행위를 처벌할 것인지 일반인이 예견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를 결정해 나가기에 충분한 기준이 될 정도의 의미와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는 형벌법규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 될 수 있으므로(헌법재판소 2016. 11. 24. 선고 2015헌가2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불명확한 규정을 헌법에 맞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참조).
가) 법령에서 쓰인 용어에 관해 정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적인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미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우리 형법에는 ‘위작’에 관한 정의 규정이 없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위작’을 ‘다른 사람의 작품을 흉내 내어 비슷하게 만드는 일 또는 그 작품’, ‘저작권자의 승낙을 얻지 아니하고, 그의 저작물을 똑같이 만들어 발행하는 일’로 정의하고 있을 뿐 전자기록과 관련하여 ‘위작’의 의미를 정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전자기록과 관련하여 ‘위작’이란 용어는 일반 국민이 흔히 사용하는 단어도 아니다. 따라서 수범자인 일반 국민은 ‘위작’의 사전적인 정의 또는 ‘위작’이란 용어가 사용된 형법을 통해서는 ‘위작’이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의 개념은 위 조항이 규정되어 있는 형법 제20장 ‘문서에 관한 죄’와 관련지어 체계적으로 그리고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나) 형법은 공문서에 대해서는 제225조에서 작성권한 없는 사람의 위조, 즉 유형위조를 처벌하고 있고, 제227조에서 작성권한 있는 사람의 허위작성, 즉 무형위조를 처벌하고 있다. 반면에 사문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제231조에서 작성권한 없는 사람의 위조, 즉 유형위조만을 처벌하면서, 예외적으로 제233조에서 허위진단서 등의 작성을 처벌하고 있을 뿐 다른 무형위조는 처벌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도 일반 사문서의 무형위조에 대해서는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여 왔다(대법원 1974. 6. 25. 선고 73다2008 판결, 대법원 1985. 10. 22. 선고 85도1732 판결,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도3738 판결 등). 이에 따라 수범자인 일반 국민 역시 사문서에 대해서는 유형위조와 무형위조를 구별하고, 공문서와 달리 사문서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유형위조만 처벌된다는 확고한 관념을 가지고 있다.
형법은 문서에 관한 유형위조의 행위 태양을 위조·변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사전자기록의 위작·변작은 이러한 형법 조문의 위조·변조와 대응한다. 그리고 사문서위조죄(제231조)와 사전자기록위작죄(제232조의2)를 비교해 볼 때 두 죄는 행위의 객체가 종이 문서이냐 아니면 전자기록이냐에 따른 차이를 제외하면 구성요건의 형식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법정형도 동일하다. 일반인으로서는 정의 규정도 없는 상태에서 사전에도 없고 일상적으로 사용되지도 않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의 위작’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알 수 없고, 다만 형법의 문서에 관한 죄의 장에 함께 규정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문서위조와 유사한 의미라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다수의견과 같이 ‘위작’의 의미를 위조의 ‘위’와 허위작성의 ‘작’이 결합한 단어로서 유형위조와 무형위조를 포괄하는 의미라고 보는 태도는 문서에 관한 형법 조문의 대응 관계, 유형위조와 무형위조를 준별하고 있는 형법의 체계, 그리고 문서에 관한 죄에 대한 일반인의 관념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다.
다) 다수의견은 사전자기록위작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작’ 이외에도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 등을 충족해야 하므로,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에 무형위조를 포함하더라도 처벌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전자기록위작죄에서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은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사문서위조죄에서의 ‘행사할 목적’보다 처벌대상을 한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근거로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에 허위작성을 포함시켜 처벌범위를 넓히는 것은 형법이 고의 외에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을 규정한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처벌범위의 확장에 따라 일반 국민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그 밖에도 주관적 구성요건과 객관적 구성요건은 증명 방법에 차이가 있어 주관적 구성요건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죄 혐의를 벗어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주관적 구성요건의 해석을 통해 ‘위작’의 의미 확대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이처럼 사전자기록위작죄의 구성요건의 형식과 내용, 그 법정형, 사문서위조죄에 관한 형법의 태도, 그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확립된 관념 등에 비추어 보면,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은 유형위조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불명확성에 따른 위헌 소지를 제거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문서위조와 사전자기록위작을 달리 규율할 합리적 이유가 없음에도, 유형위조만을 처벌하는 사문서위조와 달리 사전자기록위작에 대해서는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에 무형위조를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명확한 용어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합리적 이유 없이 문언의 의미를 확장하여 처벌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는 것이어서,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2) 다수의견은, 형법 개정 당시 입법자의 의사도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에 무형위조를 포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전자기록의 경우에는 문서의 경우와 달리 무형위조를 처벌할 필요성이 크므로 ‘위작’에 무형위조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처벌의 공백이 생긴다고 하고 있다.
가) 다수의견은, 1995년 형법 개정 과정을 살펴보면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에 ‘허위의 전자기록을 만드는 경우’도 포함하겠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였음이 명확하다고 한다.
정부가 작성한 ‘형법개정법률안 제안이유서’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작성한 ‘형법개정법률안심사자료’에 위와 같은 내용이 있음은 인정된다. 그러나 형법 개정요강에서는 일본 형법과 같이 ‘전자적기록부정작출죄’를 신설하기로 의견이 일치되었다가 그 후 행위 태양이 ‘위작·변개’를 거쳐 최종적으로 ‘위작·변작’으로 확정되었는데, 이를 변경한 이유에 관한 자료나 국회 공청회 과정에서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위와 같은 자료만으로는 개정 당시 입법자의 의사가 명확하였다고 볼 수 없다.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문언의 가능한 의미 안에서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법률 규정의 체계적 연관성에 따라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은 규정의 본질적 내용에 가장 접근한 해석을 위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대법원 2018. 5. 11. 선고 2018도2844 판결 참조). 그리고 법 해석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타당성 있는 법 해석의 요청에 부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4도13345 판결 참조). 법 해석이란 입법자의 의사를 쫓는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에 다수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허위의 전자기록 작성을 포함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였다고 하더라도, 입법자의 의사는 법 해석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여러 가지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어서, 법원이 ‘위작’의 개념을 입법자의 의사와 달리 해석하더라도 형벌법규의 해석방법을 벗어난 것이 아니다. 사법부의 역할은 법이 무엇인지 선언하는 것이고, 잘못된 입법은 새로운 입법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정도(정도)이다. 잘못된 입법에 대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 새로운 의미를 창설하는 수준의 해석을 통하여 처벌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입법의 불비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나) 또한 다수의견은, 공전자기록위작죄와 사전자기록위작죄에서 ‘위작’이라는 용어는 동일하게 해석할 수밖에 없는데, 사전자기록의 무형위조를 ‘위작’으로 보지 않을 경우 공전자기록의 무형위조도 처벌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하여 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행위에 대한 규제의 공백이 생기고 공문서의 무형위조에 해당하는 허위공문서작성죄를 처벌하는 형법의 태도와 맞지 않아 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전자기록의 허위작성 행위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있다는 이유로 불명확한 규정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면 적절한 입법을 통하여 해결할 일이지 불명확한 규정을 확대해석함으로써 해결하려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특히 공전자기록과 사전자기록에서 말하는 ‘위작’을 동일한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공전자기록의 무형위조를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사전자기록의 무형위조도 함께 처벌되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사법부의 역할은 개인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일이고, 시대적 상황에 따라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로 명확하지 않은 처벌규정을 확장해석하는 방법으로 사회를 규율하겠다는 태도는 사법부의 본분을 넘어서는 것이다.
3) 가) 일본 형법 제161조의2는 제1항에서 사전자적기록부정작출죄를, 같은 조 제2항에서 공전자적기록부정작출죄를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일본 형법 제161조의2가 신설될 당시의 입법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를 입력할 권한을 갖는 사람으로서 진실한 데이터를 입력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시스템 설치자의 의사에 반하여 허위의 데이터를 입력하는 행위’도 ‘부정작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 이러한 일본의 태도는 우리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의 개념을 해석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형법에서 전자기록 관련 범죄의 행위 태양은 ‘위작’인 반면, 일본 형법에서는 ‘부정작출(부정작출)’로 되어 있어 용어가 서로 다르다. 일본 형법은 ‘작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무형위조를 포함하는 의미를, 그리고 그 앞에 ‘부정’이라는 용어를 추가하여 권한을 남용하는 행위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법문 자체에서 권한남용적 무형위조라는 해석을 도출할 수 있다. 이처럼 행위 태양에 관한 용어가 서로 다른 점에 비추어 볼 때, ‘위작’의 개념을 ‘부정작출’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일본 형법과 동일하게 해석할 수 없다.
나) 우리 형법의 문서위조죄에 해당하는 독일 형법 제267조(문서위조) 제1항은 “법적 거래 시 기망을 하기 위해 문서를 위조하거나 진정한 문서를 변조한 자 또는 위조·변조된 문서를 행사한 자는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은 우리 형법과 동일하게 문서의 유형위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 형법 제227조의2, 제232조의2에 해당하는 독일 형법 제269조(증명에 중요한 데이터의 위조) 제1항은 “법적 거래 시 기망을 하기 위해 증명에 중요한 데이터를 그것을 인식할 때에 위조된 문서 또는 변조된 문서가 되도록 저장하거나 변경한 자 또는 그렇게 저장되거나 변경된 데이터를 행사한 자는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독일 학계 및 연방대법원은 제269조는 제267조에 대응하여 규정된 것으로 데이터의 유형위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권한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허위의 데이터를 입력하도록 하거나 권한 있는 사람이 허위의 데이터를 입력한 경우를 처벌하기 위해, 독일 형법 제271조(간접적 허위문서작성) 제1항은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중요한 의사표시, 협의내용 또는 사실이, 실제로는 전혀 표시되거나 발생한 적이 없거나 어떤 사람에 의해 그에게 인정되지 않는 자격으로 표시되거나 발생하였거나 다른 사람에 의해 표시되거나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문서, 공적 장부, 공적 데이터 또는 공적 등록부에 위 의사표시 등이 표시되거나 이루어진 것처럼 작성 또는 저장되도록 한 자는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348조(직무상 허위문서작성) 제1항은 “공문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는 공무원이 그 권한 범위 내에서 법률상 중요한 사실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공적 등록부, 공적 장부 또는 공적 데이터에 허위로 등록하거나 기재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독일 형법 규정에 따르면 행위의 객체는 ‘공적 데이터’에 한정될 뿐 ‘사적 데이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다) 우리 형법이 사문서의 무형위조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공문서와 달리 사적 자치의 영역에는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형법의 태도는 문서가 아닌 전자기록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회사는 그 영업을 함에 있어 진실에 부합하는 전자기록 이외에도 부득이한 상황에서 진실에 일부 부합하지 않는 허위내용이 담긴 전자기록을 작성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허위내용이 담긴 사전자기록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작성권자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모두 ‘위작’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당초 수사 중인 피의사실과 관련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허위내용이 담긴 사전자기록을 발견하여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등 수사권 남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이 경우 회사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음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무형위조와 유형위조에 관한 일반인의 관념이 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형법 제232조의2에서의 ‘위작’에 사문서위조죄에서의 ‘위조’와 달리 무형위조를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이러한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4) 요컨대,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이란 전자기록의 생성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전자기록을 작성하거나 전자기록의 생성에 필요한 단위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나. 사전자기록위작죄의 구성요건과 권한남용
다수의견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공소외 1 회사로부터 각자의 직무 범위에서 개개의 단위정보의 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피고인들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다수의견은 사전자기록의 허위작성을 처벌대상으로 삼으면서도 권한을 남용한 경우로 제한함으로써 ‘위작’에 관한 부당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전자기록위작죄와 사전자기록위작죄에서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위작’을 통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관계로 양자는 무형위조에 관하여 동일하게 허위성과 권한남용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을 때 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형법의 문서에 관한 죄에서 공문서의 경우에는 허위작성이 있으면 처벌대상이 되고 권한남용의 요건은 필요 없다. 그럼에도 공전자기록위작죄에서는 권한남용을 별개의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는데, 일본 형법에서와 같은 ‘부정’이라는 표현이 없는 우리의 형법 규정상으로는 이와 같이 해석할 근거가 없다. 그리고 사문서의 경우에는 허위작성을 원칙적으로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사전자기록위작죄에서는 허위작성을 처벌대상으로 하면서 다만 권한남용의 요건을 부가하고 있는 것이 된다. 이것은 사전자기록위작죄에서 ‘위작’이라는 하나의 용어로 유형위조와 무형위조를 모두 처벌하게 되는 부당성을 완화하기 위한 절충적 태도라고 볼 수 있으나, 형법 규정상으로는 권한남용적 허위작성이라는 해석을 도출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2) 나아가 다수의견에 따르면, 사전자기록위작죄의 처벌대상인 무형위조의 성립요건은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전자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입력 정보의 허위성이 인정되면 권한남용도 인정된다는 것이 아니라 허위성과 권한남용은 별개의 구성요건 요소로서 각각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런데 주식회사는 법인으로서 독립된 권리주체이기는 하지만 자연인처럼 그 자체가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의 의사를 결정하고 그 의사에 따라 활동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조직으로 기관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의사결정기관은 주주총회와 이사회, 업무집행기관은 대표이사, 감독기관은 감사 등이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일반적 권한으로서 회사의 영업에 관한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을 가진다(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1항). 따라서 대리인과 달리 대표이사는 회사의 행위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구성부분, 즉 기관으로서 회사의 행위 자체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회사는 의사결정기관을 통해 결정된 회사의 의사를 대표이사를 통해 실현하고, 대표이사의 행위가 곧 회사의 행위이므로, 회사의 의사에 반하는 대표이사의 의사 및 행위를 상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전자기록위작죄에서 말하는 ‘위작’의 의미를 다수의견과 같이 보더라도, 대표이사가 당해 회사가 설치·운영하는 시스템의 전자기록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것은 회사의 의사에 기한 회사의 행위로서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인 회사의 의사에 반한다고 할 수 없어 권한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결론
피고인들의 행위는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작’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 제232조의2에서 정한 ‘위작’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이 부분과 관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