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문] 대기업 공공SW사업 참여제한에 대한 법․정책적 검토와 발전적 제언(한국경제연구원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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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하 /Chul Ha, Kang 1

Ⅰ. 들어가며

발제자이신 000 교수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소SW기업의 보호․육성을 위해 공공정보화 시장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SW기업 진입을 규제(이하 ‘상출제 규제’라 한다)하는 SW산업진흥법 개정 이후 오히려 ①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의 생산성이 낮아졌고(생산성), ②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간의 하도급 구조 문제도 여전하며(강건성), ③ 공공정보화 부문의 신기술 도입이나 혁신이 감소(기회창조성)하는 등 생태계 3대 지표 대부분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발제자이신 000 박사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① 중소기업의 난립으로 경쟁심화 및 수익성 악화, ② 중견기업 쏠림현상과 외국기업에 대한 국내기업 역차별, ③ 융합․창조산업에서 대기업 배제와 글로벌 경쟁력 하락 등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SW산업진흥법 개정 당시에도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상출제 대기업의 참여를 금지하면 당연히 중소기업의 육성으로 이어지는 것인지 의문이 있었으나, 그 동안 이에 대한 명확한 연구결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학문적․정책적․산업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발제자의 연구결과는 일부 법․정책적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지만 주로 경제적․재무적 분석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어서 상출제 규제가 법․정책적 차원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발제내용에 대한 보충의견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하면 발제자의 연구결과를 법․정책적 측면에서 접목하여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종래 SW산업계에서는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 다단계 하청구조, 불공정 거래 등의 잘못된 거래 관행으로 논란이 있어 왔다. 이에 따라 2011.10.27.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식경제부는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전략’을 보고하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시스템통합(SI) 기업의 공공시장 참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SW산업진흥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법 추진과정에서 ①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격렬한 입장 차이 존재, ② 헌법상 ‘기업활동의 자유라는 가치’와 ‘중소기업 보호라는 가치’의 충돌 상황에서 양 가치를 조화롭게 구현하기보다 대기업 참여배제라는 극단적 선택이 과연 법적으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 ③ 무엇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經濟民主化)’ 이슈 선점을 위한 정치권의 입법 경쟁 속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 등으로 진통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18대 국회의 당시 한나라당 정태근의원 등 10인은 ‘대기업참여금지제도‘를 골자로 하는 SW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011년 12월 8일에 발의하였고, 동 법안은 결국 18대 국회 임기만료를 얼마 남겨 두지 않고 2012. 5. 2.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었다.

이처럼 동 규제에 대해서는 입법 당시에도 상당한 논란이 있었고 법 시행 이후에도 규제의 실효성에 대해 이해당사자 간에 의견이 분분한 상태였지만, 그 동안 법이 성안되고 시행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재평가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있어서 현재까지 제대로된 평가작업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이후로 이제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과연 우려도 많고 기대도 컸던 상출제 규제가 건전한 SW생태계 조성을 위해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법·정책적 관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은 없는지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Ⅱ. 상출제 규제는 헌법상의 경제조항에 부합하는 제도인가?

1. 헌법상의 경제규제 원칙

우리나라의 최고법인 대한민국 헌법에는 경제헌법의 핵심조항인 제119조를 두고 있는데, 동조 제1항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천명하고 있으며, 제2항에서는 경제의 민주화(經濟民主化)를 위하여 국가가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 제119조 제1항(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과 제2항(국가의 규제와 조정)은 일견 서로 상반된 방향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 관계설정이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학설은 크게 ① 헌법 제119조 제1항과 제2항의 관계를 ‘원칙과 예외’로 이해하는 견해, ② 각 조항이 동등한 관계에 있다는 견해가 있으며 ③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상의 경제질서를 “제119조 제1항을 원칙으로 하고 제2항을 예외로 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헌법 제119조에 대한 해석론과 관련하여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지만 학계의 다수 견해 및 헌법재판소의 입장과 같이 우리 헌법상의 경제질서를 119조 제1(시장경제질서)을 원칙으로 하고 제2(경제에 관한 규제·조정)을 예외로 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는 원칙과 예외의 규율체계(Regel-Ausnahme-Regelung)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제119조 제1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국가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위한 경제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하고, 예외적으로 제119조 제2항에 따른 국가의 규제와 조정은 기업활동의 자유, 계약의 자유와 같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이런 점에서 SW산업진흥법상의 상출제 규제는 대기업의 공공SW 시장 참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여 기업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극약처방이라는 점에서 헌법 제119조 제1(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예외적 조치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하지만 제1항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건전한 경제성장과 경제주체간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예외적 상황에서의 규제와 조정으로써 “필요한 최소한도의 조치”에 해당한다면 제119조 제2항에 따라 국가의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2. 헌법 제119조 제2항의 국가 개입 한계와 중소기업 보호

(1) 헌법 제119조 제2항을 적용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①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 ② 적정한 소득의 분배 유지, ③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④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라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국가는 경제에 관한 규제·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공공SW 시장에서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 ‘불공정 하도급’ 등의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이나 ‘甲-乙’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규제 당국으로서는 제119조 제2항의 ③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④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규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상출제 규제 신설을 위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정태근의원 대표발의안) 제안이유에서는 중소소프트웨어사업자를 보호·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막연한 입법취지만을 언급하고 있을 뿐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민주화 등 경제주체간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규제·조정의 수단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제119조 제2항과의 관련성은 생략되어 있다.

(2) 설사 상출제 규제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민주화 등 경제주체간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마련된 규제라고 하더라도 그 수단이 적절한 것인지 문제된다. 앞서 헌법재판소가 적절히 지적했듯이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최대한도로 존중·보장하는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시장경제질서이므로 국가적인 규제와 통제를 가하는 것도 보충의 원칙에 입각하여경제행위에 대한 사적자치의 원칙이 존중되는 범위내에서만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SW시장의 각 경제주체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면서도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육성을 위한 정부의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정책이나 대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엄정한 단속을 통해 동일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가장 극단적이고 손쉬운 방식인 사업참여 배제를 택한 부분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또한 상출제 소속 SW기업에 대한 “공공SW시장 참여를 금지”한다고 해서 “전체 SW시장에서 불공정 거래나 왜곡된 거래 관행이 개선”되는 것과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간접효과). 왜냐하면 애초에 대-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문제는 그 원인된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규제나 단속에서 찾아야 직접적인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3) 한편, 헌법에서는 중소기업의 보호·육성을 국가의 책무(헌법 제123조 제3항)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는 다양한 중소기업 보호·육성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 보호·육성’도 헌법상의 다른 모든 가치들보다 우월한 가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한계를 가지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헌법은 제123조 제3항에서 중소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에 ‘중소기업의 보호’를 국가경제정책적 목표로 명문화하고,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의 지원을 통하여 경쟁에서의 불리함을 조정하고, 가능하면 균등한 경쟁조건을 형성함으로써 대기업과의 경쟁을 가능하게 해야 할 국가의 과제를 담고 있다”고 하면서 “중소기업의 보호는 넓은 의미의 경쟁정책의 한 측면을 의미하므로 중소기업의 보호는 원칙적으로 경쟁질서의 범주내에서 경쟁질서의 확립을 통하여 이루어져야”한다는 점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중소기업의 보호란 공익은 자유경쟁질서안에서 발생하는 불리함을 국가의 지원으로 보완하여 경쟁을 유지하고 촉진시키려는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상출제 규제와 같이 한쪽 당사자를 시장에서 배제하는 방식이 아닌,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적절한 보호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의 경제에 관한 규제는 우리 헌법의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와 법치주의가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도입되어야 하며, 만일 규제 도입으로 경제주체의 기본권이 침해된다면 헌법 제37조 제2항의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에 의한 제한을 받게 된다.

Ⅲ. 상출제 규제는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을 준수하고 있는가?

1. 직업의 자유(헌법 제15조) 침해 가능성(평등권 침해 가능성은 생략)

상출제 규제가 중소기업의 보호·육성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상출제 소속 기업의 공공정보화 사업참여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규제라는 점에서 헌법상 직업의 자유(제15조)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문제된다.

그런데 직업의 자유란, 경제적 소득활동을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며, 자연인뿐만 아니라 민간법인도 직업의 자유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당연히 국내 상출제 소속 기업도 직업의 자유의 주체가 된다.

한편, 직업의 자유의 내용에는 ①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결정·유지·포기할 수 있는 자유(직업선택의 자유)와 ②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유(직업수행의 자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직업수행의 자유는 직업선택의 자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폭 넓은 법률상의 규제가 가능하다고 이해된다.

이처럼 직업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그 제한의 내용에 따라 단계적으로 제한의 허용한계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단계이론’이라 한다. 이러한 단계이론에 따르면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1단계), ‘주관적 요건에 의한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2단계), ‘객관적 요건에 의한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3단계)이라는 단계를 나누어서 제한가능성을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단계이론에 의하면 상출제 규제는 중소기업의 보호·육성을 위한 것으로써 ① 전체 SW시장 중에서 공공부문의 SW시장 참여만을 제한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1단계 제한(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므로 입법자의 입법재량이 큰 영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② 만일 공공SW 시장을 전체로 파악할 경우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노력여하와 관계없이 공공SW 시장참여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3단계 제한(객관적 요건에 의한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상출제 규제가 이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최소한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합헌적일 수 있다.

2. 비례의 원칙(헌법 제37조 제2항) 준수여부

상출제 규제에 의해 ① 직업의 자유에 대한 1단계 제한(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발생하는 경우나 3단계 제한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최소한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며, ② 헌법 제119조 제2항에 근거한 국가의 경제에 관한 규제 또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와 법치주의가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도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규제 도입으로 경제주체의 기본권이 침해된다면 헌법 제37조 제2항의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에 의한 제한을 받게 된다.

그런데,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요구하는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에는 목적정당성의 원칙, 방법적정성의 원칙, 피해최소성의 원칙, 법익균형성의 원칙이라는 부분원칙이 있다.

(1) 목적정당성의 원칙

헌법 제123조 제3항에서는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국가에 중소기업 보호·육성의무를 지우고 있고, 마찬가지로 SW산업진흥법 제24조의2 제1항에서도 “정부는 중소 소프트웨어사업자 육성을 통한 소프트웨어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국가기관등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사업에 중소 소프트웨어사업자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는 “국가는…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 보호·육성에 관한 법적 의무를 이행하고, 종래 SW업계에서 문제되었던 단가 후려치기, 다단계 하청구조, 불공정 거래관행 등의 시정을 위하여 상출제 규제를 도입한 것에 대한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 헌법재판소도 헌법질서에 반하거나 현저히 합리성을 상실한 경우가 아닌 한, 입법자의 입법재량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목적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보인다.

(2) 방법적정성의 원칙

방법적정성의 원칙이란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그 방법이 효과적이고 적절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그러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치가 수반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여러 조치가 목적에 적합하고 필요한 것이라면 반드시 유일한 수단일 필요는 없다.

그런데 ‘상출제 규제’ 도입의 발단이 되었던 2011년 지식경제부의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전략에 따르면, 동 제도가 ‘SW 공정거래 질서 확립과제로 분류되어 있으며 그 입법 목적이 “SI 대기업들이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에 의존하고 低價로 공공시장에 참여함으로써 생태계를 왜곡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공공 정보화시장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참여를 전면 제한하여 전문 중소기업의 시장참여 확대를 도모”하는데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출제 규제’가 적절한 방법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중소기업의 시장참여 확대’의 측면에서 보면, ‘상출제 규제’를 통해 중소기업의 공공SW시장 참여 확대가 예상되므로 일응 목적에 부합한 방법을 선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중소기업 수의 증가 이외에 수익성 악화 측면을 고려할 때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한편, 동 규제의 취지가 ‘SW 공정거래 질서 확립’에 있다고 볼 때, “대기업에 대한 공공SW시장 참여 금지”를 하면 “SW 공정거래 질서 확립”이라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인지도 상당히 의문스럽다. 왜냐하면, “SW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서라면 SW시장에서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것이지, 단지 공공SW시장에서 상출제 소속 기업의 참여를 배제한다고 해서 전체 SW시장의 불공정 거래행위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상출제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공공정보화시장에서 상출제 소속 기업이 아닌 대기업, 중견기업, 외국계기업 등에 의한 불공정 거래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소되지는 않는다.

(3) 피해최소성의 원칙

피해최소성의 원칙이란, 선택된 수단이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하여 설사 적절하다고 할지라도 “보다 덜 제한적인 다른 방법(less restrictive alternative)”이 있을 경우에는 이를 선택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런데, ‘상출제 규제’의 입법 목적이 ‘SW 공정거래 질서 확립’과 ‘중소기업의 시장참여 확대’에 있다면, 중소기업 참여시 가점부여, 하도급 제도개선, SW분리발주 확대 등 불공정 거래행위 규제나 중소기업 지원·우대정책을 통해 대기업에 비해 불리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음에도 가장 극단적이고 기본권제한 효과가 큰 참여 자체를 배제하는 수단을 선택한 것은 피해최소성의 원칙에 위반될 가능성이 높다.

(4) 법익균형성의 원칙

입법에 의하여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형량할 때 보호되는 공익이 더 커야 한다는 원칙이 법익균형성의 원칙이다.

그런데 공공SW시장에 상출제 소속 기업의 참여를 금지한다고 해서 “SW 공정거래 질서가 어떻게 확립될 수 있는지” 또한 “헌법상의 어떤 공공복리가 어떻게 증진되는지” 불분명하다.

발제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상출제 규제 시행 이후 공익실현효과는 막연하거나 미미한 반면에 침해되는 사익은 즉각적이고, 명백하며, 중대하다. 따라서 상출제 규제는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간의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하여 법익균형성을 잃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Ⅳ. 상출제 규제의 정책적인 문제점은 없는가?

앞서 000 박사께서 법 개정 이후 발생(가능)한 문제점(중소기업 난립으로 수익성 악화, 외국기업의 국내시장 잠식, U-city 등 IT융·복합사업 발전 저해, 공공레퍼런스 부족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하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제시하였기 때문에 여기서는 향후 발생가능한 정책적 이슈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1. 입법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ICT 산업으로의 규제범위 확대

최근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ICT 新산업들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세계 최초의 클라우드 단일법인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는 등 클라우드 산업 발전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신산업들도 소프트웨어 개념의 광범성으로 인해 SW산업진흥법상의 상출제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구글·아마존·MS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해가고 있는 마당에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에게만 대기업 참여제한을 적용할 경우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클라우드 산업은 한 가지 예에 불과하다. 새로이 나타날 ICT신산업 분야에서 아마도 SW가 포함되지 않는 산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모든 ICT신산업 분야에 SW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처럼 대기업 참여제한(상출제 규제)을 적용하게 된다면, 다시 말해 클라우드나 사물인터넷 등의 신산업에서조차 ‘신산업의 논리’가 아닌 ‘SW논리’로만 규제를 하게 된다면, ICT신산업의 기초 체력(외국기업의 국내시장 잠식 등) 약화와 글로벌 경쟁력 하락(레퍼런스 부족 등)은 물론 새로운 성장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다.

2. 규제 효과가 의문시 되는 상황에서 유사 입법추진에 대한 우려

이미 000 교수님의 발제문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생산성, 하도급 구조 개선, 혁신성 측면 등에서 법 개정 이후 긍정적인 규제효과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최근 한국경영정보학회의 연구결과에 대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서는 SW사업자 신고 기업의 재무현황 분석 결과, 2013년 중소기업으로 신고된 사업자의 평균 당기순이익은 1억700만원에서 2014년 1억3천900만원 수준으로 29.9%가 증가했고, 같은 기간 평균 종업원수는 21.0명에서 23.2명으로 10.4% 늘었으며, 평균 이익률(당기순이익/매출액)도 2.9%에서 3.3%로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협회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그러한 효과가 ‘민간부문’이 아닌 ‘공공부문’ 사업참여에 의해 발생한 효과인지, 구체적으로는 ‘상출제 규제’에 따른 효과인지 아니면 정부의 다양한 중소기업 육성․지원정책에서 기인한 것인지 구분하지 않고 있어 한계가 있다.

나아가 “어느 정도 중소기업 육성효과가 있었다”라고 하여 곧바로 규제입법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주의할 것은 법이 요구하는 규제효과란, “단순히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 당사자의 공공정보화 사업참여를 배제하고 기본권을 제한하면서까지 강력한 규제를 도입한 이상 그 이상의 공익 실현이 담보되어야 정당성을 갖게 된다. 그러나 금번 연구결과나 협회의 입장에 의하더라도 그러한 수준의 공익실현효과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업계 일각에서는 SW시장에서 사업을 잘해 중소기업들이 → 중견기업 →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성장 유인이 있어야 함에도 현재와 같이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규제가 많아지게 되면 일부러 기업규모를 키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의 성장의욕을 저해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승용의원은 아예 “중소기업에 해당하지 않는 SW기업(상출제 아닌 대기업<중견기업>)”의 경우에는 공공SW시장에 원칙적으로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2015.8.27.)한 상태이다. 그런데 이미 상출제 규제 이후 다양한 법적, 정책적, 경제현실적 문제제기가 있었던 만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이해당사자 및 관련 전문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Ⅴ. 발전적 제언

이상의 검토와 같이 상출제 규제는 “헌법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질서 및 국가의 규제․조정 원칙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고, 직업의 자유 등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정책적으로는” 그 규제 효과가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ICT 新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로 작용할 수 있고,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장애요소로 작용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SW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몇 가지 발전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공공사업에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000 교수님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상출제 대기업 참여제한 이후 중견기업조차 공공IT 프로젝트 비중이 클수록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현상(공공IT비중 10% 증가시 영업이익률 약16.7% 감소)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중견․중소기업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이유 중 하나는 공공발주사업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대기업 참여 배제보다 현실적인 문제일 수 있다. 예컨대, 최저가입찰제를 통해 ‘제 살 깍아 먹기’ 식의 출혈․저가경쟁을 유도한다던지 프로젝트 현장에 만연되어 있는 고객의 추가 요구사항에 대한 보상이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문제, 민간에도 없는 ‘1년 무상유지보수’를 요구한다거나 SW유지보수요율 현실화 등의 문제가 그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개선 노력이 요구되고, 발제자께서 지적하신 “공공 SI 프로젝트 사업예산의 현실화”도 필요하다.

둘째, 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발제자께서 언급하신 바와 같이 상출제 규제 이전부터 이른바 ‘수주하한제’가 있어서 대기업인 SW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사업금액의 하한(40억 또는 80억 이상)을 정하여 중소기업을 보호하였다. 개인적으로는 부작용이 많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상출제 규제보다는 수주하한제나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정책 등을 통해 SW중소기업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기업도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사실 업계에서는 상출제 규제 이후 “플레이어만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어쩌면, 중소기업에게 절실한 것은 “대기업 배제” 자체가 아니라 “단가후려치기나 불공정 하도급이 없는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대기업들이 하도급법 준수, 현금결재 의무화, 특허지원, 협력업체 교육지원 등을 위한 다양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과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셋째, 공공조달 중심의 SW시각 탈피와 공공정보화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SW산업진흥법은 “전체 SW산업의 진흥”을 아우르는 단일법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실상은 “주로 공공정보화사업에 대한 규제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SW산업의 진흥”이나 “미래 정보사회를 대비한 SW발전방안”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따라서 향후 현재의 법체계를 벗어나 ‘공공SW조달’과 ‘SW산업활성화’를 이원적으로 규율하는 법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

더불어 공공정보화사업 추진방식에 있어서도 기존처럼 정부가 직접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에서 민간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도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정부 각 부처가 많은 돈을 들여 개발한 앱들이 폐기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처럼 정부가 SW를 직접 개발․구축하여 민간 SW기업과 경쟁하거나 관리부실로 결국 그 활용도를 떨어뜨리기 보다는 차라리 민간의 질 높은 SW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정보화사업의 전환(구축→서비스)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SW산업에 참여하는 각 경제주체의 건전한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대중소 상생협력을 기반으로 한 SW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건전한 SW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대중소 상생협력을 위한 성공모델 개발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법제도 기반과 기업의 관행․문화의 개선도 필요하다. 나아가 각 경제주체가 ‘효율성과 합리성이라는 산업의 논리’가 아닌, ‘善惡의 논리’, ‘진영 논리’에 갇히게 되면 결국 과도한 논쟁과 합리적 의사결정 실패로 산업 생태계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면서 대중소 상생 기반마련과 SW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