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AI와 SW, 잡아먹을 것인가 잡아먹힐 것인가

강철하 편집장 / 미래융합정책연구소장

비관론과 낙관론 그리고 현실 진단

최근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 코워크 기능 추가로 전 세계 SW기업의 주가 폭락과 함께 결국 AI 발전이 SW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비관론’의 주요 논거를 살펴보면 ① (고객)기업이 AI 도구 활용으로 SW구매를 줄일 수 있고, 이는 SW기업의 구독(사용자당 라이선스 비용을 부과하는 SaaS 모델) 판매량 감소 등 매출 잠식으로 이어질 것이고, ② 고객 기업들이 ‘바이브 코드(Vibe Code)’ 등을 활용해 SW를 자체 개발하거나, 최소한 SW기업의 가격 결정력을 약화시킬 것이며, ③ 근본적으로는 AI 도구와 AI 에이전트가 충분히 발전한다면, 기존 SW를 완전히 교체하고 새로운 AI 기반 워크플로에 의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낙관론’의 논거는 ① “저렴한 코딩이 경쟁을 심화시킨다는 식”의 비관론은 SW기업의 가치를 오해한 과장에 불과하고, ② 물론 AI가 통상적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SW개발 시 비즈니스 요구사항, 사용자 요구사항 및 기술적 제약 조건 등에 대한 복잡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SW기업을 대체하기 어려우며, ③ 오히려 AI는 SW개발 주기 단축, 비용절감, 개발자들이 더 심도 있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SW개발을 혁신시킨 경쟁력 있는 기업은 지속적 성장을 누릴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AI 발전 속도와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섣불리 비관론이나 낙관론의 어느 하나를 예단하기보다는 “적어도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SW산업의 변화방향을 예측·진단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AI로 인해 SW개발, 거버넌스 및 보안, 시장진출 전략, 가격모델, 가치평가 체계 그리고 사업구조 전반에 걸쳐 변화기 요구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SW기업이 AI 시대에서 살아남을 것이다(잡아먹을 것인가, 잡아먹힐 것인가 문제).

둘째, 자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기존 SW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전면적으로 수용해하여 고객에 대한 가치 제안과 내부 운영 혁신 등 “어떤 식으로든 AI와의 통합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셋째, 이에 따라“기존 SW의 문법은 AI를 고려한 문법(가격정책, 인력정책, 관련 법체계 등)으로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 진단에 따른 대응방안

SW기업의 대응방안

첫째, ‘비즈니스 모델 개선’이다. 수익창출 방식, 차별화 요소, 서비스 제공 모델 등 모든 측면에서 AI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익창출 방식’과 관련하여 ① AI가 인간이 수행하던 작업을 대체함에 따라 SW를 사용하는 활성 사용자수가 감소하고(SaaS의 사용자 기반 수익화 방식 변경), ② AI 도입 시 LLM 기반 제품 구동과 같이 컴퓨팅 및 인프라에 드는 막대한 비용으로 SW 매출과 마진에 상당한 압박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미 AI분야는 사용자별 가격 책정 방식에서 사용량 기반 가격 책정 방식(사용량/토큰, 산출량, 결과 기반 등)으로 전환함으로써 변화를 이끌고 있다. 마찬가지로 SW기업들도 제공된 가치에 따라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수행된 작업, 달성된 결과, 소비된 컴퓨팅 리소스 등으로 요금 부과)로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AI역량 강화’이다. 낮은 전환 비용이나 높은 혁신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고려할 때, 기존 SW기업은 ‘AI 중심 SW기업’으로 전환해 전문화된 산업별 AI 기능 제공 등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예컨대 사용자/증강 도구로서 에이전트, 에이전트 중심 아키텍처, 전문가 에이전트 등 새로운 AI 솔루션 출시나 제품 개선).

마찬가지로 IT서비스 분야에서도 고객기업(인질?)이 기존의 대규모 업무처리에 활용한 IT서비스 기업을 끊고 갑자기 엔트로픽으로 갈아탈 수는 없겠지만, IT서비스 기업에 AI에이전트를 통합해 달라는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SW기업의 AI역량 강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전략으로는 ① AI 기업과의 파트너십, ② AI 기업 인수합병, ③ 자체 역량강화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셋째, ‘조직 정비’이다. 전체 소프트웨어 개발 수명주기에 걸쳐 (에이전트)AI 기능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더 큰 가치를 창출하고 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AI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간 + 에이전트’로 구성된 협업 구조의 조직으로 재정비(기존 노동집약형 모델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AI 기반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 에이전트 코치, AI 안전 책임자 등 새로운 역할의 도입도 요구될 수 있다.

하지만 자격을 갖춘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SW팀 구조 재설계, AI교육 및 멘토링 프로그램 강화, 성과측정 및 보상시스템 재구성 등 내부 역량 강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타 SW기업은 고품질 데이터 확보(독점자본), AI 기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보안 강화, 프로세스 파워(프로세스 엔지니어링) 강화, 시장진출전략 개선 등 AI 환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대응방안

첫째, ‘새로운 대가체계 도입 검토’이다. AI 에이전트가 상당수 작업을 처리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사용자 수 기반 요금제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나아가 AI 시스템 도입 시 운영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고객 사용량 증가에 따른 마진 보호를 위한 가격 책정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존의 사용자당 가격 책정 방식이나 기존의 SW대가체계(SW노임단가, FP)만으로는 이를 정당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사용량이나 창출된 가치를 기준으로 SW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초급 SW인력을 포함해, AI 환경에 맞는 SW인재양성’이다. AI 기능 향상에 따라 향후 중급 및 고급 전문인력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초급 SW개발자는 의견이 분분하나 점차 그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결국 “초급→중급→고급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가 끊어지고 향후 SW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초급, 중급, 고급에 맞는 SW인재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AI 기반 맞춤형 SW역량강화 교육, 초급 개발자 채용 시 임금지원 등 인센티브 제공).

나아가 AI 거버넌스 전문가, 프롬프트 엔지니어, 컨텍스트 디자이너, AI 기반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와 같은 AI 환경에 맞는 새로운 직무의 개발도 요구된다(지속적 일자리 창출).

셋째, ‘변화된 환경에 맞는 SW정책 및 가이드 개발’이다. SW가 AI와 통합됨에 따라 최근 각국에서 제정되고 있는 인공지능법(EU AI Act, 우리나라 인공지능기본법 등)과 같은 엄격해진 인공지능 규제가 SW개발 분야에도 적용되어 법 적용 및 준수여부에 대한 혼란으로 기업은 높은 규제 리스크에 놓일 수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이 새로운 사이버 공격을 가능하게 함에 따라 SW기업들이 제품 개발 및 서비스 제공 시 준수해야 할 보안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도 불분명하다.

따라서 정부는 변화된 환경에 맞게 각종 정책이나 표준 가이드를 개발·배포하여 “SW기업이 불필요한 혼란과 규제리스크로 사업이 좌초되는 일이 없도록” SW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중소 SW기업의 AI R&D 세액공제, 클라우드 AI 인프라 접근권 확대, 대·중소 SW기업 간 AI 격차 해소, 공공시스템 AI 전환으로 국내 SI 기업의 AI 전환 레퍼런스 창출 등 다양한 SW육성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잡아먹을 것인가, 잡아먹힐 것인가

데이터베이스, 급여 시스템, 회계 장부 등 핵심 시스템은 기업 운영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이런 SW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생성하는 상황에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AI에 잡아먹히는 사례도 나타날 수 있다.

결론적으로 AI가 SW산업을 파괴하지는 않겠지만, 이로 인해 ① 성장하는(잡아먹는) SW와 ② 쇠퇴하는(잡아먹히는) SW로 나뉠 수는 있다.

예컨대, ① 제품 및 서비스를 혁신하여 문제해결 등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SW(기업)는 성장하겠지만, 반대로 ② 기본적 기능만 제공하고 조금 더 편리한 형식 외에는 별다른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SW, 구식 인터페이스를 고수하면서 매년 가격을 인상하는 기존 시스템, 시대에 뒤떨어진 가격 모델과 AI 기반 경쟁 업체에 비해 열등한 가치 제안을 가진 SW 등은 쇠퇴할 수 있다(창조적 파괴).

이처럼 창조적 파괴의 결과로 나타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모델을 거의 항상 압도한다. 즉 AI 전환이 끝나면, 고객에게 “훨씬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훨씬 더 거대한 SW산업”이 등장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