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엡스타인 파일’ 인신매매 혐의 책임규명 촉구
유엔 전문가들은 4월 16일(제네바) ‘엡스타인 파일’에서 드러난 인신매매 혐의에 대한 책임 규명을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엡스타인 파일’에 담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어린 여성과 소녀들을 조직적으로 인신매매했다는 신빙성 있는 의혹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합니다.
‘엡스타인 파일’ 의혹은 고위 정치인, 공적 인물, 외교관, 세계적인 기업가, 저명한 학자들을 연루시키며, 수십 년에 걸쳐 국경을 넘어 지속된 소녀와 젊은 여성들의 인신매매에 대한 충격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이번 사건은 범죄예방 실패, 피해자와 생존자 식별, 피해자 지원 및 보호 실패, 가해자 조사 및 기소 실패 등 참담한 실상을 보여준다.
이처럼 광범위한 아동 인신매매가 전 세계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연루된 인물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은 가부장적 권력 체계에 뿌리내린 차별과 폭력, 그리고 이러한 체제가 존속할 수 있도록 방치하는 심각한 책임 회피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어린 여성과 소녀들의 신체 상품화 및 잔혹 행위, 그리고 비참하고 취약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얼굴 없는 이미지 유포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수많은 아동 및 젊은 여성들의 어린 시절 삶은 파괴되었지만, 생존자들은 조직적으로 뭉쳐 예외 없이 인권법 시행과 시급한 조치를 촉구하는 용감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동 및 젊은 여성 인신매매는 중대한 범죄 행위이자 심각한 인권 침해행위이다.
이에 유엔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와 사법 당국의 대응이 범죄 시급성과 중대성, 그리고 피해자와 생존자들의 고통에 비해 극히 미흡하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책임 규명을 위한 노력이 미흡할 경우, 여성과 소녀들에게 더욱 큰 피해를 주는 ‘면책 문화’가 만연하게 되며, 국제인권법상 평등한 보호라는 약속이 훼손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아동 성착취를 위한 인신매매는 어린 시절을 파괴하고 아동의 삶, 생존 및 건강에 심각한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유엔 전문가들은 각국이 국제법에 근거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하는 인신매매를 예방하고, 인신매매 피해자를 식별, 지원 및 보호해야 할 적극적인 의무가 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다소 사그라들고 있는 지금, 유엔 전문가들은 국가가 피해자와 생존자에게 법률 지원을 포함한 효과적인 사법 접근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 아동 인신매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모든 피해자와 생존자가 보상을 포함한 효과적인 구제책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면서 비례적이고 억지력 있는 제재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국가는 평등과 비차별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성폭력 및 여성·소녀 인신매매 사건에서 책임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단순한 형사 사법 실패가 아니라, 국제인권법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구조적 차별을 반영하고 강화하는 것입니다.
인신매매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은 피해자와 생존자를 중심으로 마련되어야 하며, 트라우마를 고려하고 성평등을 반영해야 한다.
이들은 의료 지원(생식 및 성 건강 서비스 포함), 심리사회적 지원, 장기적인 사회 통합 및 회복 조치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유엔 전문가들은 생존자 중심의 책임 이행은 무엇보다도 ‘생존자의 존엄성’을 존중하는데서 시작되며, 책임 이행은 다차원적이고 개별적인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생존자의 권리, 필요 그리고 희망사항을 반영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유엔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진실 규명을 위한 시급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언론 보도를 넘어 실질적인 행동, 책임 추궁, 정의에 대한 접근, 피해자 중심의 실질적인 배상, 재발방지 보장 그리고 진실 규명을 위한 시급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들이 겪은 극심한 트라우마와 폭력 그리고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된 심각한 인권 침해를 인정해야 합니다. 국가는 행동할 의무가 있으며, 그 의무는 이미 오래전에 이행되었어야 합니다.
아동 성매매는 미국법뿐 아니라 국제법에도 심각하게 위배되는 행위이다. 국제형사재판소를 설립한 로마 규정은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에 대한 인신매매를 노예화 및 성노예화와 유사한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로마 규정의 당사국은 아니지만,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 인신매매의 방지, 억제 및 처벌에 관한 유엔 의정서(팔레르모 의정서, Palermo Protocol)에 서명했다.
팔레르모 의정서는 인신매매를 예방, 억제 및 처벌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서명국들에게 인신매매범을 조사하고 인도하기 위해 국제 사회와 협력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