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영업비밀 침해 제재 강화 움직임과 기업의 대응방향
강철하 편집장 / 미래융합정책연구소장
첨단산업 기술정보, 제조 노하우, 고객 명단 등의 영업비밀은 기업의 핵심자산으로 위법하게 취득·사용·공개되어 유출될 경우 해당 기업의 경쟁력과 존립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으며,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회에서는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엄격히 규제하는 강화된 입법안이 연달아 발의되고 있다. 예컨대 올 한 해 발의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6건인데, 이 중 대부분의 개정법률안에서 영업비밀 침해행위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등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김남근 의원 대표발의안(제안일 : 2026.6.23.)’에서는 실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5배를 원칙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액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현행법에서도 영업상 이익을 침해한 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중대한 법 위반행위 행위를 하였을 경우, 5배 이내의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법원 판결에서는 평균적인 배상액이 그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1.5배 이하여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동 법안에서 이를 강화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20세기 초 미국의 공정경쟁법 분야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일종인 3배 손해배상(Treble Damage) 제도는 “최소한 3배의 징벌적 배상을 하도록 해야 고의적 또는 악의적 불법행위를 예방하는 위하적 효과가 있다”는 경제학계의 분석 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고의 또는 악의의 불법행위가 인정되면 실손해의 3배로 정한 액수를 손해배상액수로 판결하도록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설계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이를 계수하는 과정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범위를 “3배 이내”로 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법원의 재량에 맡겼는데, 실손해 배상제도에만 익숙해져 있는 법원은 실손해 위주의 일반 손해배상 제도와 거의 유사하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운용하여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불법행위에 대한 예방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김남근 의원 대표발의안에서는 ①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요건을 갖춘 경우, 실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5배를 원칙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액으로 정하도록 하고, ②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위반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피해규모 등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를 정하는데 참작하는 요소들이 별도의 증명을 통해 인정되는 경우에만 법원이 이를 이유로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도록 하였다(안 제14조의2).
또한 ‘김미애 의원 대표발의안(제안일 : 2026.5.6.)’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모든 부정경쟁행위로 확대하고 있다. 기존법에서는 부정경쟁행위 유형 중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 사용하게 하는 행위로 고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손해액의 5배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최근 고의성이 인정되는 다양한 유형의 부정경쟁행위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이 특정 유형의 부정경쟁행위에만 한정하여 적용되도록 하는 것은 추가적 배상책임을 부과함으로써 악의적인 부정경쟁행위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 도입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모든 부정경쟁행위로 확대”하여 현행 제도를 보다 강화해 악의적인 부정경쟁행위를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안 제14조의2제6항).
한편 ‘허성무 의원 대표발의안(제안일 : 2026.2.27.)’에서는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한 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물론 현행법에서도 영업비밀의 훼손·변경·위조·유출, 직무 관련 비밀 누설 및 영업비밀 훼손 등의 금지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손해배상책임, 벌칙 적용 등 제재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의 기술정보 유출, 해킹사고 등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발생하고 있어 제재방안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동 법안에서는 지식재산처장에게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조사 및 시정권고, 시정명령의 권한을 부여하여 신속한 구제방안을 마련하고,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한 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방지하고자 하였다(안 제12조의2부터 제12조의5까지 신설).
이처럼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조사와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등이 추진되고 있어 향후 기업이 부담해야 할 법적 책임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예컨대, 기업의 직원이 업무 중 협력업체 영업비밀을 침해한 경우 등).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방위산업 등 첨단산업에서는 기술정보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내부 직원의 이직, 협력업체 정보 유출, 사이버 해킹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한 영업비밀 침해 위험도 증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불측의 법률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후 대응보다 예방 중심의 영업비밀 관리체계 구축 등 법률·기술·인적 관리가 결합된 종합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임직원과 협력업체 대상 정기적인 보안교육, 비밀유지계약, 경업금지 약정, 퇴직자 관리절차 등).
나아가 ‘나의 영업비밀 보호’ 뿐만 아니라 ‘타인의 영업비밀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영업비밀에 대한 기업의 태도와 보호 수준은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투자 유치, ESG 경영, 공공조달 참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영업비밀에 대한 태도와 보호 수준은 단순한 보안 문제를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경영전략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주) 강철하 편집장(미래융합정책연구소장)은 한국영업비밀보호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