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서체파일도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본 사례

서체파일이 제작자의 창의적 개성이 표현되어 있어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본 사례

[대법원 2001. 5. 15. 선고 98도732 판결]

【판시사항】

서체파일이 단순한 데이터파일이 아닌 구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의 컴퓨터프로그램에 해당하고 서체파일 제작에 제작자의 창의적 개성이 표현되어 있어 그 창작성도 인정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서체파일이 지시·명령을 포함하고 있고 그 실행으로 인하여 특정한 결과를 가져오며 컴퓨터 등의 장치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단순한 데이터파일이 아닌 구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의 컴퓨터프로그램에 해당하고, 그 제작 과정에 있어 글자의 윤곽선을 수정하거나 제작하기 위한 제어점들의 좌표 값과 그 지시·명령어를 선택하는 것에 제작자의 창의적 개성이 표현되어 있으므로 그 창작성도 인정된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구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1995. 12. 6. 법률 제49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제34조 제1항 제1호(현행 제29조 제1항,제46조 제1항 제1호 참조)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8. 2. 24. 선고 97노1316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원심의 사실인정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한 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피해자들은 공소사실 기재의 이 사건 서체파일 57종을 제작하기 위하여, 한글 서체 1벌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2,350개의 완성형 글자에 대한 원도(原圖)를 작성하고 그 개별 글자 각각에 대하여 아도브 포토 샵(Adobe Photo Shop) 등 이미지 처리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스캐너(scanner)로 읽어들임으로써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된 이미지 파일을 만들었으며, 그 이미지 파일에 있는 각 글자들의 서체 이미지를 폰토그라퍼(fontographer)와 같은 기존의 서체파일 제작용 프로그램{피해자에 따라서는 폰트매니아(FontMania), GTX라는 서체파일 제작용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서체파일의 제작방법에 실질적인 차이는 없다}의 서체 제작용 창(한 화면에 256개의 창이 뜨는데, 하나의 창에서 하나의 글자에 대한 도안을 제작할 수 있고, 하나의 창은 가로, 세로 크기가 각각 1,000×1,000 단위로 세분화되어 있는 좌표를 가진다)으로 불러온 후, 폰토그라퍼의 윤곽선 추출기능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글자의 윤곽선이 화면상에 추출되는데, 윤곽선은 윤곽선 모양을 결정짓는 제어점들(이 제어점들은 가로 세로의 각 좌표 값을 갖게 된다)과 그 제어점들을 연결하는 직선 또는 곡선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자동으로 추출된 윤곽선은 본래의 서체도안과는 일치하지 않는 불완전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다시 마우스(mouse)를 사용하여 윤곽선을 수정함으로써 본래의 서체도안과 일치하는 윤곽선 설정작업을 완성하고(피해자에 따라서는 종이 등의 평면 위에 그려져 있는 서체의 원도를 스캐닝하고 폰토그라퍼의 윤곽선 자동 추출기능을 이용하는 과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서체도안을 눈으로 보면서 서체 제작용 프로그램상의 화면에서 마우스를 이용하여 직접 서체의 윤곽선을 설정하여 서체도안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2,350개의 글자에 대한 윤곽선이 완성된 서체도안을 전자출판 에디터(editor)나 워드프로세서 등의 문서편집기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폰토그라퍼 내의 서체파일 자동 생성(generate)기능을 이용하여 포스트스크립트(PostScript)라는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 형태의 파일을 생성시킴으로써 이 사건 서체파일을 완성하였다.

(2) 위와 같이 생성된 서체파일은 크게 서체 전체에 대한 정보를 정의하는 부분과 각 글자의 모양을 정의하는 부분으로 나뉘는데, 글자 모양을 정의하는 부분은 각 글자의 윤곽선을 결정짓는 제어점들의 좌표 값과 그 제어점들을 연결하기 위한 명령{예컨대, 각 점을 직선으로 연결하라는 뜻의 라인투(lineto), 곡선으로 연결하라는 뜻의 커브투(curveto), 다른 점으로 이동하라는 뜻의 무브투(moveto) 등}으로 구성된다.

(3) 또한 피해자들의 이 사건 서체파일은 윤곽선 방식(outline font; 외곽선 방식이라고도 한다)으로서, 비트맵 방식(bitmap font)의 서체파일이 일정한 사각면을 여러 구역(pixel)으로 나누고 각 구역의 색깔을 지정하는 이미지 파일의 형태를 취하는 것과는 달리, 일정한 좌표 값을 가지는 점들을 지정한 후 그 점들을 직선이나 수학적으로 계산되어지는 곡선으로 상호 연결시켜 글자나 도형의 윤곽선을 확정하여 그 내부를 칠하는 방식을 취하고, 글자 모양을 확대하거나 변경하더라도 원래의 글자 모양을 결정짓는 주요 제어점들의 좌표 값을 일정한 비율 또는 수학적 공식에 의하여 조정하기만 하면 전체적인 글자 형태가 일그러짐 없이 매끄럽게 표현될 수 있으며,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로 기술함으로써 윤곽선 정보를 벡터(vector)화된 수치 내지 함수로 전환하여 기억하였다가 출력기종의 조건에 맞게 변환하여 출력하는 방식을 취한다.

(4) 이 사건 서체파일은 그 자체로서는 실행될 수 없는 형태의 파일이어서 단독으로는 글자를 출력시킬 수 없고, 전자출판 에디터나 워드프로세서 등 문서편집기상에서 사용자가 출력을 위하여 선택한 서체의 글자와 그 크기 등의 정보를 래스터라이저(rasterizer)로 전송하면, 래스터라이저는 문자의 크기에 맞추어 윤곽선을 표현하는 제어점들의 좌표 값과 이들을 연결하게 되는 직선 및 곡선을 계산하여 윤곽선을 그리고 그 내부를 원하는 색으로 칠하여 비트맵 이미지를 생성한 다음, 이를 프린터와 같은 출력기를 통하여 출력시키게 된다.

(5)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이 사건 서체파일 57종을 구입하여, 아래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서체파일의 포맷(format)을 전환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보정한 뒤 피고인 자신의 서체파일로 제작하여 넥스트페이지(Nextpage)라는 전자출판 에디터 프로그램에 탑재시켰다.

(가) 피해자 이oo이 대표로 있는 주식회사 휴먼컴퓨터의 서체파일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그 포맷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이 개발한 HFT2TFT.EXE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피고인의 넥스트페이지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맷인 확장자가 ‘.TFT’인 파일로 전환한 다음, 폰토그라퍼에서 읽어들일 수 있도록 피고인이 개발한 TFT2FOG.EXE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확장자가 ‘.FOG’인 파일로 다시 포맷을 전환하고, 전환과정에서 생긴 윤곽선의 오류를 폰토그라퍼 내에서 마우스를 이용하여 수정하였으며, 다시 FOG2TFT.EXE라는 프로그램으로 피고인의 넥스트페이지용 TFT 포맷의 서체파일로 최종 전환하여 피고인의 서체파일을 제작하였다.

(나) 피고인이 포맷을 알지 못하는 나머지 피해자들의 서체파일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의 서체를 출력할 수 있는 전자출판프로그램에서 2,350개의 완성형 글자를 일일이 입력시켜 문서파일을 작성하고, 이를 문서편집기로 읽어들인 다음, 입력된 글자의 서체를 피해자들의 서체파일이 구현하는 특정 서체로 전환시킨 후, 각 글자의 윤곽선 정보가 저장된 EPS 포맷의 파일로 전환하고, 피고인이 개발한 HANGUL.EXE라는 프로그램으로 각 글자를 떼어낸 후 다시 넥스트페이지 고유 포맷인 TFT 파일로 전환한 다음, 위 (가)에서 본 바와 같은 FOG 파일과 TFT 파일로 전환하는 과정을 다시 거쳐 피고인의 서체파일로 제작하였다.

(6) 피고인의 넥스트페이지에 탑재된 서체파일의 핵심적 구성요소인 각 글자에 대한 제어점의 개수나 각각의 좌표 값, 제어점들을 연결하는 직선이나 곡선의 형태 및 곡률은 전환되기 전의 피해자들의 이 사건 서체파일의 그것과 동일하거나 거의 유사하고, 같은 크기의 동일한 글자를 출력기를 통하여 출력할 경우 양자의 서체가 육안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 컴퓨터프로그램은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것”으로 정의되는바, 피해자들의 이 사건 서체파일은 그림을 그리는 논리·연산작용에 해당하는 ‘지시·명령’이 포함되어 있고, 서체 1벌을 컴퓨터 등의 장치 내에서 편리하고 반복적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실행으로 인하여 ‘특정한 결과’를 가져오며, 단독으로 실행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컴퓨터 내의 다른 응용프로그램이나 장치의 도움을 받아 서체를 출력시킬 수 있어 ‘컴퓨터 등의 장치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의 컴퓨터프로그램에 해당되고, 단순한 데이터의 집합은 아니다.

(2) 피해자들의 이 사건 서체파일 프로그램은 인간에 의하여 읽혀지는 문자, 숫자, 기호 등을 사용한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로 키보드(keyboard) 등의 입력기를 통하여 직접 소스코드(source code)가 작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폰토그라퍼와 같은 서체파일 프로그램 제작용 프로그램을 프로그램 제작의 도구로 사용하여 컴퓨터 모니터상에서 마우스로 서체도안을 완성한 후 서체파일을 바로 생성시키는 것으로서 그 제작과정을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일반적인 프로그램의 제작과정과 다를 바 없으므로, 서체파일의 제작자가 직접 코딩(coding)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 사건 서체파일이 데이터의 집합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3) 피해자들이 제작한 서체는 피해자들의 정신적 노력과 고심의 산물로서 창작성이 인정되고, 따라서 이를 구현하는 피해자들의 이 사건 서체파일 프로그램도 창작성이 인정되며, 서체도안을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 아닌 것으로 보는 이유는 서체도안의 창작성 자체를 부인하기 때문이 아니라, 서체도안에 내포되어 있는 창작성을 문자 본래의 실용적인 기능으로부터 분리하여 별도로 감상의 대상으로 하기 어렵다는 점에 근거한 것이므로 서체도안에 저작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서체파일 프로그램의 창작성도 부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4)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 보호되는 컴퓨터프로그램의 보호범위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이 담긴 컴퓨터프로그램의 문장 그 자체에 한정되는 것이고, 컴퓨터프로그램의 문장을 통하여 표현되는 결과물은 보호될 수 없다 할 것인바,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이 사건 서체파일 프로그램들을 몇 가지 전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그 파일의 포맷만을 변경시킨 채 완전히 동일한 프로그램을 다시 제작하거나 피해자들의 서체파일프로그램에 내재된 데이터와 지시·명령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그대로 이용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해자들의 이 사건 서체파일 프로그램의 복제나 개작에 해당하여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제34조 제1항 제1호에 위배되는 행위이다.

3. 당원의 판단

(1)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해자들의 이 사건 서체파일을 단순한 데이터파일이 아닌 구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1995. 12. 6. 법률 제49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상의 컴퓨터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다만 서체파일 프로그램의 창작성이 인정되는 것은 서체파일을 제작하는 과정에 있어서 글자의 윤곽선을 수정하거나 제작하기 위한 제어점들의 좌표 값과 그 지시·명령어를 선택하는 것에 서체파일 제작자의 정신적 노력의 산물인 창의적 개성이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하므로(폰토그라퍼와 같은 서체파일 제작용 프로그램에서 하나의 글자를 제작하기 위한 서체 제작용 창의 좌표는 가로축 1,000, 세로축 1,000의 좌표로 세분되어 있어, 동일한 모양의 글자라 하더라도 윤곽선의 각 제어점들의 구체적 좌표 값이 일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원심이 서체도안 자체에 창작성이 있기 때문에 서체파일프로그램에도 창작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부적절하나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바 없다 할 것이어서, 결국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에 컴퓨터프로그램저작권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또한 피해자들의 이 사건 서체파일 프로그램에서 보호되는 부분은 창작성이 인정되는 윤곽선의 수정 내지 제작작업을 한 부분에 한정된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이 사건 서체파일 프로그램을 복제하거나 개작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위 창작성 있는 부분의 소스코드에 대한 비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은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다 할 것이나, 기록에 의하면 원심도 적법히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이 사건 서체파일 프로그램을 파일의 포맷만을 변환시킨 채 전체로서 이용하고 포맷의 변환과정에서 발생한 지엽적인 오류를 수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원심이 굳이 창작성 있는 소스코드에 대한 비교·판단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들의 이 사건 서체파일 프로그램의 복제 내지 개작에 해당한다고 보는 데에 지장이 없다 할 것이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지적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