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뢰와 소통으로 ICT 신산업 입법을 추진해야(전자신문, ‘15.3.29일자)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전 세계 퍼블릭 IT 클라우드서비스 시장 규모가 2018년에 1270억달러로 연평균(CAGR) 22.8%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전체 IT 시장 성장률의 6배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글로벌 빅데이터 기술 및 서비스 시장도 연평균 27%로 성장해 2017년 324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아가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에서는 세계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가 2013년 2031억달러에서 2022년 1조2000억달러로 연평균 성장률만 20%가 넘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신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면서 정부와 산업계로부터 각광 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 기반이 취약해 성장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물론 지난 3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다. 그동안 법령에서 인허가 등의 요건으로 구비하도록 요구했던 전산시설에 클라우드서비스를 포함시켰다. 클라우드서비스에 대한 이용활성화 기반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세계 도처에 산재해 있는 데이터센터 등의 정보자원을 효율화하기 위한 클라우드서비스는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인정보 국외이전 제한에 가로 막혀 본격적으로 시작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찬가지로 사물인터넷과 관련해 주목 받고 있는 드론(Drone)도 항공법상의 12㎏ 이하 초경량 무인기로 분류된다. 야간 비행이 안 되고 중대형 드론 불가하다. 비행지역과 고도제한 등의 각종 규제로 산업 성장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빅데이터는 어떤가. 지난해 정부가 정보 수집 시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비식별화 조치’를 하면 정보 활용이 가능하도록 빅데이터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이러한 권고적 수준의 가이드라인만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보기엔 역부족이다. 그나마 지난 2월 초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이 개인정보보호법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통계·연구, 시장조사, 마케팅 등의 목적을 위한 때에 개인정보 비식별화 조치를 통해 빅데이터 정보 수집을 허용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통과까지는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최근 미래부는 ICT 융합 활성화, 사이버 정보보호 등을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해 2월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특히 ‘ICT 융합 활성화’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U-City사업(건설+ICT) 등과 같이 ICT 융·복합사업에 대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 SW 비중이 10%도 안 되는 대규모 사업이라도 ‘SW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SW산업진흥법상 대기업의 공공사업 참여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동 규정이 중소기업 보호라는 공익 실현을 위해 마련된 것임은 잘 알고 있지만 SW산업의 광범성, ICT융합사업의 타 산업 파급효과와 신시장 창출력을 고려했을 때 차라리 대중소 상생에 관한 엄격한 규제를 도입해 대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처럼 ICT신산업으로 분류되는 다양한 산업들이 법적 기반이 취약해 성장이 지체되고 있지만 아직도 그 입법까지는 요원하다. 물론 규제완화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나아가 지나친 규제완화로 국민의 프라이버시와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일이 발생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기업은 항상 권리침해자라는 식의 막연한 의심으로 규제강화를 주장한다거나 단순히 산업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각자의 주장을 펼치기보다 이제는 서로 상대방의 진의(眞意)에 귀 기울이면서 산업을 활성화시키면서도 권리자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이 없는지 그 대안을 모색할 때다. 어쩌면 지금의 문제는 소비자, 정부, 산업계 등 이해당사자 간의 소통의 부재와 신뢰의 부재가 더 본질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