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증거 허용성(Admissibility)에 관한 미국 판례동향(한국디지털포렌식학회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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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하 /Chul Ha, Kang 1
국문요약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정보통신기술은 범죄영역에 있어서 해킹․바이러스에 의한 전자적 침해와 같은 새로운 범죄에 이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범죄영역에 있어서도 범행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증거방법만 가지고는 정보통신기술을 매개로 발생되는 최근의 범죄에 대한 입증이 곤란한 경우가 다수 발생될 수 있는 바, 이와 관련하여 최근 미국 법원에서는 전자적 저장정보(Electronically Stored Information, ESI)의 증거능력 허용성 여부에 대한 의미 있는 판결들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금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법원판결들에 나타난 전자적 저장정보의 증거능력 허용요건에 관한 검토를 진전시켜 보도록 하겠다.
U. S. Judicial Decisions’ Tendencies Related to The Admissibility of Digital Evidence
ABSTRACT
Rapidly advancing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has not only been utilized and abused for new crimes like electronic infringements(hacking, virus) but also as means of traditional crimes. Therefore, with only the traditional evidence method, troubles in demonstrating crimes recently generated by using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have been occurring in large numbers. Regarding this, Recently United States Court brought into the fore a meaningful judicial decision on the matter of admissibility of electronically-stored information as evidence. So, this paper would advance on the examination of requisite for admissibility of electronically-stored information as seen in such judicial decisions.
Keywords : Admissibility, Authenticity, Digital Evidence, ESI, hearsay rule, Relevance, Reliability
Ⅰ. 들어가며
2007년 12월 우리 대법원은 이른바 ‘일심회 사건’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여부를 결정하면서 증거법상 주요 법적 쟁점이었던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을 제시하는 등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요건에 관한 구체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현행 형사소송법상 증거방법으로는 인적 증거, 물적 증거, 증거서류로 대별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법제상 디지털 증거가 이러한 증거방법 중 어디에 포섭될 수 있는지 학문적 차원의 논란이 있고, 더욱이 컴퓨터 기록 자체가 아니라 컴퓨터 기록을 출력한 서면을 서증으로 제출할 경우에도 그 자체로 가시성․가독성이 없는 컴퓨터 기록의 내용과 서면으로 출력한 내용을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도 문제된다.
그러나 이처럼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하를 둘러싸고 다양한 법률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른바 ‘유비쿼터스 사회(Ubiquitous Society)’로 불리는 현대 정보사회에서 범죄혐의 입증을 위한 자료로 디지털 증거가 필요하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더욱이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증거법 체계를 넘어 새로운 형사사법 패러다임 마련이 요청된다고 볼 것이고 이런 관점에서 디지털 증거의 입증방법 등 그 허용요건에 관한 다양한 판례를 축적한 미국의 사례를 검토해 보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도 디지털 증거의 증거법상 위치를 재조명해 보고 그 개선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유의미한 작업이라고 할 것이다.
Ⅱ. 美國 聯邦證據規則上 證據로 許容되기 위한 一般要件
미연방증거규칙상 증거로 허용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규칙 제401조에 따라 당해 증거가 요증사실과 관련되어 있어야 한다. 다만, 여기서의 ‘관련성’이란 고정된 개념이 아닐 뿐만아니라 증거에 대한 고유한 특징을 의미한다기보다는 단지 당해 증거와 입증가능한 사건의 쟁점 사이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관련성 요건이 충족되기 위해 당해 증거가 특별히 중요한 것일 필요도 없다. 따라서 만일 미연방헌법, 법률 또는 증거규칙 등에 의해 배제되지 않는 한, 낮은 정도의 관련성을 보이는 경우에도 증거로 허용되고 이 점에서 오히려 규칙 제401조 보다 그 밖의 증거규칙들이 증거 허용성과 관련하여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당해 증거가 이러한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물론 증거로 허용(admissibility)될 수 없겠지만(규칙 제402조) 이와 달리 만일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추가적으로 그 증거의 신뢰성(reliability) 척도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수행해야 한다. 여기서 당해 증거의 신뢰성 판단과 관련하여서는 진정성(Authenticity) 인정여부, 전문법칙(hearsay rule)의 적용 문제, 원본제출의 원칙(the Original writing Rule 또는 Best Evidence Rule) 충족 여부가 문제되는데 특히 디지털 증거의 경우에는 불완전한 데이터 기록에 의한 손상, 출력 명령어 사용상의 실수, 프로그램 오류, 저장매체의 손상이나 오염, 정전사고 등에 의해 데이터의 정확성(Accuracy)이 침해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분석과정에서 부적절한 수색․복구절차를 이행함으로써 데이터의 무결성(Integrity)이 침해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진정성 입증과 관련하여서는 독특한 증거법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증거로 제출한 당해 디지털 증거가 전술한 관련성, 신뢰성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규칙 제403조에 따라 그 증명가치(probative value)가 불공정한 편견의 위험성을 본질적으로 증가시킨 경우, 문제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배심원을 오해시키거나 또는 부당한 지연을 고려한 경우, 시간낭비 및 불필요하게 반복적인 증거제시의 경우에는 그 증거는 허용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규칙 제403조는 불공정한 편견 등의 위험성과 증거의 증명가치를 비교형량(balance)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판사로 하여금 당해 증거의 증명가치와 그 증거로 인한 위험성을 비교형량하여 양자 사이의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당해 증거를 배제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Ⅲ. 科學的 證據의 許容性에 관한 判例理論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미국의 경우,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주요사실 또는 공소사실에 대한 관련성(relevance)이 인정되고, 당해 증거자료의 신뢰성(reliability)이 있어야 하며, 더불어 공공정책(public policy)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증명력(probative value)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증거능력 인정을 위한 검토단계 중 특히 과학적 증거가 당해 소송절차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관련성(relevance)척도와 신뢰성(reliability)척도의 구체화가 필요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에 있어서 특히 ‘과학적 증거의 허용성’ 여부에 관한 내용을 다룬 판결로 Frye 판결과 Daubert 판결이 대표적인데, 위 판결에서 제시하는 과학적 증거의 허용척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Frye v. United States 判決의 ‘普遍的 承認(general acceptance)’ 尺度
동 판결은 2급 살인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자신의 무죄 입증을 위하여 감정인이 실시한 일종의 거짓말탐지방법인 ‘심혈압거짓말측정(the systolic blood pressure deception test)’을 배심의 면전에서 실시할 것을 요청했으나, 동 법원은 이를 거부하면서 ‘과학적 원칙은 그것이 속해 있는 특정분야에서 보편적 승인(general acceptance)을 얻어야 한다’고 설시했다. 즉 동 사건의 ‘심혈압거짓말측정(the systolic blood pressure deception test)’은 아직까지 생리학적(physiological)․심리학적(psychological) 분야에서 그러한 지지나 과학적 승인을 얻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설사 자격있는 감정인이 당해 사건에 사용된 과학적 절차가 신뢰할만하다고 인정할지라도 특정 과학계의 보편적 승인이 없는 경우에는 당해 자료를 증거로 허용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이러한 결정은 반대자의 입장에서 보면 과연 ‘보편적 승인(general acceptance)’이 무엇인지 또한 그러한 입증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입증이 필요한지 모호하다는 비난을 야기하게 만들었다.
2. Daubert v. Merrell Dow Pharmaceuticals, Inc. 判決의 判斷尺度
반면 1975년 미연방증거규칙이 미 의회에 의해 채택됨에 따라 이러한 미연방증거규칙이 Frye 판결의 “보편적 승인” 척도를 대체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게 되었고 이러한 논쟁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판결로 Daubert v. Merrell Dow Pharmaceuticals, Inc. 판결이 있다.
동 사건은 Daubert가 임신중 구역질 방지약인 Merrell Dow사의 Bendectin이 기형아를 야기하고 또한 이에 대한 경고문구가 없다는 이유로 Merrell Dow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소송과정에서 Daubert측은 8인의 전문가를 통해 실험실 테스트 및 동물 임상실험 등을 거쳐 Merrell Dow사의 Bendectin과 기형아 출산가능성을 인정하는 감정결과를 법원에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이전의 “Frye 判決을 기준으로” 이러한 감정결과는 출판된 것이거나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로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에 불복한 Daubert는 미연방증거규칙 제정 후에도 “Frye 判決의 보편적 승인 기준이 여전히 유효한지 여부”를 묻기 위해 연방대법원에 상고하였다.
이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Frye의 일반적 승인기준은 미연방증거규칙의 제정에 의해 폐기되었음을 선언(Frye’s “general acceptance” test was superseded by the Rules’ adoption)하면서 특히 규칙 제702조 상의 전문가에 의한 과학적 증언과 관련하여 판사는 규칙 제104조에 따라 그 증언의 핵심추론과 방법론이 과학적으로 유효하고 문제된 사건에 적절히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를 사전 판단하고, ⅰ) 문제된 이론과 기술이 검증될 수 있는지 또는 검증된 바 있는지 여부, ⅱ) 그것이 동료에 의해 평가(peer review)되거나 출판된 적이 있는지 여부, ⅲ) 잘 알려진 또는 잠재적 오류율이 있는지 여부, ⅳ) 문제된 이론과 기술의 운용을 통제하는 기준의 존재 및 지속성 여부, ⅴ) 관련된 과학적 공동체 내에서 광범위한 승인을 이끌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제시하였다.
이러한 Daubert사건 판결은 Frye 판결에서의 전문가집단의 보편적 승인 기준이 아닌, “판사로 하여금” 과학적 증거의 신뢰성을 판단하도록 하고 있으며 과학적 증거의 허용성과 관련하여 과학적 방법론과 원칙을 강조하였다. 또한 이 후 동 판례이론은 과학영역 뿐만아니라 전문기술(technical) 영역의 증거에도 적용되는 등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3. 判例理論에 대한 檢討
미국은 1900년대 초반부터 과학적 증거의 허용성에 관한 해석론을 판례를 통해 형성해 왔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증거 허용성에 대한 Frye 판결의 보편적 승인(general acceptance) 척도는 소송에 있어서 “사이비 과학”에 의한 오판가능성을 배제하고 증거 허용요건의 엄격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그 이론상 강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ⅰ) Frye 판결의 비판론자가 제기하는 것과 같이 보편적 승인(general acceptance)의 개념이 무엇이고 또한 어느 정도 입증되어야 동일 과학계의 보편적 승인을 얻었다고 볼 것인지 모호하다는 점, ⅱ) 특히 디지털 증거와 관련해 볼 때 빠르게 진화하는 정보기술 영역에 있어서 Frye 판결을 적용할 경우 문제된 디지털 증거의 보편적 승인(general acceptance)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이는 결국 디지털 증거의 증거 채택을 부정하게 되어 부당하다는 점, ⅲ) 또한 소송에 있어서 과학적 증거의 신뢰성에 대한 최종적 판단은 과학계의 전문가집단이 아닌, 법관에게 부담지우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에서 볼 때 Frye 판결의 보편적 승인(general acceptance) 척도보다 Daubert 판결의 허용척도가 우수한 이론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이상에서 검토한 양 판례이론은 디지털 증거가 아닌 심리학적․생물학적 증거에 대한 감정인의 감정결과를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과학적 증거의 허용여부가 특정 과학기술의 결과보다 과학적 방법론을 중요한 판단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볼 때 디지털 증거의 영역에 있어서 이러한 기준이 어떻게 해소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고 또한 Daubert 판결에서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결국 과학적 증거의 허용성은 미연방증거규칙의 틀 안에서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하에서는 디지털 증거 허용성에 대한 미연방증거규칙상의 해석론을 담고 있는 판결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Ⅳ. 디지털 證據 許容性에 관한 美國 法院의 見解
1. ‘關聯性(Relevance) 要件’에 대한 見解
우선 디지털 증거가 재판에서 증거로 허용되기 위해서는 미국연방증거규칙(Federal Rule of Evidence) 제401조에 따른 ‘관련성(Relevance) 척도’에 부합해야 한다. 즉, 규칙 제401조에 따라 당해 증거가 (범죄)사실에 관련되어 있어야 하며, 이 때 ‘관련성’이란 당해 증거가 없을 때 보다 그 증거가 존재함으로써 ‘더 있을 법한 또는 덜 있을 법한 행위의 결정에 중요한 어떤 사실의 존재를 추정시키는 경향이 있는’ 증거를 의미하게 되고, 따라서 ‘관련성(Relevance) 있는 증거’는 ‘어떤 특별한 무게를 가질 필요가 없으며 소송에 있어서 일련의 사실을 증명하거나 증명할 수 없는 경향을 가지면 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예컨대, 아동에 대한 성추행사건과 관련하여 피고인의 컴퓨터상의 인터넷 사용기록과 암호화 프로그램을 증거로 제출한 사안에서 지방법원 및 항소법원은 당해 증거가 이번 사건과 관련성이 있다고 판시한 바 있고,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민사소송사건에서 보험금 지급범위에 대해 당사자 사이에 주고받은 이메일 사본도 당해 사건과의 관련성이 있다고 한다거나 또 다른 아동 성추행 사건에 대해 정부 측이 피고인과 두명의 비밀요원 사이의 AOL 인터넷통신 내용에 대한 사본(transcript)을 증거로 제출한 사안에서 그 채팅내용은 범죄행위와 충분히 유사하기 때문에 증거로 허용할 수 있다고 판결하는 등 미국 판례상 ‘관련성 요건’은 엄격한 정도의 연관성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요증사실에 대한 일정 수준의 연관성만으로도 충족된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관련성 요건에 대한 판단방법은 디지털 증거라 해서 달리 해석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2. ‘信賴性(reliability) 要件’에 대한 美國 法院의 見解
전술한 바와 같이 미연방증거규칙상 관련성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재판에서 증거로 허용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그 증거의 신뢰성(reliability) 요건에 부합해야 하는데 이러한 신뢰성 요건이 충족되기 위해서는 당해 디지털 증거의 진정성(Authenticity)이 인정되고 더불어 당해 증거가 진술증거로 사용되는 경우 전문법칙(hearsay rule)이라는 증거법상의 장애물을 극복해야 함과 동시에 원본제출의 원칙(the Original writing Rule 또는 Best Evidence Rule)이 충족되어야 한다.
(1) 우선 디지털 증거의 신뢰성 입증과 관련하여 컴퓨터 데이터가 디지털 증거로 허용되기 위해서는 그 진정성(Authenticity)이 증명되어야 한다. 다만, 디지털 증거의 경우 충격 등 외부환경에 의한 파손 등 그 취약성과 조작가능성 때문에 여타의 증거와 다른 독특한 진정성 입증방법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와 관련하여 앞서 Lorraine사건에서 치안판사 Paul. W. Grimm은 당해 전자적 저장정보의 진정성 입증을 위한 방법으로 ‘외부증거(Extrinsic Evidence)의 이용을 통한’ 증명방법과 전자적 저장정보 자체의 ‘독립적 증명(Self-Authentication)’을 통한 입증방법을 제시하였다.
ⅰ) 우선 Paul. W. Grimm이 지적하는 ‘외부증거(Extrinsic Evidence)의 이용을 통해’ 증명될 수 있는 방법은 ① 전문지식을 가진 증인의 증언(testimony of witness with knowledge)에 의해 진정성을 입증하는 방법 ② 사실심 재판관이나 증명된 표본을 가진 전문가 증인(expert witness)에 의한 비교방법 ③ 증거 자체에 대한 부수증거[규칙 제901조(b)(4)]에 의한 경우, ④ 공공기록[규칙 제901조(b)(7)]에 의한 경우 ⑤ 정확한 프로세스나 시스템의 결과로 산출된 증거[규칙 제901조(b)(9)]에 의해 입증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폭행사건의 유죄판결을 받은 형사 피고인이 자신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채택된 인스턴트 메세지 기록은 부적당하게 증명된 것으로 법원이 잘못한(err) 것이며 이러한 메세지는 관계 ISP나 컴퓨터 포렌식 전문가의 증언에 의해 입증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항소법원은 이 사건에서 메세지는 부수적 증거에 의해 적절히 증명되었다고 판시한 바 있고, People v. Downin사건에서 유죄임을 증명하는 이메일을 증거로 허용하는 것은 잘못이며 피해자가 그 이메일을 조작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성폭행으로 유죄판결을 받은)형사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항소법원은 원심법원이 재량권을 남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증언 및 기타 부수증거(circumstantial evidence)에 의해 그 이메일의 진정성이 증명되었다고 판시한 바 있다.
ⅱ) 그런데 위의 외부증거(Extrinsic Evidence)에 의한 방법이 아닌, 당해 전자적 저장정보 자체의 ‘독립적 증명(Self-Authentication)’ 방법을 통해서도 그 진정성을 입증할 수 있다고 하면서 Paul. W. Grimm은 규칙 제902조를 통해 증명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다만, 규칙 제902조에서는 독립적 증명과 관련하여 12가지의 예를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중에서 다음 세 가지 경우가 전자적 저장정보를 입증하기 위해 법원에서 사용되어 왔음을 지적하였는데 그 예로는 ① 공무상 출판물[규칙 제902조(5)], ② 제명, 서명, 태그, 꼬리표에 의한 독립적 증명[규칙 제902조(7)], ③ 통상적으로 수행된 업무에 관한 증명[규칙 제902조(11)]을 들고 있다. 예컨대 Bazak Int’l Corp. v. Tarrant Apparel Group사건에서 청바지 구매계약에 관한 직물 상인과 판매자 사이의 이메일 교환과정에서 첨부된 이메일상의 서명란에 상인의 서명이 나타나 있고 그 편지내용도 상인 회사의 편지 용지상에 기입되어 있다고 하면서 사기서명(frauds signature)에 대한 뉴욕 주법상의 요건(requirement)을 충족한다고 보았다.
(2) 그런데 당해 증거가 미연방증거규칙상 ‘관련성’이 있고 ‘진정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증거가 전문법칙(hearsay rule)의 적용을 받게 되면 증거로서 허용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원칙적으로 전문증거는 반대신문(cross examination)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경우에도 우리와 같이 신용성이 보장된 경우나 실질적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미연방증거규칙 제803조, 제804조와 제807조는 전문법칙에 대한 몇 가지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증거의 경우에도 그 증거가 ‘진술자에 의한 진술을 구성하는지 여부’에 의해 전문법칙의 적용이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의 진술을 포함하지 않고 단순히 컴퓨터가 생산해 낸 출력정보는 원칙적으로 전문법칙이 적용될 수 없게 된다. 예컨대 United States v. Hamilton 사건의 경우 아동포르노그라피 주간(interstate) 거래에 대한 연방법 위반의 증거로 피고인이 뉴스그룹에 올린 44개 아동 포르노그라피 이미지(이미지에 metadata라고 불리는 컴퓨터가 생성한 헤더정보가 포함)가 제출된 사안에서 피고인 측은 이러한 헤더정보는 전문증거이므로 증거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항소법원은 “헤더정보는 Hamilton이 포르노그라피 이미지를 올린 뉴스그룹의 호스팅 컴퓨터에 의해 자동적으로 생성된 것으로서 미연방증거규칙 제801조(c)의 전문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만, 앞서 Lorraine사건의 판사 Paul. W. Grimm은 ‘전자적으로 저장된 증거나 생산된 증거(electronically stored and generated evidence)’의 경우에는 대부분 전문법칙의 문제가 제기된다고 하면서 전문법칙 적용문제를 적절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ⅰ) 당해 증거가 규칙 제801조(a)에서 규정한 ’진술(statement)‘을 구성하는지 여부, ⅱ) 그러한 진술이 규칙 제801조(b)의 진술자에 의한 것인지 여부, ⅲ) 또한 진술이 규칙 제801조(c)에 따라 ’문제된 내용의 진실성(the truth of its contents)‘을 입증하기 위해 제공되었는지 여부 ⅳ) 그 진술이 규칙 제801조(1) 전문법칙 정의규정상의 적용 배제사유(exemption)에 해당하는지 여부 ⅴ) 끝으로 당해 진술이 전문진술이라고 하더라도 규칙 제803조, 제804조, 제807조의 예외사유(exception)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 그런데 미연방증거규칙 제1002조는 문서, 녹음, 사진의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 원본이 요구된다고 하여 원본제출의 원칙(the Original writing Rule 또는 Best Evidence Rule)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자적으로 생산되거나 저장된 증거는 미연방증거규칙 제1001조(1), (2)에 따라 “문서(writings), 녹음(recordings), 사진(photographs)”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전자적 증거의 경우에도 규칙 제1002조에 따라 원본제출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전자적 증거에 대한 원본제출의 원칙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로 가시성 및 가독성이 없는 컴퓨터 기록 등 디지털 증거를 가시성․가독성 있는 인쇄물로 출력한 경우에 그 출력물을 ”원본(original)“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이와 관련하여 미국은 입법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즉, 규칙 제1001조(3)은 ”만약 컴퓨터 또는 이와 유사한 장치에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데이터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표시된 것으로 시각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한(가시성․가독성) 출력물 또는 기타 산출물은 원본“이라고 규정하여 전자적 저장정보의 출력물을 제출함으로써도 원본제출의 원칙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예컨대, 아동 유괴에 관한 형사사건에서 주 정부가 피고인과 13세 소년처럼 글을 올린 비밀경찰 사이의 메신저 채팅 내용을 “잘라내어 붙이기(cut-and-pasted)”방식으로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제출하자 피고인 측이 이러한 방식의 증거는 원본제출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하여 항소법원은 “증거규칙 제1002조는 문서나 녹음의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원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증거규칙 제1001조(3)은 데이터가 컴퓨터나 이와 유사한 장치에 저장되어 있을 때 그 데이터를 정확하게 반영한 것으로 시각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한 출력물 기타 산출물은 원본이라고 제시하고 있다…(중략)…그 출력물은 이러한 대화내용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므로 그 출력물은 피고인과 경찰관 사이의 대화내용에 대한 ‘best evidence(원본증거)’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여 “cut-and-pasted”방식으로 출력한 문건의 원본성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이와 달리 피고인과 채팅을 유인한 비밀경찰이 피고인과의 채팅내용을 word 문서의 “cut-and-pasted” 방식으로 제출한 United States v. Jackson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인이 그 사본(transcript)의 생략된 부분이 자신의 의도(intent)와 직접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증거로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법원은 정부 측에 의해 제출된 “잘라내어 붙이기(cut-and-pasted)” 방식의 문서는 원래의 채팅방 대화를 정확하게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재판에서 증거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도 있는데 앞서 Laughner v. State 사건과 달리 이 사건의 경우에 다른 결론이 도출된 까닭은 ‘cut-and-pasted’ 과정의 오류로 인해 컴퓨터 데이터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실무적으로는 미연방증거규칙 제1003조를 통해 이러한 원본증거 보다 사본증거가 광범위하게 허용되고 있다. 즉, “원본의 진정성에 관한 문제가 없는 경우라거나 원본을 대신하여 사본을 인정하는 것이 불공정한(unfair) 경우”가 아니라면 ‘원본을 정확하게 재생한(accurately reproduces the original)’ 사본(duplicates)도 증거로서 허용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3. 不公正한 偏見 등과의 比較衡量
미연방증거규칙 제403조는 불공정한 편견 등에 대응하여 당해 증거의 증명가치(Probative Value)를 비교형량(balance)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즉, 당해 증거가 요증사실과의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증거가 불공정한 편견의 위험성을 본질적으로 증가시키거나 문제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또는 배심원을 오해시키거나 부당한 지연을 고려한 것이거나 시간낭비 및 불필요하게 반복적인 증거제시의 경우에는 그 증거는 허용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판사는 증거의 증명가치와 그 증거로 인한 위험성을 비교형량하여 양자 사이의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당해 증거를 배제할 수 있는 재량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살인사건과 관련된 People v. Stone 사건에서 피고인은 포렌식 전문가가 자신의 노트북에서 발견한 문서들을 증거개시(discovery)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주장하였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컴퓨터 포렌식 전문가는 조사과정에서 피고인이 자기 자신을 “청부살해업자(hitman for hire)”로 언급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그러한 문서들은 편견이 증명가치를 상회하기 때문에 증거로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이에 대해 법원은 피고인의 개인 노트북 컴퓨터에서 발견된 그 문서들은 ‘만일 적당한 근거를 수반한다면(if accompanied with proper foundation)’ 증거로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규칙 제403조와 관련하여 전술한 Lorraine사건의 판사 Paul. W. Grimm은 그 동안의 법원판결에 비추어 볼 때 ⅰ) 당해 증거에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공격적이고 매우 경멸적인 언어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 ⅱ) 소송에서 배심원이 실제 사건에 대해 오해할 수 있는 상당한 위험이 있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분석할 경우 ⅲ) 규칙 제1006조에 따라 방대한 전자적 서류, 녹음, 또는 사진의 요약물에 대한 증거의 허용성을 고려할 경우 ⅳ) 법원이 전자적 증거 내에 포함된 정보의 신뢰성과 정확성에 관하여 염려스러울 경우에 특별히 그러한 디지털 증거의 허용이 “부적당한 편견(unduly prejudicial)”에 해당하는지를 고려하기 쉽다고 제시하였다.
Ⅴ. 結 語
미연방증거규칙상 디지털 증거가 증거로서 허용되기 위해서는 ‘관련성(Relevance)’ 및 ‘진정성(Authenticity)’ 요건이 충족되고 진술을 포함한 전문증거의 경우에는 전문법칙의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원본(the original)이거나 ‘원본과 동일하게 인정되는 사본’이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개별요건이 충족되는 경우라도 불공정한 편견의 위험성이 당해 증거의 증명가치를 상회하거나 사안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경우, 배심원을 오해시키거나 부당한 지연을 고려한 것이거나 시간낭비 및 불필요하게 반복적인 증거제시의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상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미국은 미연방증거규칙상 증거 허용요건에 관한 다수의 판례를 통해 증거규칙의 해석론을 발전시켜 오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 증거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론을 제시하는 등 IT서비스 고도화로 이행되고 있는 현대사회에 있어 실질적으로 적용가능한 형사사법절차를 마련하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경우에도 정보통신 기술발전과 세계적인 초고속 인터넷 보급 등 정보통신 인프라의 확대에 따라 전통적인 생활관계가 IT화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어서 범죄혐의 입증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증거방법을 넘어 디지털 증거의 허용 등 새로운 증거법 체계 마련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지금까지 수행한 디지털 증거 허용성(admissibility)에 관한 미국판례 연구 작업은 우리에게 있어서도 요증사실과 관련된 디지털 증거의 적절한 입증방법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나아가 향후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국제적인 증거법상 도전에 있어서도 긴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