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헌법재판소 2021. 4. 29. 선고 2018헌바113 전원재판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3항 위헌소원 ] [헌공제295호,569]
【판시사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70조 제2항의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3항 중 제2항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형법 제312조 제1항은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와 제308조의 사자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정하고 있음에 반하여, 심판대상조항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의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하고 있다. 형법상 모욕죄ㆍ사자명예훼손죄와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이른바 ‘외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형법상 모욕죄는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 사실이 아닌 추상적 판단과 감정을 표현하고,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죄는 생존한 사람이 아닌 사망한 사람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라는 점에서 불법성이 감경된다. 반면,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죄는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거짓사실을 적시한다는 점에서 불법성이 가중된다는 차이가 있다. 위와 같은 사정과 함께, 국가소추주의의 예외 내지 제한으로서 친고죄ㆍ반의사불벌죄가 지니는 의미, 공소권 행사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공소권 행사를 제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조화 등을 입법자는 종합적으로 형량하여 그 친고죄ㆍ반의사불벌죄 여부를 달리 정한 것이므로, 심판대상조문은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지 않아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70조 제3항 중 제2항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21조 제1항, 제4항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4. 5. 28. 법률 제12681호로 개정된 것) 제70조 제1항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70조 제2항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 제308조, 제309조 제1항, 제311조, 제312조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10조
【참조판례】
헌재 2021. 3. 25. 2015헌바438등, 공보 294, 477, 481-483
【전 문】
【제청법원】
【청 구 인】 김○○ (대리인 법무법인 00 담당변호사 000)
【당해사건】 서울남부지방법원 2016고정2731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주 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70조 제3항 중 제2항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6. 1.경부터 2016. 4.경까지 정보통신망에 피해자에 대한 거짓의 사실을 게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범죄사실로, 2018. 1. 17.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죄로 벌금 70만원을 선고 받았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6고정2731). 청구인은 위 재판 계속 중 위 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3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2018. 1. 17. 그 신청이 기각되자(서울남부지방법원 2016초기1905), 2018. 2. 1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3항은 같은 조 제1항 및 제2항의 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하고 있고, 당해사건에서 청구인에게 적용된 법률조항은 같은 조 제2항이므로, 심판대상을 이에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70조 제3항 중 제2항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70조(벌칙)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관련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70조(벌칙)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8조(사자의 명예훼손)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2조(고소와 피해자의 의사) ① 제308조와 제311조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70조 제2항의 죄를 친고죄로 정하지 않고 반의사불벌죄로 정하고 있는바, 그로 인하여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제3자의 고발이나 수사기관의 직권에 의한 수사가 개시될 수 있는 등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어,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이 사건의 쟁점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의 명예훼손죄를 친고죄가 아닌 반의사불벌죄로 정함에 따라, 피해자의 고소 없이 수사가 개시될 수 있게 되어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거짓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헌재 2021. 3. 25. 2015헌바438등 참조),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의 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함으로써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할 경우 수사 및 공소제기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 곧바로 새로운 기본권 제한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청구인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거짓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형사처벌하는 그 자체(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친고죄로 규정하지 아니한 채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므로, 결국 그 취지는 위와 같은 행위를 친고죄로 정하지 않은 것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으로 선해될 수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나. 형벌체계상 균형 상실로 인한 평등원칙 위반 여부
(1) 특정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보호법익이 유사한 범죄와 비교할 때 형사소추의 방식 또는 절차가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자의적이어서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법의 내용에 있어서도 평등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법률이 될 수 있다. 형법 제312조 제1항이 사자명예훼손죄(형법 제308조)와 모욕죄(형법 제311조)를 친고죄로 정하고 있음에 반하여, 심판대상조항은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한 거짓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하고 있는바,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이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의 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함으로써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 및 공소제기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본다.
(2) 형사소추의 형태는 공소제기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가에 따라 국가소추주의와 사인소추주의로 분류될 수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 제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국가소추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소추주의는, 공소제기의 적정과 균형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성을 찾을 수 있다. 즉, 형사사건에 관한 공소권이 피해자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고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함으로써 공소제기의 적정과 균형을 기할 수 있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 등의 의사를 존중함으로써 국가형벌권 행사에 제한을 두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국가소추주의 원칙의 예외 내지 제한의 의미를 갖는다. 발생한 범죄를 처벌하고 장래 발생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공정한 공소권 행사를 통한 처벌이라 할 것이고, 이에 현행법은 국가소추주의를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소추주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피해자 등의 처벌의사 없이 공소제기 할 수 없는 제한을 두려면, 다양한 형사정책적 고려하에 공소권을 행사하고 처벌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피해자의 선택에 맡겨 형벌권 발동을 제한해야 할 더 큰 이익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
(3)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 등의 처벌 희망 의사표시가 소송조건이 되는 점에서 동일하나, 친고죄는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고소)’의 존재가 소송조건이 됨에 반하여, 반의사불벌죄는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명시적 의사표시’의 부존재가 소송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양자는 구별된다.
국가소추주의에 대한 예외 내지 제한으로서 친고죄는 대체로 범죄로 인한 피해가 비교적 경미하거나(예컨대 모욕죄 등), 범죄에 대한 공소제기로 인하여 범죄사실이 일반인에게 알려짐으로써 형사소추가 오히려 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수 있거나(예컨대 성범죄 등), 범인과 피해자의 특별한 인적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는 사안에서(예컨대 친족상도례 등) 피해자의 의사를 무시하면서까지 형사소추함이 적절하지 못한 경우에 인정되어 왔다. 그리고 반의사불벌죄는 대체로 친고죄로 할 경우 피해자가 후환이 두려워 고소하기 어렵거나(예컨대 폭행ㆍ협박죄 등),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손해배상을 촉진하고 범인과 피해자 사이의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분쟁해결을 존중할 필요가 있는 사안에서(예컨대 과실치상죄, 명예훼손죄 등)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면서까지 형사소추함이 적절하지 못한 경우에 인정되어 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의 구별이 언제나 확정적이고 명확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① 2012년까지 형법상 강간과 추행의 죄는 친고죄였으나 2012. 12. 18. 형법 제306조의 삭제를 통해 현재 비친고죄로 운용되고 있는 점, ② 1953년까지 우리나라에 의용되었던 구형법(일본형법전)에서는 명예에 관한 죄가 모두 친고죄였으나 1953. 9. 18. 우리 형법 제정으로 모욕죄는 친고죄로,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 구별되어 규정되기 시작하였던 점, ③ 독일형법의 경우에도 명예훼손 및 모욕에 관한 죄를 원칙적으로 친고죄로 정하지만 그 행위에 특별한 방식이 있고 피해자에 특정한 속성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반의사불벌죄로 정하고 있는 점(독일형법 제194조 제1항) 등에 비추어 보면, 해당 공동체가 처한 시대적 상황과 현실에 따라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가 다양한 방식으로 구별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결국 국가소추주의의 예외 내지 제한으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를 인정하더라도 어떤 범죄를 친고죄로 정하고 어떤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할 것인지는 공동체의 역사ㆍ문화와 시대적 상황, 특정한 범죄에 대한 국민 일반의 가치관과 법감정, 그 범죄 피해의 중대성과 사회적 해악성, 공소권을 행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과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공소권 행사를 제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할 수 있는 문제로서 입법부에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영역이라 할 것이다.
(4) 형법 제312조 제1항은 사자명예훼손죄(형법 제308조) 및 모욕죄(형법 제311조)를 친고죄로 규정함으로써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 및 공소제기가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음에 반하여, 심판대상조항은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한 거짓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함으로써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 및 공소제기가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형법 제308조, 제311조의 죄와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의 죄는 모두 명예에 관한 죄로서 그 보호법익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이른바 외적 명예라는 점에 공통점이 있으나, 그 행위태양과 불법성의 정도는 서로 다르다.
형법 제311조의 모욕이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바,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 사실이 아닌 행위자의 추상적 판단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곡된 정보의 확대ㆍ재생산에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형법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법정형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고 반의사불벌죄로 정하고 있음에 반하여(제307조 제1항, 제312조 제2항), 모욕죄의 법정형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되 친고죄로 정하고 있다(제311조, 제312조 제1항).
형법 제308조의 사자명예훼손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바, 생존한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보다 사망한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는 불법성이 감경되는 점, 사자에 대해 사실을 적시한 때에도 처벌한다면 역사적 인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도 처벌받게 되어 역사의 정확성과 진실이 은폐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사자에 대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오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경우에만 감경하여 처벌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형법은 생존한 사람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법정형을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며 반의사불벌죄로 정하고 있음에 반하여(제307조 제2항, 제312조 제2항), 사자명예훼손죄의 법정형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며 친고죄로 정하고 있다(제308조, 제312조 제1항).
한편,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은 일반적인 명예훼손 범죄를 정한 형법의 특별법으로서,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거짓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 행위를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이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은 모욕 행위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아니한 채 거짓사실을 적시하는 명예훼손 행위만을 형사처벌 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거나 저해하려는 인식 내지 인용을 넘어 다른 사람의 명예에 대한 가해의 의사나 목적이 인정되면 행위불법이 가중된다는 점을 반영하여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인 ‘비방할 목적’을 요구하고, 익명성ㆍ비대면성ㆍ전파성이 강한 정보통신망의 특성상 명예훼손 행위가 정보통신망에서 이루어지면 진위 확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표현물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ㆍ재생산됨으로써 결과불법이 가중된다는 사정을 반영하여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였을 것을 요구한다. 이에 정보통신망법은 행위불법과 결과불법이 가중됨을 고려하여 그 법정형을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하고(제70조 제2항),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 및 공소제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되,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하여 피해자가 처벌 불원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 또는 공소기각의 판결로 형사절차를 종료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이다(심판대상조항,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5조 제3항 제4호 카목,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
(5) 친고죄의 범위를 넓게 설정하면 고소가 있어야 수사 및 형사소추가 개시될 것이므로 피해자의 의사를 폭넓게 존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피해자가 범죄자의 보복 또는 사회적 평판이 두려워 고소를 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고, 반의사불벌죄의 범위를 넓게 설정하면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 및 형사소추가 개시되어 범죄자의 손해배상과 합의를 촉진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도 고소가 없는 상태에서 수사가 개시됨으로써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어느 한쪽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반드시 합리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물론 범죄자로서는, 자신이 행한 특정 범죄가 친고죄인지 또는 반의사불벌죄인지에 따라 수사의 개시와 공소제기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그 범죄의 성격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가소추주의를 채택하여 공소권이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함으로써 공소제기의 적정과 균형을 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현행 형사사법 제도에서, 특정 범죄가 친고죄로 규정됨으로써 그 범죄자가 받게 될 형사절차상의 이익은 헌법상 기본권 또는 법률상 권리가 아니라, 피해자의 의사를 폭넓게 존중하기 위하여 친고죄를 도입함에 따라 수반되는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에 따라 처벌되는 정보통신망 이용 거짓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함으로써 표현자로 하여금 사과와 피해 회복을 전제로 피해자로부터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점, 피해자로 하여금 처벌불원의 의사표시 과정을 통해 피해를 회복 받고 수사 및 공소제기로 인한 명예훼손 사실의 확산을 방지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점, 헌법은 제21조 제1항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같은 조 제4항 본문에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선언하고 있는 점, 심판대상조항이 정하는 반의사불벌죄는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규범조화적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는 사정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6) 사정이 이러하다면, 입법자가,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로 인해 행위불법과 결과불법이 가중되는 사정, 공소권 행사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공소권 행사를 제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조화, 헌법 제21조 제1항과 제4항이 정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의 보장과 한계 등을 종합적으로 형량하여, 심판대상조항에서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의 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한 것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