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렌식] 대화내용을 녹음한 녹음테이프의 증거능력
[대법원 2005.12.23. 선고 2005도2945 판결]
【판시사항】
[1] 대화내용을 녹음한 녹음테이프의 증거능력
[2]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대화내용을 녹음한 디지털녹음기에 대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그 녹음내용을 재녹음한 카세트테이프에 대한 제1심 검증조서 중 피고인의 진술부분을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원심의 조치가 잘못이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대화내용에 관한 녹취서가 공소사실의 증거로 제출되어 그 녹취서의 기재내용과 녹음테이프의 녹음내용이 동일한지 여부에 관하여 법원이 검증을 실시한 경우에 증거자료가 되는 것은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대화내용 그 자체이고, 그 중 피고인의 진술내용은 실질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11조, 제312조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다름없어 피고인이 그 녹음테이프를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않은 이상 그 녹음테이프 검증조서의 기재 중 피고인의 진술내용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그 작성자인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여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피고인의 진술내용이 피고인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임이 증명되고 나아가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것임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녹음테이프는 그 성질상 작성자나 진술자의 서명 혹은 날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녹음자의 의도나 특정한 기술에 의하여 그 내용이 편집, 조작될 위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 그 대화내용을 녹음한 원본이거나 혹은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과정에서 편집되는 등의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입증되어야만 하고, 그러한 입증이 없는 경우에는 쉽게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2]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대화내용을 녹음한 디지털녹음기에 대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그 녹음내용을 재녹음한 카세트테이프에 대한 제1심 검증조서 중 피고인의 진술부분을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원심의 조치가 잘못이라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11조, 제312조, 제313조 제1항 / [2]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6. 10. 15. 선고 96도1669 판결(공1996하, 3484), 대법원 1997. 3. 28. 선고 97도240 판결(공1997상, 1300),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3106 판결(공2001하, 2496),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도6355 판결,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4도1449 판결,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4도6323 판결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05. 4. 14. 선고 2005노6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2003. 5. 30. 및 같은 해 6. 9. 등 두 차례에 걸쳐 판시 재개발조합의 조합장이자 청산인이던 피해자를 상대로 피해자의 비리 혐의를 문제삼지 않는 등의 조건으로 3억 원 가량의 합의금을 요구, 갈취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에 불응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고 하는 이 사건 각 공갈미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해자의 경찰 및 제1심법정에서의 각 진술 등 제1심 채택 증거에다가 위 각 범행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대화내용 녹음테이프에 대한 제1심 검증조서 중 피고인의 진술부분도 위 녹음테이프의 작성자인 피해자의 진술 및 그 대화의 내용과 경위 등에 비추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하여 추가로 이를 증거로 채택한 다음, 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제1심 판단이 옳다고 하면서도 양형부당을 이유로 이를 파기, 자판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대화내용에 관한 녹취서가 공소사실의 증거로 제출되어 그 녹취서의 기재내용과 녹음테이프의 녹음내용이 동일한지 여부에 관하여 법원이 검증을 실시한 경우에 증거자료가 되는 것은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대화내용 그 자체이고, 그 중 피고인의 진술내용은 실질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11조, 제312조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다름없어 피고인이 그 녹음테이프를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않은 이상 그 녹음테이프 검증조서의 기재 중 피고인의 진술내용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그 작성자인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여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피고인의 진술내용이 피고인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임이 증명되고 나아가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것임이 인정되어야 함은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3106 판결, 2004. 5. 27. 선고 2004도144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녹음테이프는 그 성질상 작성자나 진술자의 서명 혹은 날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녹음자의 의도나 특정한 기술에 의하여 그 내용이 편집, 조작될 위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 그 대화내용을 녹음한 원본이거나 혹은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과정에서 편집되는 등의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입증되어야만 하고, 그러한 입증이 없는 경우에는 쉽게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도6355 판결, 2005. 2. 18. 선고 2004도632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제1심이 검증을 실시한 판시 녹음테이프는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대화내용을 디지털 녹음기(보이스 펜)에 녹음해 두었다가 그 녹음내용을 카세트테이프에 재녹음한 복제본이고,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원심에 이르기까지 위 복제된 녹음테이프나 이를 풀어 쓴 녹취록이 편집 혹은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증거능력을 일관되게 부정하여 왔음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원본의 녹음내용을 옮겨 복제한 녹음테이프에 수록된 대화내용이 녹취록의 기재와 일치함을 확인한 것에 불과한 제1심의 검증 결과만으로는 피고인이 그 진정성립을 다투고 있는 녹음의 원본, 즉 디지털 녹음기에 수록된 피고인의 진술내용이 녹취록의 기재와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원심이 위 검증조서를 증거로 채택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소지중이라고 하는 위 녹음 원본이 수록된 디지털 녹음기를 제출받아 이를 검증한 다음 작성자인 피해자의 진술 혹은 녹음상태 감정 등의 증거조사를 거쳐 그 채택 여부를 결정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러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치지도 아니한 채 만연히 위 검증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부분을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조치는 잘못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증거 중 녹음테이프 검증조서의 기재는 증거능력이 없어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할 것이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적법한 원심의 채택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각 공갈미수의 범죄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므로 원심이 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결국 정당하다 할 것이어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위 판시와 같은 명목의 피고인의 금품 요구행위가 정당한 권리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사회상규에 부합하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혹은 판단누락 등의 위법이 없다. 나아가,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가 자초하거나 계획적으로 조작한 것임을 전제로 하는 공소권 남용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기록상 그 전제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고, 달리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 혹은 판단누락 등의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