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 처벌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헌법재판소 2021. 7. 15. 선고 2018헌바428 전원재판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2항 등 위헌소원 ] [헌공제298호,922]
【판시사항】
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유포를 금지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2항(이하 ‘금지조항’이라 한다) 중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나. 금지조항 및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1조 제9호(이하 금지조항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직업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금지조항은 정보통신망의 안정성 및 정보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침해사고가 증가하자 그러한 저해행위를 금지하고 정보보호 관리체계를 확립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금지조항의 ‘운용 방해’ 대상인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프로그램은 그 형태나 이용방법이 다양하고, 기술의 발달에 따라 현재도 계속 생성ㆍ변화하고 있으며,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유형이나 방해의 방법도 계속 변화하고 있어 방해의 정도나 위험성의 정도를 금지조항에 미리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곤란한 측면이 있다.
‘운용’은 사전적 의미로 ‘무엇을 움직이게 하거나 부리어 쓰는 것’으로 다수의 법령에서 일반적 용어로 사용되고 있고, ‘방해’는 사전적으로 ‘남의 일에 간섭하고 막아 해를 끼치는 것’을 의미하는데, 종전 헌법재판소 및 대법원의 해석 내용, 대법원이 여러 사안에서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지 여부를 판단해 온 기준 등을 종합하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의 운용을 방해하는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그 사용용도 및 기술적 구성, 작동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 설치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금지조항 중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그 중에서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악성프로그램의 유포행위’만을 금지ㆍ처벌하여 그 범위를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로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법정형에서 형벌의 상한만 규정하여 구체적 사안에 따라 죄질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다.
또한,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하는 자들이 받게 되는 직업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제한에 비하여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정보통신망의 안정성 및 정보의 신뢰성 확보와 이용자의 안전 보호라는 공익이 월등히 중요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직업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48조 제2항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되고, 2016. 3. 22. 법률 제140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 제9호
【참조조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48조 제3항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6. 3. 22. 법률 제14080호로 개정된 것) 제70조의2, 제71조 제1항 제10호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되고, 2016. 3. 22. 법률 제140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 제10호
【참조판례】
가. 헌재 2011. 12. 29. 2010헌바54등, 판례집 23-2하, 558, 572, 헌재 2016. 3. 31. 2015헌바18
판례집 28-1상, 414, 420, 대법원 1999. 5. 14. 선고 98도3767 판결
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7도16520 판결
나. 헌재 2006. 5. 25. 2005헌바91
판례집 18-1하, 98, 106
【전 문】
【청구인】 1. 김○○ 2. 김□□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00 담당변호사 000)
【당해사건】 인천지방법원 2017노4208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등
【주 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48조 제2항 중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유포’에 관한 부분 및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되고, 2016. 3. 22. 법률 제140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 제9호 중 ‘제48조 제2항을 위반하여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한 자’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 ○○데이터 주식회사에서 개발ㆍ운영하는 퀵서비스 배차 프로그램인 ‘○○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일부 변경해, ○○ 프로그램의 자동 배차기능의 요청시간을 줄여 주문리스트를 자동 갱신하고, 특정 주문 패킷을 별도로 관리해 그 주문이 화면에서 사라진 후에도 2분간 배차요청을 보낼 수 있고, 5회 주문취소 시 적용되는 패널티를 적용받지 않게 해 주는 등의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인 ‘□□’와 ‘△△’를 개발하여 1대당 월 6만 원을 받고 사용자들에게 설치해 주는 방법으로 2015. 5.경부터 2016. 6.경까지 총 5,194회에 걸쳐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하였다는 공소사실 등으로 각 기소되어, 2017. 11. 2. 인천지방법원에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죄등으로 청구인 김○○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청구인 김□□은 벌금 200만 원을 각각 선고받았다[인천지방법원 2016고단9043, 2017고정563(병합)].
나. 청구인들은 항소심 계속 중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2항 중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8. 10. 4. 항소기각 판결과 함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기각되었다(인천지방법원 2017노4208, 2018초기1530).
다. 청구인들은 대법원에 상고하고(대법원 2018도16687), 2018. 10. 3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악성프로그램)의 유포를 금지하는 규정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8조 제2항 중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반하고, 위 조항과 위 조항을 위반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정보통신망법(2016. 3. 22. 법률 제14080호로 개정된 것) 제70조의2가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 또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청구인들의 범죄일시는 2015. 5.경부터 2016. 6.경이고, 위 제14080호로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의 시행일자는 2016. 9. 23.이므로 청구인들에게 적용된 벌칙조항은 2016. 3. 22. 법률 제140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정보통신망법 제71조 제9호이며, 1심 법원 역시 이를 적용법조로 판시한바, 이를 심판대상으로 한다. 한편 청구인들의 범죄행위는 ‘유포’이므로 이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48조 제2항 중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유포’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금지조항’이라 한다) 및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되고, 2016. 3. 22. 법률 제140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 제9호 중 ‘제48조 제2항을 위반하여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한 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 하고, 이 사건 금지조항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48조(정보통신망 침해행위 등의 금지) ②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ㆍ멸실ㆍ변경ㆍ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하 “악성프로그램”이라 한다)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는 아니 된다.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되고, 2016. 3. 22. 법률 제140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9. 제48조 제2항을 위반하여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한 자
[관련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48조(정보통신망 침해행위 등의 금지) ③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6. 3. 22. 법률 제14080호로 개정된 것)
제70조의2(벌칙) 제48조 제2항을 위반하여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되고, 2016. 3. 22. 법률 제140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0. 제48조 제3항을 위반하여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게 한 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6. 3. 22. 법률 제14080호로 개정된 것)
제71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0. 제48조 제3항을 위반하여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게 한 자
3. 청구인들의 주장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운용’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운용 방해’의 적용범위가 부당하게 확장될 수 있고, 실제 수사기관과 법원은 사안에 따라 그 범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어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운용 방해’ 의미의 불명확성으로 인하여 위 조항의 ‘운용 방해’와 같은 조 제3항의 ‘운영 방해’의 의미를 동일하게 해석한다면, 같은 행위를 규율하는 규정이 2개가 되고,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3항보다 비난가능성이 낮은 같은 조 제2항에 대한 처벌규정의 법정형이 더 높게 되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였다.
‘운용 방해’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광범위한 태양의 행위가 금지되고, 위반 시 형사처벌되므로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를 업으로 하거나 이를 취미로 하는 사람의 직업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위헌이다.
4. 판단
가. 쟁점
청구인들은 이 사건 금지조항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부분이 헌법상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운용 방해’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것을 전제로, 그 의미를 제48조 제3항의 ‘운영 방해’와 동일한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같은 행위를 규율하는 규정이 2개가 되는 불합리가 발생하고, 제48조 제3항은 ‘장애 발생’을 요건으로 하므로 기수행위를 금지하고,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은 예비ㆍ음모ㆍ미수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됨에도 제48조 제2항에 대한 처벌조항의 법정형이 제48조 제3항에 대한 처벌조항의 법정형보다 높아 체계부조화가 초래되고, 위와 같은 처벌조항으로 인해 행위에 비해 과도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받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구인들에게 적용된 처벌조항은 심판대상 부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2가 아닌 구 정보통신망법(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되고, 2016. 3. 22. 법률 제140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 제9호로,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또한 청구인들은 “그 행위 태양의 비난가능성에 비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높은 법정형에 의한 처벌이 가능하게 됩니다.”라고만 할 뿐 달리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 위반 주장이라고 볼 만한 주장을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주장 중 행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받게 된다는 주장은 청구인들에게 적용되는 벌칙조항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를 별도로 살피지 않고, 심판대상조항이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3항 및 그 처벌조항과의 관계에서 체계정당성을 상실하였다는 주장은 이 사건 금지조항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주장이므로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의 주장에 포섭하여 함께 살핀다.
다음으로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프로그램의 개발, 판매 등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직업의 자유를, 이를 취미활동으로 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금지조항 중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직업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나. 이 사건 금지조항 중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부분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처벌법규와 명확성원칙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서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즉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2011. 12. 29. 2010헌바54등).
한편, 법률규정은 일반성, 추상성을 가지는 것이므로 입법기술상 어느 정도 보편적이거나 일반적 개념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다른 규범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 해석이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가 가려지고, 당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와 전체적 체계 및 내용 등에 비추어 법관의 법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가 분명해질 수 있다면 이런 경우까지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16. 3. 31. 2015헌바18 참조).
(2) 판단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은 정보통신망의 이용을 촉진하고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정보통신망을 건전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국민생활의 향상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정보통신망법의 목적 하에 정보통신망의 안정성 및 정보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침해사고가 증가하자 그러한 저해행위를 금지하고 정보보호 관리체계를 확립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은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ㆍ멸실ㆍ변경ㆍ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운용’ 및 ‘방해’의 개념 정의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았다. 하지만 ‘운용’은 사전적 의미로 무엇을 움직이게 하거나 부리어 쓰는 것으로, 정보통신망법 이외에도 다수의 법령에서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방해’는 사전적 의미로 남의 일에 간섭하고 막아 해를 끼치는 것으로,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14조 제1항 중 ‘제313조의 방법 중 기타 위계로써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 등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형법 제314조 제1항의 ‘방해’를 업무에 어떤 지장을 주거나 지장을 줄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고 보면서, 위 법률조항은 그 의미나 해석에 있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으로서도 능히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서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심을 가질 정도로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고(헌재 2011. 12. 29. 2010헌바54등), 대법원도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에 있어 업무를 ‘방해한다’함은 업무의 집행 자체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널리 업무의 경영을 저해하는 것도 포함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9. 5. 14. 선고 98도3767 판결 등).
대법원은 이 사건 금지조항이 적용된 여러 사건에서 문제되는 프로그램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ㆍ멸실ㆍ변경ㆍ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왔고, 최근에는 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7도16520 판결에서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용도 및 기술적 구성, 작동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 설치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금지조항이 운용 방해의 정도나 그 위험성의 정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 이 사건 금지조항만으로는 어느 정도로 운용이 방해되어야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알 수 없어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사건 금지조항의 ‘운용 방해’ 대상인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프로그램은 그 형태나 이용방법이 다양하고, 컴퓨터 및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현재도 계속 생성ㆍ변화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유형이나 방해의 방법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방해의 정도나 위험성의 정도를 이 사건 금지조항에 미리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곤란한 측면이 있고, 이 부분은 이 사건 금지조항에 대한 합리적 해석을 통해 해결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은 법원의 악성프로그램에 대한 판단기준 등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법 집행기관이 이 사건 금지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위험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어떠한 행위가 이 사건 금지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금지조항 중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의 의미가 지나치게 불명확하여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금지조항 중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그 밖에 청구인들은 이 사건 금지조항의 ‘운용 방해’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명확성원칙에 반한다는 전제에서, 그 의미를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3항의 ‘운영 방해’와 같은 것으로 해석한다면 같은 행위를 규율하는 조문이 2개가 되고, 이 사건 금지조항은 예비ㆍ음모ㆍ미수 행위를,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3항은 장애발생을 요건으로 하므로 기수 행위를 규율함에도 기수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의 법정형보다 예비ㆍ음모ㆍ미수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의 법정형이 더 높아 형벌체계상의 정당성에 반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금지조항 중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당해사건에 적용된 처벌규정인 이 사건 처벌조항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3항에 대한 처벌조항의 법정형과 동일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이 더 높다는 주장은 이유없다. 또한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3항은 이 사건 금지조항과 달리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을 필요로 하는 목적범이고, 금지되는 행위의 태양도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금지조항의 행위태양인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 유포’와 다르며,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는 결과를 구성요건으로 하여, 이 사건 금지조항이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하는 행위로 기수에 이르는 것과 다르다.
따라서 이 사건 금지조항과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3항은 구성요건이 달라, 두 조문이 같은 행위를 규율하거나, 이 사건 금지조항이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3항에 비해 죄질이 비교적 가벼움에도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되는 것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형벌체계상의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심판대상조항의 직업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 침해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구분없이 정보통신망의 이용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정보통신망의 안정성과 그 정보통신망을 통해 보관ㆍ유통되는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이를 저해하고자 하는 악성프로그램의 전달ㆍ유포행위의 태양이 다양화ㆍ지능화되고 있고, 그 행위로 인한 위험성도 증가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의 정상적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ㆍ처벌함으로써 정보통신망을 건전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그 수단의 적합성 또한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프로그램의 사용이 일상화되었고, 그 안정성과 신뢰성을 침해하려는 범죄가 증가하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보통신망의 안정성 및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그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정당한 사유 없는 악성프로그램의 유포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판대상조항은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그 중에서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악성프로그램의 유포행위’만을 금지ㆍ처벌하여 그 범위를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로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이로 인하여 프로그램의 개발 및 판매를 업으로 하는 사람의 직업의 자유나 프로그램의 개발을 취미로 하는 사람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벌을 부과하여,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법정형에서 형벌의 상한만 규정하여 구체적 사안에 따라 범죄의 죄질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게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법정형을 정한 것이 특별히 불합리하거나 과도한 처벌이라고 볼 수도 없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유포행위만을 금지하는바, 위와 같은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하는 자들이 받게 되는 직업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제한에 비해,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정보통신망의 안정성 및 정보의 신뢰성 확보와 이용자의 안전 보호라는 공익은 월등히 중요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한다.
(4)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직업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