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명예훼손]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연히 사실을 드러내 명예훼손한 자를 처벌하는 심판대상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헌법재판소 2023. 9. 26. 선고 2021헌바281, 2022헌바19, 62(병합) 전원재판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제70조제1항위헌소원 ] [헌공제324호,1460]
【판시사항】
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70조 제1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 중 ‘비방할 목적’ 부분, ‘명예’, ‘훼손’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나.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심판대상조항의 ‘비방할 목적’이란 고의 외에 추가로 요구되는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거나 저해하려는 인식 내지 인용을 넘어 사람의 명예에 대한 가해 의사나 목적을 의미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려는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비판할 목적’과 충분히 구별될 수 있으며,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이나 적용 가능성이 있는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보기 어렵다.
심판대상조항의 ‘명예훼손’이란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인 ‘외적 명예’로서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를 의미하고, ‘명예’ 및 ‘훼손’이란 용어는 정보통신망법에서만 사용되는 고유한 개념이 아니라 일반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법령들에서도 사용되는 일반적인 용어로서, 일반인들이 그 대강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므로, 법 집행기관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적용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진실한 사실이라도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명예훼손적 표현은, 정보통신망이 갖는 익명성과 비대면성, 빠른 전파가능성으로 말미암아 개인에 대한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살포될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하여 개인의 인격을 형해화시키고 회복불능의 상황으로 몰아갈 위험이 존재한다.
심판대상조항은 타인의 명예를 침해하는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비방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로 요구하여 규제 범위를 최소한도로 제한하고 있고,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정부의 정책결정 등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정보통신망에서의 명예보호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위축효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한편 정보통신망에서 정하고 있는 구제방법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등과 같은 민사적 구제방법이 형사처벌을 대체하여 정보통신망에서의 악의적이고 공격적인 명예훼손행위를 방지하기에 충분한 덜 제약적인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이나 도입경위에 비추어 법정형으로 벌금형 외에 자유형을 규정한 것이 가혹하다고 볼 수 없고, 심판대상조항이 법정형의 하한을 두지 않아 법관은 정상참작감경 없이도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법정형이 과중하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의 ‘사실’을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로 한정하더라도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과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실’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위축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김형두의 반대의견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고 국민의 알권리에 기여하는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불가피하더라도 그 제한은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표현의 자유의 중요한 가치는 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인데, 감시와 비판의 객체가 되어야 할 공직자가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주체가 될 경우 국민의 감시와 비판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표현만으로는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것에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전적으로 법관의 주관적인 판단에 일임함으로써 일반 국민으로서는 스스로 표현행위를 자제하는 위축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서 ‘비방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로 요구한다고 하여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표현행위에 대한 처벌가능성이 제한되거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가 완화된다고 보기 어렵다.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비방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명예훼손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을 당한 사람은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청구,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와 가처분 등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구할 수 있는 등 형사처벌 외에 다른 덜 제약적인 방법이 존재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진실한 사실은 공동체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 진실발견의 전제가 되므로, ‘적시된 사실이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형성된 개인의 명예보다 진실한 사실에 관한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둘 필요성이 있다. 헌법 제17조가 선언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보호 필요성, 법률조항 중 위헌성이 있는 부분에 한하여 위헌선언하는 것이 입법권에 대한 자제와 존중에 부합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 중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4. 5. 28. 법률 제12681호로 개정된 것) 제70조 제1항
【참조조문】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 제21조 제1항, 제4항, 제37조 제2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70조 제3항
【참조판례】
가. 헌재 2016. 2. 25. 2013헌바105 등, 판례집 28-1상, 26, 33-34, 헌재 2021. 2. 25. 2017헌마1113 등, 판례집 33-1, 261, 266-267,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나. 헌재 2016. 2. 25. 2013헌바105 등, 판례집 28-1상, 26, 34-38, 헌재 2021. 2. 25. 2017헌마1113 등, 판례집 33-1, 261, 271-272
【전 문】
【청 구 인】 박○○ 외 2인 (대리인 법무법인 00 외 3인)
【당해사건】 1. 대전고등법원 2021노109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2021헌바281) / 2. 수원고등법원 2020노70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2022헌바19) / 3. 서울고등법원 2021노1850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업무방해(2022헌바62)
【주 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4. 5. 28. 법률 제12681호로 개정된 것) 제70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2021헌바281
청구인 박○○은 2021. 3. 22. 대전지방법원에서, 위 청구인이 2019. 7. 15.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의 사진과 함께 “당신의 아이들을 위한 양육비지급을 촉구합니다. 당신은 ○○ 사이트에 올려져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세요?”라는 글을 게시함으로써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을, 위 청구인이 2019. 7. 1. 피해자의 거래처 또는 지인들 수십 명에게 ‘○○’ 사이트 링크 주소를 보내고, 피해자가 위 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대전지방법원 2020고합277).
위 청구인과 검사 쌍방의 항소 제기로 계속된 항소심(대전고등법원 2021노109)에서 위 청구인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1. 8. 19. 기각되자(대전고등법원 2021초기18), 2021. 9. 2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한편, 대전고등법원은 2021. 8. 20. 제1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위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에 위 청구인은 2021. 8. 24. 상고하여 현재 상고심 계속 중이다(대법원 2021도11939).
나. 2022헌바19
청구인 전○○은 2020. 1. 15. 수원지방법원에서, 위 청구인이 2018. 9. 6.경 자신의 인스타그램 인터넷 사이트에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 등이 게시된 ‘○○’ 링크 주소와 함께 “아주 재밌는 일들을 시작해보자ㅋㅋㅋㅋ#신나는#재밌는#즐거운#기쁨#복수#추심#양육비#돈#재테크”라는 글을 게시하고, “양육비를 미지급하는 ○○사이트에 1번 여자로 미친년이 추가되었습니다^^ 다들 가셔서 구경 한번 하시길”이라는 댓글을 추가로 게시하여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을, 위 청구인이 2018. 9. 6.경 구○○에게 양육비 조정조서 등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구○○은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위 ‘○○’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하여 위 사이트에 ‘양육비를 주지 않는 무책임한 엄마들〈가나다순〉’이라는 제목과 함께 피해자의 사진, 실명, 거주지 등이 포함된 내용으로 글이 게시되게 함으로써 구○○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수원지방법원 2019고합425).
위 청구인과 검사 쌍방의 항소 제기로 계속된 항소심(수원고등법원 2020노70)에서 위 청구인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1. 12. 23. 기각되자(수원고등법원 2021초기77), 2022. 1. 2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한편, 수원고등법원은 2021. 12. 23. 제1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위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에 위 청구인은 2021. 12. 29. 상고하여 현재 상고심 계속 중이다(대법원 2022도699).
다. 2022헌바62
청구인 정○○는 2021. 9. 17. 인천지방법원에서, 위 청구인이 2018. 7. 22.경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네이버 블로그에 ‘최○○ □□ 월 4천만 원 체험관, 그런 수익 낸 적 없습니다’라는 내용을 기재하는 한편 피해자의 성명과 주식회사 □□의 법인명이 기재된 사업자등록증을 게시한 것을 비롯하여 2018. 7. 22.경부터 2019. 2. 21.경까지 14회에 걸쳐 피해자에 대한 글을 게시함으로써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을, 위 청구인이 2018. 7. 19.경부터 2019. 2. 18.경까지 25회에 걸쳐 위 네이버 블로그에 허위의 글을 게시함으로써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허위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함과 동시에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피해자의 주식회사 □□ 경영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인천지방법원 2020고합390).
위 청구인과 검사 쌍방의 항소 제기로 계속된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1노1850)에서 위 청구인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고등법원 2021초기457), 서울고등법원은 2022. 2. 11. 위 청구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함과 동시에 위 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위 청구인은 2022. 3. 1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한편, 위 청구인은 위 항소기각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2022. 6. 30. 상고가 기각되었다(대법원 2022도3029).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4. 5. 28. 법률 제12681호로 개정된 것) 제70조 제1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은 [별지]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4. 5. 28. 법률 제12681호로 개정된 것)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명예’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을 사용하여 그 처벌범위를 광범위하게 확장시킨다. 또한 심판대상조항 중 ‘훼손’은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모호할 수밖에 없고, ‘비방할 목적’이라는 개념 역시 불명확하여 집행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위험이 있다. 대법원은 ‘비방할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상반되는 관계에 있다고 보고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비방할 목적이 부인된다는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공공의 이익’이라는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그에 관한 판단은 극히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진실한 사실을 알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허명(허명)을 보호하고 진실한 사실에 기반을 둔 명예의 형성을 억압하는 조항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심판대상조항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사실을 드러내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비방의 목적이 부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사생활의 비밀과 무관한 사실까지도 적시를 금지한다. 심판대상조항이 추가로 요구하는 주관적 구성요건인 ‘비방할 목적’은 ‘비판할 목적’과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아 처벌범위를 제한하는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또한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금지청구 등과 같이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덜 제약하는 방법이 존재함에도 심판대상조항은 명예훼손행위를 일률적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여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할 뿐만 아니라, 법정형으로 벌금형 외에 자유형도 함께 규정하여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과중한 법정형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 인해 훼손될 수 있는 명예는 많은 경우 보호가치가 높지 않은 반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은 중대하므로 법익의 균형성에 반한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진실한 사실의 공유를 억제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 범죄의 예방과 피해자의 보호는 국가의 중요한 의무인데, 심판대상조항은 가해자의 범죄행위를 알리는 것도 제한하여 범죄를 조장하고 피해자를 양산시킴으로써 국가의 범죄 예방 의무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비방할 목적’ 부분
(가)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2016. 2. 25. 2013헌바105 등 결정에서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되고, 2014. 5. 28. 법률 제126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0조 제1항(이하 ‘구법조항’이라 한다) 중 ‘비방할 목적’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현대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국민주권주의 이념의 실현에 불가결한 것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 효과를 야기하고, 그로 인하여 다양한 의견·견해·사상의 표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그러한 표현들이 상호 검증을 거치도록 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본래 기능을 상실하게 한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
또한 헌법 제12조 및 제13조의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여기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모든 법규범의 문언을 순수하게 기술적 개념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입법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므로,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
구법조항은 비방 목적의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행위를 형사처벌하므로 표현의 자유와 죄형법정주의원칙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의미의 명확성원칙을 충족하여야 한다.
2) 구법조항의 보호법익은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로서 ‘외적 명예’이다. ‘비방할 목적’은 고의 외에 추가로 요구되는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사전적으로 ‘비방’은 남을 비웃고 헐뜯어서 말하는 것을, ‘목적’은 실현하려고 하는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을 각 의미한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비방할 목적’이란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거나 저해하려는 인식 내지 인용을 넘어 사람의 명예에 대한 가해의 의사나 목적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비방’이나 ‘목적’이라는 용어는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만 사용되는 고유한 개념이 아니라 일반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법령들에서도 사용되는 일반적인 용어로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관의 보충적 해석 작용 없이도 일반인들이 그 대강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다.
따라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려는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비판할 목적’과 충분히 구별될 수 있으며,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이나 적용 가능성이 있는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선례 변경의 필요성 인정 여부
위 선례의 심판대상이던 구법조항이 심판대상조항으로 개정되면서 법정형 중 벌금형의 상한이 상향되고 금고형이 삭제되었으나 구법조항의 실질적인 내용은 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하므로, 위 선례의 판단을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위 선례의 견해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다. 심판대상조항 중 ‘비방할 목적’ 부분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명예’ 및 ‘훼손’ 부분
일반적으로 ‘명예(명예)’는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고, ‘훼손(훼손)’은 체면이나 명예를 손상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인 명예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로서의 ‘외적 명예’임을 확인하였고(헌재 2016. 2. 25. 2013헌바105 등; 헌재 2021. 2. 25. 2017헌마1113 등 참조), 대법원도 ‘사람의 인격에 관해 타인들에게서 주어지는 사회적 평가’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명예훼손’이라 함은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인 ‘외적 명예’로서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를 의미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명예’ 및 ‘훼손’이란 용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에서만 사용되는 고유한 개념이 아니라 일반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법령들에서도 사용되는 일반적인 용어로서, 일반인들이 그 대강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명예훼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법 집행기관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적용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1)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2016. 2. 25. 2013헌바105 등 결정에서 구법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사람의 인격에 대한 가치판단을 저해하는 표현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서의 정보의 빠른 전파력과 광범위한 파급효로 인하여 사람의 명예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그 피해의 회복 또한 쉽지 않게 된다. 구법조항은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진실한 사실이라도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명예훼손적인 표현은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이 갖는 익명성과 비대면성, 빠른 전파가능성으로 말미암아 표현에 대한 반론과 토론을 통한 자정작용이 사실상 무의미한 경우도 적지 않고, 신상털기 등 타인의 인격 파괴에 대한 최소한의 감정적·이성적 배려마저도 상실한 채 개인에 대한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살포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하여 한 개인의 인격을 형해화시키고 회복불능의 상황으로 몰아갈 위험 또한 존재한다. 비록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이 아닌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사실에 기초하여 왜곡된 의혹을 제기하거나 편파적인 의견 또는 평가를 추가로 적시하는 방법으로 실제로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와 다를 바 없거나 적어도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심대하게 훼손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등 정보통신망에서의 명예훼손적인 표현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구법조항은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타인의 명예를 침해하는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비방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로 요구하여 그 규제 범위를 최소한도로 제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에 관하여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정보통신망에서의 명예보호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위축효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한편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하고 있는 구제방법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등과 같은 민사적 구제방법이 형사처벌을 대체하여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서의 악의적이고 공격적인 명예훼손행위를 방지하기에 충분한 덜 제약적인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구법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서의 정보의 유통은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가 기존매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 헌법 제21조 제1항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같은 조 제4항에서 표현의 자유가 넘을 수 없는 구체적 한계로 타인의 명예와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취지, 구법조항이 진실한 사실 중에서도 비방할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구법조항이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구법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2) 선례 변경의 필요성 인정 여부
(가) 청구인 박○○과 전○○은 심판대상조항이 벌금형뿐만 아니라 자유형까지 법정형으로 정하고 있고, 형법상 공무원자격사칭죄의 법정형보다 과중한 형벌을 부과하여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이나 도입 경위에 비추어 볼 때 법정형으로 벌금형 외에 자유형을 규정한 것이 가혹하다고 볼 수 없고, 심판대상조항이 법정형의 하한에 제한을 두지 않아 법관은 양형요소를 고려하여 정상참작감경 없이도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점, 위 청구인들이 언급한 공무원자격사칭죄와 심판대상조항은 그 보호법익과 죄질이 달라 이들을 동일 선상에 놓고 법정형의 과중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법정형이 과중하다고 볼 수 없다.
(나)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정보통신망을 통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비방의 목적이 부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사생활의 비밀과 무관한 사실’까지도 적시를 금지하여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비방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을 요구함으로써 정보통신망을 통한 모든 사실 적시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중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는 행위만을 금지한다는 점에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청구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의 ‘사실’을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로 한정하는 방안이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행위를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으로 명백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위 대안에 따르더라도 처벌되어야 할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의 적시와 처벌되지 않아야 할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실’의 적시 사이의 불명확성에 따르는 위축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헌재 2021. 2. 25. 2017헌마1113 등 참조).
(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벌금형의 상한이 심판대상조항보다 낮고 금고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되어 있는 외에는 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한 내용인 구법조항에 대한 위 선례의 결정 이유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고, 이를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라) 한편, 청구인 정○○는 심판대상조항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국가의 범죄 예방 의무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심판대상조항과 가장 밀접하고 침해의 정도가 큰 주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를 판단한 이상 위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김형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김형두의 반대의견
우리는 법정의견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힌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는 점은 법정의견과 같다.
나. 침해의 최소성
(1)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 …를 가진다.”라고 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고 국민의 알권리에 기여하는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므로, 명예의 보호를 위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최소한의 제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 헌법 제21조 제4항 전문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 제21조 제4항 후문은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명예훼손의 구제수단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명시하고 있을 뿐 형사처벌을 그 구제수단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헌법 제21조 제4항이 타인의 명예에 대한 침해를 표현의 자유의 헌법적 한계로 명시하고 있다고 하여, 명예훼손에 대한 구제수단으로 형사처벌을 당연히 예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는 표현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의 문제점은 그 형사처벌이 국가에 의해 수행된다는 점이다. 표현의 자유의 중요한 가치는 강제력을 독점하는 국가 및 그 국가를 운영하는 공직자들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 할 수 있는데, 이처럼 감시와 비판의 객체가 되어야 할 국가·공직자가 국민의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주체가 될 경우, 국가·공직자에 대한 건전한 감시와 비판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명예훼손죄가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국민의 감시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던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 그리고 공적인물과 공적사안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비판에 미치는 위축효과를 고려하여, 전세계적으로 진실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폐지되는 추세이다(헌재 2021. 2. 25. 2017헌마1113 등 중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 참조).
(3) 심판대상조항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사실이라면 비록 그것이 진실한 것이라도 모두 객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도록 규정하여, 진실한 사실로서 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어 자유로운 토론과 논의를 거쳐 해결되어야 할 사안들까지도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있게 된다. 이러한 경우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고자 하는 사람은 스스로 표현행위를 자제하게 되는바, 그 위축효과가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헌재 2016. 2. 25. 2013헌바105 등 중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 참조).
예를 들면, 성폭행이나 성희롱을 당하였음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을 통하여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이른바 미투(Me Too) 운동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오히려 가해자가 범죄 피해자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하여 범죄 피해자가 수사를 받게 되고 가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사실로 처벌받을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그 결과 범죄 피해자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하여 피해 사실을 알리는 행위를 자제하는 등 심판대상조항이 범죄 피해자의 표현행위를 막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가해자뿐만 아니라 범죄 피해자까지도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4) 심판대상조항은 ‘비방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로 요구하여 그 규제범위를 제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진실한 사실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와 달리, 진실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표현만으로는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잘못한 행위를 한 행위자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의 목적도 함께 수반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난가능성이 높은 행위일수록 공개로 인한 공공의 이익과 피해자의 명예에 대한 비난의 목적이 동시에 커지게 될 수도 있어 오히려 공개할 공익이 큰 행위일수록 비방할 목적이 더 커지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대법원은 비방할 목적을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상반되는 관계에 있는 것으로 이해하여,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이 부인된다고 보고 있는데(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0도8143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10392 판결; 대법원 2020. 3. 2. 선고 2018도15868 판결 등 참조), 비방할 목적과 공공의 이익이 항상 상반되는 관계에 있지 않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대법원의 설시만으로 비방할 목적이 가지고 있는 광범위한 처벌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결국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것에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전적으로 법관의 주관적인 판단에 일임함으로써 일반 국민으로서는 스스로 표현행위를 자제하는 위축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서 ‘비방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로 요구한다고 하여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표현행위에 대한 처벌가능성이 제한되거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가 완화된다고 보기 어렵다(헌재 2016. 2. 25. 2013헌바105 등 중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 참조).
(5)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서 비방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명예훼손행위가 정보통신망의 특성으로 인하여 그 피해의 범위와 정도가 심대하여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는 형사처벌 외에 다른 덜 제약적인 방법이 존재한다.
명예훼손을 당한 사람은 직접 반박문을 게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명예훼손적 게시글의 삭제 등을 요청할 수 있으며(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 정보통신망에서 언론사 등의 보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등을 청구함으로써 이에 대응하는 방법도 있다(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내지 제17조의2).
또한, 피해자는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금전으로 그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고(민법 제751조), 가처분 등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구할 수도 있다(민법 제764조).
명예훼손에 대해 이처럼 덜 제약적인 구제수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명예 보호를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위축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가령 어떠한 공적인물이나 공적사안에 대해 감시·비판하기 위한 글이나 기사를 정보통신망에 작성하는 경우, 그 내용에 감시와 비판의 근거가 된 진실한 사실이 적시될 수 있다. 그런데 정보통신망법은 심판대상조항의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하고 있으므로(제70조 제3항), 피해자의 고소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고발에 의해서도 명예훼손죄에 관한 수사가 개시될 수 있다. 그 결과, 피해자가 명예훼손에 대한 피해를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물과 공적사안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보도를 봉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3자의 고발에 따라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행위에 대해서도 형사절차가 개시되도록 하는 ‘전략적 봉쇄소송’(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마저 가능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심판대상조항의 명예훼손죄로 형사절차에 휘말릴 가능성이 더욱 커짐에 따라 진실한 사실 적시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심대하게 위축되게 되었다(헌재 2021. 2. 25. 2017헌마1113 등 중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 참조).
(6)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 법익의 균형성
진실한 사실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형성하는 데 기초가 되는 사실이므로 그 적시로 인해 외적 명예가 저해되는 것을 부당한 결과로 보기 어렵고, 진실한 사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허위·과장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에 반해, 진실한 사실은 다양한 의사형성과 진리발견의 전제가 되므로 이를 자유롭게 전달하고 표현할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비방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으나, 앞서 본 것처럼 이로 인해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표현행위에 대한 처벌가능성이 제한되거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가 완화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진실한 사실의 적시에 대하여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축효과를 발생시키는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헌재 2016. 2. 25. 2013헌바105 등 중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 헌재 2021. 2. 25. 2017헌마1113 등 중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 참조).
라. 일부 위헌 결정의 필요성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나, 다만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심판대상조항 중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1) 진실한 사실은 공동체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 진실발견의 전제가 되므로, 이를 위하여 ‘적시된 사실이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형성된 개인의 명예보다 진실한 사실에 관한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둘 필요성이 있다.
(2) 반면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 성적 지향, 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내용인 경우, 이를 적시하는 것은 헌법 제17조가 선언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 특히 그것이 공익과 무관한 단순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인 경우, 이를 공개하는 것은 토론과 숙의를 통한 공동체의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공적사안에 대한 건전한 비판·개선을 위함이라는 표현의 자유 보장의 본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더라도 그 위헌선언의 범위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다.
(3)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중에는, 적시된 사실이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인 경우에만 형사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적시된 사실이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양자의 조화를 추구하는 방안이 제안된 바도 있다.
(4) 일부위헌을 통해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 적시를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에서 제외하더라도, 그 ‘사생활의 비밀’의 의미내용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는 의견이 제시될 수 있다.
물론 ‘사생활의 비밀’이란 용어가 다소 추상적이라고 볼 수 있으나, ‘사생활의 비밀’은 헌법 제17조에 명시되어 있는 헌법상 기본권이다. 현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6호 나목,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4조 제2항, 보건의료기본법 제13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1조 등 다수 법률에서도 ‘사생활의 비밀’을 법률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헌법 및 개별 법률의 실무 영역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해석기준이 제시되고 있으므로, 그 용어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일부위헌을 통해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을 드러내는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에서 제외된다면, 어떠한 진실한 사실 적시에 대한 고소·고발이 있더라도 수사단계에서 그 사실 적시가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지 검토될 것이고,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하기 위한 첫 단계인 구성요건해당성부터 인정되지 않아 수사가 더 진행되지 않거나 기소되지 않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일부위헌 결정을 통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는 분명히 현재의 상황보다 감소하게 된다.
(5) 결국, 헌법 제21조가 선언하는 표현의 자유 보장의 취지와 그 한계로서의 타인의 명예와 인격권 보호, 헌법 제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조화를 이루어야 할 필요성, 법률조항 중 위헌성이 있는 부분에 한하여 위헌선언하는 것이 입법권에 대한 자제와 존중에 부합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 중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헌재 2021. 2. 25. 2017헌마1113 등 중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