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광고] 보건소장이 광고가 약사법을 위반한다고 보고, 광고 일부 표현을 수정/삭제요구한 행위

헌법재판소 2023. 9. 26. 선고 2020헌마1235 전원재판부
[ 행정지도위헌확인 ] [헌공제324호,1502]
【판시사항】
서초구보건소장(피청구인)이 청구인의 광고가 약사법을 위반한다고 보고, 청구인에게 광고의 일부 표현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것을 요구한 행위(이하 ‘이 사건 시정요구’라 한다)가 헌법소원의 대상인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이 사건 시정요구는 청구인의 광고가 약사법에 위반된다는 현재의 법적상황에 대한 행정청의 의견을 표명하면서, 약사법 등 관련 규정의 내용과 그 위반시의 불이익에 대한 일반적인 안내를 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시정요구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5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61조 제2항, 약사법(2020. 4. 7. 법률 제17208호로 개정된 것) 제93조 제1항 제10호, 행정절차법(2012. 10. 22. 법률 제11498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3호, 제48조
【참조판례】
헌재 2003. 2. 27. 2002헌마106
판례집 15-1, 223, 236, 헌재 2012. 2. 23. 2008헌마500
판례집 24-1상, 228, 245, 헌재 2018. 4. 26. 2016헌마46
판례집 30-1상, 685, 692-694
【전 문】
【청 구 인】 주식회사 ○○ (대리인 법무법인 00 담당변호사 000 외 2인)
【피청구인】 서초구보건소장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화장품 등의 제조·도소매·수출입업, 인터넷쇼핑몰 운영 및 전자 상거래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나. 청구인은 2020. 6.경 신체 일부에 온열자극을 줄 수 있도록 제조된 제품인 ‘○○’(이하 ‘이 사건 제품’이라 한다)을 판매하면서, 페이스북과 청구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통증 없애준대, 통증제거템, 손목, 어깨 통증 잡아준다, 손목터널증후군, 혈액순환 효과, 산후풍에 효과가 좋다, 손목 통증, 통증 의약품, 통증 사라지는, 아픈 데가 싹 낫겠네”, “만성피로 케어, 어깨와 목 결림, 두통, 찌뿌둥한 몸” 등의 글(이하 ‘이 사건 표현 등’이라 한다)을 게시하였다(이하 ‘이 사건 광고’라 한다).
다. 피청구인은 2020. 6. 23. 청구인에게 ‘청구인이 이 사건 표현 등을 사용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의약품이 아닌 공산품을 의학적 효능·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끔 광고(약사법 제61조 제2항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었으나, 금번 1회에 한해 행정지도하니 붙임의 약사법 규정을 숙지하시고, 해당 표현들을 빠른 시일 내에 수정 또는 삭제하여주시기 바랍니다. 향후 광고 관련 상기 약사법 위반이 발견될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고발 조치됨을 알려드리니, 업무에 철저를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공문(의료지원과-○○)을 발송하였고(이하 위 공문을 ‘이 사건 공문’이라 한다), 약사법 제61조와 위 조항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인 약사법 제93조를 기재한 문서를 붙임으로 첨부하였다. 이 사건 공문의 내용은 [별지]와 같다.
라. 청구인은 이 사건 공문의 내용 중 수정·삭제를 지시한 부분이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20. 9. 1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이 2020. 6. 23. 청구인에 대하여 한 ‘약사법 위반에 따른 행정지도(의료지원과-○○)’ 중 이 사건 표현 등을 수정·삭제하도록 요구한 부분(이하 ‘이 사건 시정요구’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이다.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관련조항]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5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61조(판매 등의 금지) ② 누구든지 의약품이 아닌 것을 용기·포장 또는 첨부 문서에 의학적 효능·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하거나 이와 같은 내용의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와 같은 의약품과 유사하게 표시되거나 광고된 것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저장 또는 진열하여서는 아니 된다.
약사법(2020. 4. 7. 법률 제17208호로 개정된 것)
제93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0. 제61조(제66조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위반한 자. 다만, 제56조 제2항(제44조의6 제1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또는 제65조 제2항을 위반한 자는 제외한다.
행정절차법(2012. 10. 22. 법률 제11498호로 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3. “행정지도”란 행정기관이 그 소관 사무의 범위에서 일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특정인에게 일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아니하도록 지도, 권고, 조언 등을 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
제48조(행정지도의 원칙) ① 행정지도는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행정지도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부당하게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행정기관은 행정지도의 상대방이 행정지도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불이익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청구인 주장 요지
가. 이 사건 시정요구는 피청구인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행한 권력적 사실행위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
나. 약사법상 의약품은 기계 또는 장치가 아닌 것을 의미하는데, 이 사건 제품은 기계 또는 장치에 해당하므로, 약사법의 규율대상이 아니다. 또한 이 사건 표현 등은 신체적 기능의 회복, 증진에 대한 표현에 불과하여, 이 사건 광고가 의학적 효능·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오인될 광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시정요구는 법률상 근거 없이 이루어졌으므로,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한편, 그럼에도 이 사건 시정요구처럼 이 사건 광고에 약사법 제61조 제2항, 제93조 제1항 제10호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면, 수범자로서는 위 각 약사법 조항이 어떤 행위를 금지하거나 허용하는지 알 수 없고, 나아가 행정청은 이를 근거로 어떠한 자의적인 집행도 할 수 있게 되므로, 이 사건 시정요구는 명확성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 이 사건 광고가 의학적 효능·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광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에도, 이 사건 시정요구는 광범위하고 과도하게 광고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시정요구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4. 판단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공권력’이란 입법권·행정권·사법권을 행사하는 모든 국가기관·공공단체 등의 고권적 작용을 말하며, 그 행사 또는 불행사로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률효과를 발생시켜 청구인의 법률관계 내지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변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행정청의 사실행위는 경고·권고·시사와 같은 정보제공 행위나 단순한 행정지도와 같이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비권력적 사실행위’, 그리고 행정청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권력적 사실행위’로 나눌 수 있고, 이 중에서 권력적 사실행위만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는데, 일반적으로 어떤 행정청의 사실행위가 권력적 사실행위인지 또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인지 여부는 당해 행정주체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사실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의사·관여정도·태도, 그 사실행위의 목적·경위, 법령에 의한 명령·강제수단의 발동가부 등 그 행위가 행하여질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03. 2. 27. 2002헌마106; 헌재 2018. 4. 26. 2016헌마46 참조).
한편, 어떠한 조치가 행정지도의 외관을 띠고 있더라도, 그것이 단순한 행정지도로서의 한계를 넘어 규제적·구속적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면, 이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헌재 2012. 2. 23. 2008헌마500 참조).
나. 아래와 같은 이 사건 시정요구의 경위 및 내용, 관계 법령의 규율 내용 및 체계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시정요구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불과하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1) 이 사건 시정요구는 그 형식에 있어서 ‘행정지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이 사건 시정요구가 약사법에 위반된다는 현재의 법적 상황에 대한 행정청의 의견을 표명하면서, 청구인이 향후 약사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는 경우 피청구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비록 이 사건 시정요구가 ‘청구인이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는 경우 피청구인이 청구인을 고발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행정청의 단순한 의견표명으로서 관련 규정의 내용과 그 위반시의 불이익에 대한 일반적인 안내를 한 것에 불과하다.
(2) 청구인은 이 사건 시정요구가 일정한 불이익조치를 예정한 것으로서, 규제적·구속적 성격을 강하게 지닌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즉, 자신이 이 사건 시정요구를 따르지 아니하면 피청구인이 자신을 수사기관에 고발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형사처벌을 받을 우려가 있으며, 실제로도 위와 같은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하여 이 사건 시정요구에 따라 이 사건 표현 등을 수정·삭제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약사법 등 관계 법령을 살펴보더라도, 피청구인에게 약사법 제61조 제2항을 위반한 사업자 등에게 영업정지를 명하는 등의 불이익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또한 피청구인의 고발이 계기가 되어 청구인이 약사법 제93조 제1항 제10호에 의한 형사처벌을 받게 되더라도, 이는 청구인이 약사법 제61조 제2항을 위반하였음에 따른 제재일 뿐이고, 이 사건 시정요구 불응에 대한 불이익조치라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수사의 개시 및 기소 여부는 수사·소추기관의 전속적인 권한이므로, 피청구인의 고발을 토대로 수사 및 기소로 나아갈지 여부는 수사·소추기관의 재량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이 청구인을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시정요구가 규제적·구속적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고 보기 어렵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