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렌식]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의 재물성 인정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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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745 판결]

【판시사항】

[1]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가 절도죄의 객체로서 재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이를 복사하거나 출력해 간 경우 절도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소극)

[2] 컴퓨터 속의 정보를 빼내갈 목적으로 종이에 출력하여 가져간 경우 그 정보가 기재된 그 문서에 대한 절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절도죄의 객체는 관리가능한 동력을 포함한 ‘재물’에 한한다 할 것이고, 또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재물의 소유자 기타 점유자의 점유 내지 이용가능성을 배제하고 이를 자신의 점유하에 배타적으로 이전하는 행위가 있어야만 할 것인바,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 그 자체는 유체물이라고 볼 수도 없고, 물질성을 가진 동력도 아니므로 재물이 될 수 없다 할 것이며, 또 이를 복사하거나 출력하였다 할지라도 그 정보 자체가 감소하거나 피해자의 점유 및 이용가능성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므로 그 복사나 출력 행위를 가지고 절도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도 없다.

[2] 피고인이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출력하여 생성한 문서는 피해 회사의 업무를 위하여 생성되어 피해 회사에 의하여 보관되고 있던 문서가 아니라, 피고인이 가지고 갈 목적으로 피해 회사의 업무와 관계없이 새로이 생성시킨 문서라 할 것이므로, 이는 피해 회사 소유의 문서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어서, 이를 가지고 간 행위를 들어 피해 회사 소유의 문서를 절취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참조조문】

[1]형법 제329조/ [2]형법 제329조

【참조판례】

[1]대법원 1986. 9. 23. 선고 86도1205 판결(공1986, 2996),대법원 1996. 8. 23. 선고 95도192 판결(공1996하, 2931)

【원심판결】

수원지법 2002. 1. 26. 선고 2001노3445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2000. 10. 초순경 피고인2 가 피고인1에게 피해자 주식회사 하이켐텍(이하 ‘피해 회사’라고 한다)에 보관되어 있는 직물원단고무코팅시스템의 설계도면과 공정도를 빼내오도록 요구하고, 피고인1은 이를 승낙한 후, 피고인1이 2000. 10. 14. 15:00경 피해 회사 연구개발실에서 그 곳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위 시스템의 설계도면을 A2용지에 2장을 출력하여 가지고 나와 이를 절취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위 노트북 컴퓨터는 피해 회사가 그 직원인 피고인 지태선에게 업무용으로 지급한 것이고, 위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위 시스템의 설계도면은 피해 회사의 업무로서 피고인1이 작성한 것인 사실, 위 시스템은 피해 회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하였고, 당시 피해 회사 외부에는 알려져 있지 아니하여 피해 회사의 입장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며, 피해 회사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이를 비밀로서 관리하여 온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 지태선이 위 컴퓨터에서 출력한 위 시스템의 설계도면은 절도죄의 객체인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여진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절도죄의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고, 피고인들의 항소를 각 기각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이 위와 같이 위 시스템의 설계도면이 절도죄의 객체인 ‘타인의 재물’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하여 절도죄의 유죄를 인정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우선 절도죄의 객체는 관리가능한 동력을 포함한 ‘재물’에 한한다 할 것이고, 또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재물의 소유자 기타 점유자의 점유 내지 이용가능성을 배제하고 이를 자신의 점유하에 배타적으로 이전하는 행위가 있어야만 할 것인바,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 그 자체는 유체물이라고 볼 수도 없고, 물질성을 가진 동력도 아니므로 재물이 될 수 없다 할 것이며, 또 이를 복사하거나 출력하였다 할지라도 그 정보 자체가 감소하거나 피해자의 점유 및 이용가능성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므로 그 복사나 출력 행위를 가지고 절도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도 없다할 것인바,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피건대, 만약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위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위 시스템의 설계 자료를 절취하였다는 것이라면, 이는 절도죄의 객체가 될 수 없는 ‘정보’를 절취하였다는 것이 되어 절도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나. 다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위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위 시스템을 종이에 출력하여 생성된 ‘설계도면’을 절취한 것으로 본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 자체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지태선이 위 시스템의 설계도면을 빼내가기 위하여 위 컴퓨터에 내장되어 있던 위 설계도면을 A2용지에 2장을 출력하여 가지고 나왔다는 것이어서, 이와 같이 피고인1에 의하여 출력된 위 설계도면은 피해 회사의 업무를 위하여 생성되어 피해 회사에 의하여 보관되고 있던 문서가 아니라, 피고인1이 가지고 갈 목적으로 피해 회사의 업무와 관계없이 새로이 생성시킨 문서라 할 것이므로, 이는 피해 회사 소유의 문서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어서, 이를 가지고 간 행위를 들어 피해 회사 소유의 설계도면을 절취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할 것이다(검사의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 지태선이 위 설계도면을 가지고 가 이를 절취한 사실을 문제삼는 것이 명백하다 할 것이고, 위 설계도면을 생성시키는 데 사용된 용지 자체를 절취하였다고 기소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자체로서 절도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러하지 아니한 채 위 시스템의 설계도면이 절도죄의 객체인 ‘타인의 재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절도죄의 유죄를 선고한 것은, 절도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재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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