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HW 가격 상승, SW기업에 전가 말아야
강철하 편집장 / 미래융합정책연구소장
최근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AI 무한경쟁 속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과 반도체 가격 상승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공공 정보화사업 현장에서는 장비(서버 등)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SW기업(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체 예산에는 변경 없이 장비 가격 상승분을 SW 개발비에서 깍아 예산을 맞추는 구조이다.
SW진흥법과 하도급법의 입법 취지 고려해야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이미 책정된 사업 예산을 변경하기 쉽지 않다거나 사업자 간의 문제라고 주장할 수 있고, 주 사업자의 경우에도 수주사업 수행에 따른 자신의 이익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공 정보화사업의 경우 국가기관등의 장에게 하도급계약의 적정성 판단 등 하도급 관리의 책무를 부여한 SW진흥법령의 취지를 고려할 때, 정부는 인상된 장비 가격 전가 문제를 사업자 간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대등한 거래가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정부 스스로도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이 본질적으로 국가 또는 공기업이 사경제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임을 인식하고(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 등), 법령에 특별히 정한 경우가 아니라면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계약을 체결해야 할 것이다(정당한 대가 지급).
마찬가지로 주 사업자(원사업자)도 장비 가격 상승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SW기업(수급사업자)에 전가할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대등한 입장에서 합리적인 대가를 조정해 주어야 한다. 이는 제조 등의 위탁을 받은 후 하도급대금의 조정(調整)이 불가피한 경우(목적물 등의 공급원가가 변동되는 경우)에는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하도급법의 입법 취지이기도 하다.
공공 정보화사업 구조를 고려한 문제 해결이 바람직
그런데 이처럼 장비 가격 폭등에 따른 위험 전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 정보화사업의 구조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장비 가격 폭등에 따른 위험 전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정부에서 장비 가격 상승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이에 따라 주 사업자(원사업자)가 장비 가격 상승분을 SW기업(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는 등 정당한 대가 지급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국가계약법상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조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장비(HW) 가격 상승에 따른 업계의 애로를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조달청에서 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라 원가 부담이 커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일체형 장비의 공공조달가 조정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주 사업자의 경우에도 계약 내용이 SW기업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하지 않도록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SW진흥법 제38조 ‘공정계약의 원칙’)가 있으며, 이를 위해 공급원가 등의 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조정 신청(하도급법 제16조의2)에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도 필요해
마지막으로 현재와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물론 현행 SW진흥법 제38조에서는 ‘공정계약의 원칙’을 규정하면서 계약의 목적과 범위, 계약기간,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계약금액 및 계약기간 등의 변경 절차 등)을 계약서의 내용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계약금액 및 계약기간 등의 변경 절차”를 계약서에 반영해야 하는지 불분명하고 포괄적이어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하기 힘든 문제가 있다.
따라서 “계약 체결 이후 과업내용의 변경이나 공급원가·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과 계약기간의 변경 절차” 등으로 좀 더 구체적인 예시 내용을 시행령에 반영하여 불필요한 해석 논란이나 혼동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입법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사업 표준계약서의 민간 활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방안 마련도 요구된다.
이미 소프트웨어사업 표준계약서(정보시스템 개발구축 사업)에서는 “계약체결 후 계약이행에 소요되는 물품비, 인건비, 그 밖의 경비와 관련된 공급원가가 변동되는 등 발주자의 요구 또는 과업내용과 관계없이 공급자의 부담이 증가하는 경우”에 발주자에게 계약금액 또는 계약기간 등 계약조건의 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6조).
하지만 소프트웨어사업 표준계약서의 사용이 의무는 아니기 때문에 모든 SW사업에 있어서 공급원가 상승에 따른 위험 전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정부의 경우 공공 정보화사업 입찰참여 시 소프트웨어사업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경우 우대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지만, 공공사업뿐만 아니라 민간영역에서도 소프트웨어사업 표준계약서 사용이 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