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판결] 형법 제246조의 도박행위의 요건인 ‘우연성’의 의미
[대법원 2008.10.23. 선고 2006도736 판결]
【판시사항】
[1] 형법 제246조의 도박행위의 요건인 ‘우연성’의 의미
[2] 피고인들이 각자 핸디캡을 정하고 홀마다 또는 9홀마다 별도의 돈을 걸고 총 26 내지 32회에 걸쳐 내기 골프를 한 행위가 도박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246조에서 도박죄를 처벌하는 이유는 정당한 근로에 의하지 아니한 재물의 취득을 처벌함으로써 경제에 관한 건전한 도덕법칙을 보호하는 데 있다. 그리고 도박은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는바, 여기서 ‘우연’이란 주관적으로 ‘당사자에 있어서 확실히 예견 또는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사실에 관하여 승패를 결정하는 것’을 말하고, 객관적으로 불확실할 것을 요구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당사자의 능력이 승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다소라도 우연성의 사정에 의하여 영향을 받게 되는 때에는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
[2] 피고인들이 각자 핸디캡을 정하고 홀마다 또는 9홀마다 별도의 돈을 걸고 총 26 내지 32회에 걸쳐 내기 골프를 한 행위가 도박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246조 / [2] 형법 제246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외 3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000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6. 1. 11. 선고 2005노206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다만,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각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본다.
1. 피고인 1, 2, 3의 상고에 대하여
가. 형법 제246조에서 도박죄를 처벌하는 이유는 정당한 근로에 의하지 아니한 재물의 취득을 처벌함으로써 경제에 관한 건전한 도덕법칙을 보호하는 데에 있고, 도박의 의미는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말하는바 ( 대법원 1983. 3. 22. 선고 82도2151 판결,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1도5802 판결 참조), 여기서 ‘우연’이라 함은 주관적으로 ‘당사자에 있어서 확실히 예견 또는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사실에 관하여 승패를 결정하는 것’을 말하고, 객관적으로 불확실할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며, 당사자의 능력이 승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다소라도 우연성의 사정에 의하여 영향을 받게 되는 때에는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골프는 당사자의 기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기의 일종이지만, 경기자의 기량이 일정한 경지에 올라 있다고 하여도 매 홀 내지 매 경기의 결과를 확실히 예견하는 것은 전혀 가능하지 않은 점, 골프가 진행되는 경기장은 자연상태에 가까워서 선수가 친 공이 날아가는 방향이나 거리가 다소간 달라짐에 따라 공이 멈춘 자리의 상황이 상당히 달라지기 쉽고 이는 경기의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대단히 우수한 선수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치는 공의 방향이나 거리를 자신이 원하는 최적의 조건으로 또는 경기결과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 통제할 수는 없는 점, 도박죄에서 요구하는 우연은 선수들의 기량, 투지, 노력 등에 대비되어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된 ‘우연’이 아니라 ‘당사자 사이에 있어서 결과를 확실히 예견하거나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성질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가치평가와 무관한 개념이어서 선수들의 기량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경기의 결과를 확실히 예견할 수 없고 어느 일방이 그 결과를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을 때에도 이를 도박죄에서 말하는 우연의 성질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골프를 비롯한 운동경기와 화투, 카드, 카지노 등 사이에 승패의 결정에 경기자의 기능과 기량이라는 요인과 이와 무관한 우연이라는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매우 상대적인 점, 설사 기량차이가 있는 경기자 사이의 운동경기라고 하더라도 핸디캡의 조정과 같은 방식으로 경기자 간에 승패의 가능성을 대등하게 하거나 승리의 확률이 낮은 쪽에 높은 승금을 지급하고 승리의 확률이 높은 쪽에 낮은 승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재물을 거는 당사자 간에 균형을 잃지 않게 하여 실제로 우연이라는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 도박의 조건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점, 내기 골프에 있어 승금은 정당한 근로에 의한 재물의 취득이라고 볼 수 없고 내기 골프를 방임할 경우 경제에 관한 도덕적 기초가 허물어질 위험이 충분하므로, 이를 화투 등에 의한 도박과 달리 취급하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점 등과 같은 원심 판시 사정에 비추어 내기 골프도 도박죄의 구성요건이 요구하는 행위의 정형성을 갖추고 있고 그 정도가 일시 오락에 불과하지 않는 한 도박죄의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도박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그 적법하게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들이 상습으로 매 홀마다 또는 매 9홀마다 별도의 도금(도김)을 걸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기 골프를 하여 도박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내기 골프가 도박죄의 구성요건이 요구하는 행위의 정형성을 갖추고 있고 그 정도가 일시 오락에 불과하지 않는 한 도박죄의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도박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인 3은 26회에 걸쳐, 나머지 피고인들은 32회에 걸쳐 원심 판시와 같은 도박을 상습으로 하였다는 사실 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다만, 원심판결 범죄일람표 순번 4 내지 8 기재 각 내기 골프를 한 장소와 관련하여 원심이 ‘아산시 소재 도고컨트리클럽 골프장’인 것으로 판시한 것은 ‘제주도 소재 상호불상의 골프장’의 오기임이 명백하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도박의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한편, 피고인 3은 서울남부지방법원(2005노361호)이 위 피고인에 대하여 예비적으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의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것과 원심이 위 피고인에게 도박의 습벽이 있다고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우선 위 각 주장은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비로소 제출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나아가 직권으로 살펴보아도,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상습도박죄의 공소사실과 예비적으로 추가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의 공소사실은 일시, 장소, 행위태양, 행위참여자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데다가, 이 사건 상습도박의 주된 공소사실이 유죄로 되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의 예비적 공소사실은 주된 공소사실에 흡수되고, 위 주된 공소사실이 무죄로 될 경우에만 위 예비적 공소사실의 범죄가 성립할 수 있는 관계에 있어 규범적으로 보아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부정하기 어렵고, 검사가 위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을 신청한 데 대하여 위 피고인과 변호인이 어떠한 이의를 하지 않은 채 심리 및 증거조사가 이루어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서울남부지방법원(2005노361호)이 위와 같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다음 이 사건을 관할권이 있는 원심 법원으로 이송한 것이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상습도박죄에 있어서의 상습성이라 함은 반복하여 도박행위를 하는 습벽으로서 행위자의 속성을 말하는데, 이러한 습벽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도박의 전과나 도박횟수 등이 중요한 판단자료가 되나 도박전과가 없다 하더라도 도박의 성질과 방법, 도금의 규모, 도박에 가담하게 된 태양 등의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도박의 습벽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상습성을 인정하여도 무방한데(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도955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에 나타난 이 사건 내기 골프의 횟수, 기간, 도금의 규모 및 피고인 3의 전력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인에게 도박의 습벽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이 위 피고인에 대하여 상습도박죄를 인정한 데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인 4의 상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개인의 골프 핸디캡은 이를 객관적으로 계량화하여 산정하기가 매우 어렵고 실제 당사자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핸디캡은 개인의 주관적인 평가에 상당히 영향을 받는 것인 점, 내기 골프에서의 핸디캡의 조정이나 내기 바둑의 치수 조정 등과 같이 도박의 조건을 설정하는 당사자 사이의 조치는 당사자들의 객관적인 기량차이뿐만 아니라 서로 승산이 높게 도박을 하려는 자연스런 시도가 반영된 일종의 흥정의 결과이기도 하므로 이를 함부로 기망행위로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 4는 내기 골프로 돈을 잃자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다른 피고인들을 압박하여 수억 원을 받아내고 그 후에도 핸디캡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조정할 것과 새로운 조건으로 내기 골프를 계속할 것을 요구하면서 내기 골프로 잃은 돈을 순순히 포기하려고 하지 않은 점, 이 사건에서 피고인 2, 3의 핸디캡은 다른 사기도박 사건에서 위 피고인들이 밝힌 핸디캡보다는 상당히 낮은 수준인 점, 그 밖에 피고인 1, 2, 3이 골프경기를 하면서 조직적으로 혹은 개별적으로 경기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술을 현장에서 사용한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비롯한 원심 판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 2, 3이 이 사건 내기 골프를 빙자하여 피고인 4를 상대로 사기도박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사기 범행의 피해자일 뿐 이 사건 상습도박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피고인 4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 1, 2, 3이 이 사건 내기 골프를 빙자하여 피고인 4를 상대로 사기도박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도박죄 및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