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본인확인] 공공기관등이 게시판 설치·운영 시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 조치를 하도록 정한 조항이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헌법재판소 2022. 12. 22. 선고 2019헌마654 전원재판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제44조의5제1항제1호위헌확인 ] [헌공제315호,120]
【판시사항】
공공기관등이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 제1항 제1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본인확인조치는 정보통신망의 익명성 등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공공기관등의 게시판 이용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강화하고,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 등의 행위를 자제하도록 함으로써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는 게시판은 그 성격상 대체로 공공성이 있는 사항이 논의되는 곳으로서 공공기관등이 아닌 주체가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비하여 통상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므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이 더욱 강하게 요구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의 경우 본인확인조치를 통해 책임성과 건전성을 사전에 확보함으로써 해당 게시판에 대한 공공성과 신뢰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며, 그 이용 조건으로 본인확인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시판의 활용이 공공기관등을 상대방으로 한 익명표현의 유일한 방법은 아닌 점, 공공기관등에 게시판을 설치·운영할 일반적인 법률상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이라는 한정적 공간에 적용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크지 않다. 그에 반해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얻게 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반대의견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가 포함된 정보가 게시된 경우 관리자에 의한 해당 정보의 삭제,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 위 정보를 게시한 이용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의 추궁 등의 방법을 강구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하여도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공공기관등이 민원 또는 청원 게시판을 운영하는 경우와 같이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의 목적이나 성격에 따라서는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에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또는 청원법 조항들과 같이 그러한 개별 목적에 맞게 본인확인 등을 할 수 있도록 법률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은 외부의 명시적·묵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사회적 약자의 의사도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내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익명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민주적 함의를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고 있는 공적 영역은 그렇지 않은 영역에 비하여 오히려 익명표현의 자유가 더욱 강하게 보장될 필요가 있는 곳이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본인확인을 한 경우에만 정보를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서 표현을 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고, 게시판에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표현의 내용과 수위 등에 대해 자기검열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심판대상조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44조의5 제1항 제1호
【참조조문】
헌법 제21조 제1항, 제37조 제2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44조의5 제3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0. 3. 22. 법률 제10166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호, 제2호, 제3호, 제4호, 제9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4. 5. 28. 법률 제12681호로 개정된 것) 제44조의5 제4항
【참조판례】
헌재 2012. 8. 23. 2010헌마47 등, 판례집 24-2상, 590, 601
【전 문】
【청 구 인】 박○○ (대리인 변호사 000)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9. 6. 19.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자유토론 게시판’, ‘서울 동작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그 밖에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사·지방공단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의 의견을 게시하려고 하였으나 위 각 게시판의 운영자들이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서 곧바로 의견을 게시하지 못하였다.
나. 청구인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으로 하여금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이하 ‘본인확인조치’라 한다)를 하도록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 제1항 제1호가 자신의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9. 6. 2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이하 연혁과 관계없이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4조의5 제1항 제1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44조의5(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이하 “본인확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에 따른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지방공단(이하 “공공기관등”이라 한다)
[관련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0. 3. 22. 법률 제10166호로 개정된 것)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정보통신망”이란 「전기통신사업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거나 전기통신설비와 컴퓨터 및 컴퓨터의 이용기술을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가공·저장·검색·송신 또는 수신하는 정보통신체제를 말한다.
2. “정보통신서비스”란 「전기통신사업법」 제2조 제6호에 따른 전기통신역무와 이를 이용하여 정보를 제공하거나 정보의 제공을 매개하는 것을 말한다.
3.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란 「전기통신사업법」 제2조 제8호에 따른 전기통신사업자와 영리를 목적으로 전기통신사업자의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정보를 제공하거나 정보의 제공을 매개하는 자를 말한다.
4. “이용자”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제공하는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자를 말한다.
9. “게시판”이란 그 명칭과 관계없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할 목적으로 부호·문자·음성·음향·화상·동영상 등의 정보를 이용자가 게재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기술적 장치를 말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44조의5(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③ 정부는 제1항에 따른 본인 확인을 위하여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4. 5. 28. 법률 제12681호로 개정된 것)
제44조의5(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④ 공공기관등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제1항에 따른 본인확인조치를 한 경우에는 이용자의 명의가 제3자에 의하여 부정사용됨에 따라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인터넷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에 따른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지방공단(이하 ‘공공기관등’이라 한다)에 본인확인조치 의무를 부과하여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 불법정보 게시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에 가해자 특정은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등을 통하여서도 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게시판 이용자(정보통신망법 제2조 제1항 제4호)에 적용되는데 이는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본인확인조치 시행 여부를 공공기관등의 재량에 맡기는 방안이나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이 된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을 구별하여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 심판대상조항에 비해 게시판 이용자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수단이 존재한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익명표현의 자유가 갖는 헌법적 가치 등에 비추어 볼 때 본인확인조치로 인해 기본권이 제한됨으로써 발생하는 게시판 이용자의 불이익이 그로써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더 크다.
다. 이상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발표의 자유)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전달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의사의 ‘자유로운’ 표명과 전파의 자유에는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도 포함된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에 있어 의사표현 또는 전파의 매개체는 어떠한 형태이건 가능하며 그 제한이 없는바, 인터넷 게시판은 인터넷에서 의사를 형성·전파하는 매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의사의 표현·전파 형식의 하나로서 인정된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심판대상조항은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게시판에 정보를 게시하려면 본인확인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중 게시판 이용자가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 등 참조).
나. 익명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오늘날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의 발달 및 이용자의 급속한 증가로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파급력 및 영향력이 매우 커지게 된 반면, 익명성 등을 이용한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 등 부작용도 함께 증가하였다.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망 상의 게시판(이하 ‘게시판’이라 한다)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조치는 정보통신망의 익명성 등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공공기관등의 게시판 이용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강화하고,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 등의 행위를 자제하도록 함으로써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본인확인조치 의무는 그 적용범위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한정되어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는 게시판은 그 성격상 대체로 공공성이 있는 사항이 논의되는 곳으로서 공공기관등이 아닌 주체가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비하여 통상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므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이 더욱 강하게 요구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공적인 공간에서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 등의 무책임한 표현을 자제하도록 하여 공공기관등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한편 건전한 여론형성에 기여토록 하는 기능을 지닌다.
(나)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은 많은 경우 해당 공공기관등의 기능과 업무 수행에 관해 안내하고,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며,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의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의 경우 본인확인조치를 통해 책임성과 건전성을 사전에 확보함으로써 해당 게시판에 대한 공공성과 신뢰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며, 그 이용 조건으로 본인확인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한편, 인터넷의 동시성, 전파성, 시간·공간의 무제약성이라는 상황적 조건으로 인해 게시판에 위법한 내용이 게시되면 그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공공기관등의 게시판에 게시된 내용이 추후 삭제되더라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이미 게시된 정보에 대한 삭제요청이나 임시조치, 손해배상 또는 형사처벌 등과 같은 사후적 구제수단이, 정보를 게시하고자 할 때 사전적으로 본인확인을 받도록 하는 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한 정도로 입법목적에 기여한다고 볼 수는 없다.
개별 게시판의 설치·운영 목적에 따라서 본인확인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본인확인조치를 하는 대안 역시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공공기관등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용자는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 등의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입법목적 달성에 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한 정도로 기여하는 수단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요컨대 심판대상조항은 공적 영역에서의 게시판 이용에 관하여 익명성의 역기능을 완화하기 위해 사전적 규제수단으로서 본인확인조치를 취할 의무를 두고 있는데, 사후적 제재수단만으로는 인터넷에서의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 등으로 인한 광범위한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한다.
(3) 법익의 균형성
본인확인으로 인하여 게시판 이용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의견이나 정보 등을 게시하려면 본인확인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게시판의 활용이 공공기관등을 상대방으로 한 익명표현의 유일한 방법은 아닌 점, 공공기관등에 게시판을 설치·운영할 일반적인 법률상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이라는 한정적 공간에 적용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크지 않다. 그에 반해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얻게 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한다.
(4)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는 점은 법정의견과 같다.
나. 침해의 최소성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1)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가 포함된 정보가 게시된 경우 관리자에 의한 해당 정보의 삭제,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제3항), 위 정보를 게시한 이용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의 추궁 등의 방법을 강구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하여도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 방지를 통한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2)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의 목적이나 성격에 따라서는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등이 민원 또는 청원 게시판을 운영하는 경우, 공공기관등의 신뢰성 확보와 적정한 업무처리를 위해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 등이 포함된 무분별한 의견개진이 자제되어야 할 필요가 자유게시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고, 공공기관등이 이용자의 신분을 알 수 있어야 민원 또는 청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도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에는 해당 게시판의 목적에 맞게 본인확인 등을 할 수 있도록 법률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그 예로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명·주소 등이 불명확한 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는 ‘민원인’의 범위에서 제외된다(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또한 청원법에 따르면 청원은 청원서에 청원인의 성명(법인인 경우에는 명칭 및 대표자의 성명을 말한다)과 주소 또는 거소를 적고 서명한 문서로 하여야 하고(청원법 제9조 제1항), 청원인의 성명, 주소 등이 불분명한 경우 청원기관의 장은 청원을 처리하지 아니할 수 있다(청원법 제6조 제6호). 요컨대 심판대상조항과 달리 본인확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본인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공공기관등의 신뢰성과 원활한 업무수행을 확보할 수 있다.
(3)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은 이용자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덜 제약하는 다른 수단에 의해서도 달성될 수 있다. 그럼에도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조치를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본인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게시판에서 표현을 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청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 법익의 균형성
표현의 자유는 국민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의사형성 및 진리발견의 수단이 되고, 국가와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와 사회의 존립 및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다. 특히 익명이나 가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은, 외부의 명시적·묵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사회적 약자의 의사도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내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를 중시하여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 등 참조).
이와 같은 익명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민주적 함의를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고 있는 공적 영역은 그렇지 않은 영역에 비하여 오히려 익명표현의 자유가 더욱 강하게 보장될 필요가 있는 곳이다. 현대 사회에서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은 일반 시민이 정치적 표현을 비롯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주요 매개체로 기능한다. 일반 시민은 이러한 공적 영역에서 자기검열로 위축될 우려 없이 자유롭게 정치적 표현 등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이라면 그 목적이나 성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모든 게시판에서 본인확인을 한 경우에만 정보를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서 표현을 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고, 게시판에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표현의 내용과 수위 등에 대해 자기검열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본인확인조치가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 등의 감소에 실제 어느 정도로 효과를 미치는지는 불확실하다. 공공기관등의 신뢰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자기검열의 기제가 작동하여 자유로운 표현의 위축이 나타나는 환경이 아니라, 자유로운 표현을 전제로 하여 공공기관등과 일반 시민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나타나는 환경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본인확인제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본인확인제로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중대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라.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본인확인이라는 방법으로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하여 의사표현 자체를 위축시키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방해하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